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2년 4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닝쇼크입니다. 전기 대비로는 60% 줄어들었습니다.
1월6일 삼성전자 잠정실적발표에 따르면 '22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0조, 영업이익 4조3000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8.6%, 69% 감소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을 1조 9000억원대로 추정했습니다. 올해 1분기 또는 2분기에는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죠.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감산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이 지난해 감산 선언을 할 때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도체에서 적자가 날 상황으로까지 몰린다면 입장에 변화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대왕카스테라 제조업체 A가 불황으로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설비와 인력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정상레벨 생산량은 연 1000개이지만 500개만 생산하였죠.
당기의 감가상각비가 2000원 발생하였다고 해 봅니다. 감가상각비는 제조원가에는 어떻게 반영될까요.
실제 생산량 500개를 기준으로 하면 개당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는 2000원/500개=4원이죠. 이 가운데 400개가 판매되었다면 매출원가 감가상각비는 4원X400개=1600원입니다.
2.
그러나 이런 감가상각비는 일반적으로 정상레벨 생산량(정상조업도)에 기초하여 배분합니다. 카스테라 개당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는 2000원/정상생산량 1000개=2원이 되죠.
그렇다면 카스테라 400개가 판매되었을 때 매출원가 감가상각비는 2원X400개=800원 밖에 안된다는 이야기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카스테라 재고 1개에 포함된 감가상각비는 2원이 맞습니다. 500개의 실제 생산재고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는 그래서 1000원이 맞죠. 매출분 400개에 포함된 감가상각비도 800원이 맞습니다.
3.
그럼 실제 발생한 감가상각비 2000원 가운데 생산재고에 제조원가로 분배된 1000원 말고 나머지 1000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건 제조원가로 보내지 않고 몽땅 당기비용으로, 즉 당기의 매출원가로 처리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경우 카스테라 400개를 판매하였을 때 매출원가 감가상각비는 '(2원X400개)+1000원'을 하여 총 1800원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의 경우보다 200원이 늘었죠.
4.
만약 감산하지 않는다고 해 봅시다. 1000개를 생산하면 개당 감가상각비는 2원이고, 400개를 판매한다면 매출원가 감가상각비는 800원이죠.
감산을 하였을 때보다 원가부담, 손익부담이 적습니다. 물론 재고부담(예컨대 재고평가손)은 있습니다.
A가 타 경쟁업체들에 비해 지금 현재 시장지배력과 원가경쟁력이 높다고 해 보죠. 불황기 제품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경쟁업체 B,C,D는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A가 정상레벨의 생산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이 있고, 발생 가능성 있는 재고평가손실을 감안하고도 적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불황이 장기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
A는 감산하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쟁업체들에게 타격을 주는 거죠.
5.
그러나 수요침체에 따라 가격이 생각보다 더 떨어지고, A도 적자를 각오해야 할 상황이라면 감산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불황이 장기화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감산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업체에 타격을 주고 업황 턴어라운드시 시장지배력을 더 키울 수는 있을 겁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22년 4분기부터 본격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감산효과는 1분기 중반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그 시점에서의 반도체 가격추이와 삼성전자 반도체의 흑자유지 여부, 반도체 시황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망변화에 따라 감산 방침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내부적으로는 이미 감산 검토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