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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잡음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구현모 현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분위기로 가는듯하더니 윤석렬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외압'을 받아 스스로 연임 포기의사를 밝혔죠. 대표이사 후보에서 물러났습니다.
뒤이어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대표이사 후보로 정해졌으나, 역시 외풍을 맞고 있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구현모의 아바타'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죠. 대통령실과 정치권이 왜 KT 수장자리를 두고 이런 잡음을 만들어 내는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최근 아래와 같은 경제지 기사가 있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KT가 31일 이사회를 열어 윤경림 후보 표결을 한다는 것으로 읽히죠.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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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들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는 이사회를 엽니다. 사내이사들 중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죠. 대표이사는 사실상 내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사회는 대부분의 경우 통과절차에 불과합니다.
대표이사가 되려면 먼저 등기이사가 되어야 하죠. 대표이사로 내정된 사람이 현재 등기이사가 아니라면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출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총 뒤 이사회를 열어 그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 됩니다. 대표이사 내정자가 현재 등기이사라면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는 절차는 필요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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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KT는 이런 기업들하고는 다른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겁니다.
상법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상법 제389조(대표이사) ①항에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회사를 대표할 이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이를 선정할 것을 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KT의 정관을 한번 보겠습니다. 제25조(대표이사의 선임 등)를 보면 '①회사는 이사회가 추천한 자를 주주총회 결의로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가 아니라 주총 표결을 거쳐 선임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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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현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로 선정되었지만 외압에 시달리다 자진낙마하였습니다. 이사회는 그 뒤 다시 여러 명의 후보군들 가운데 윤경림 부문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정하였죠. 윤 후보는 3월31일 열리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결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윤 후보에 대해서도 정부와 여당에서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국민연금이나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주총 표결시 이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죠. 일반소액주주들은 정치권의 개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제목은 'KT 31일 주총..윤경림 후보 표결'이 맞습니다. 이사회가 아니라 주총입니다.
주총에서 윤 후보가 대표이사로 선임된다면 새로 구성된 이사진 간 상견례라도 하겠죠. 윤 후보가 선임되지 못하면 이번에는 새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KT 외부인사를 후보로 정하지 않는 한 새 대표이사 선임은 계속 어려워 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