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어제(2월27일) 신한투자증권과 635억원 자기주식(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공시하였습니다. 그런데 공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이사회 의결과 승인이 있었지만 신한과 계약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신한과 안할 뿐 다른 증권사와는 계약할 수 있다는 건지, 아예 신탁취득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신탁계약 체결 공시를 해놓고, 같은 공시 내용 안에서 "안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부가한 것도 모양이 이상합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요?
SM 자사주 관련 공시
SM 자사주취득계약 공시하자마자 번복, 왜?
이미지 확대보기
SM은 이미 지난해 신한과 맺은 100억 계약에 따라 최근 자사주를 일부 매입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이브가 "주가를 떠받쳐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와중입니다. SM이 순수하게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수하고 또한 추가적인 자사주매입신탁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필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이런 일들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2.
SM '22년 5월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와 100억원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기간이 1년이니까 올해 5월까지입니다.
이후 SM는 신한에 자사주 매입 지시를 하지 않아왔고 신한이 스스로 매입한 바도 없었죠. 그런데 올해 2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하이브가 SM 지분 25%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던 지난 2월22일 2만5000주를 갑자기 취득하였습니다. 평균체결가격은 12만2500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추가로 3만1000주를 매수하였습니다. 취득규모로 볼 때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가가 12만원을 훌쩍 넘은 상태에서 SM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행위는 투자자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겁니다.
3.
하이브는 상당한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SM은 물론 신한투자증권측에도 일종의 경고공문을 송부하였습니다. 하이브가 공문에서 지적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하이브의 공문주장 요지
SM 자사주취득계약 공시하자마자 번복, 왜?
이미지 확대보기
4.
한편 이런 와중에 어제(2월27일) SM은 또다시 신한투자증권과 635억원의 1년짜리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공시하였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니 중간 부분에 신한측과 계약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논란이 되자 SM은 "향후 3개년간 이수만 전 대주주에게 사후정산됐을 프로듀싱 인세 추정금액 약 635억원을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자사주 취득계약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공시를 굳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 하루전에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개했다는 점은 오해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공시를 굳이 세세하게 읽어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세세한 사안들을 더 따져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자사주 취득이나 공시를 한 시점으로 보면 의도없는 행동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2만원을 웃돌고 있는 주가가 추락하지 않게끔 하여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자사주 취득 또는 공시를 하였다고 할 때, 이것이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필자도 잘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