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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강 자사주..의도했나, 오비이락인가

  • Korea Monitor
  • 2022-12-07 23:06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까마귀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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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제강이 지난 11월24일 인적분할 공시를 냈습니다. 목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입니다.

이 회사는 자기주식(자사주)를 24.6%나 보유하고 있네요. 자사주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사로 전환할 때 대주주에겐 참 좋습니다. 자사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한몫 해주니까요.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언제부터 이렇게 자사주가 많았을까요?

2.
대한제강은 올해 들어 자사주 규모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자사주를 끌어모았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이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기 위해 증권사와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매입 목적을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기재했을 겁니다.

주주들은 이렇게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해 주길 바랬겠지만, 회사는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작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분할 공시 이후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3.
이해를 돕기 위해 이 회사가 공시한 분할비율 등 숫자를 좀 간단하게 하여 설명해보겠습니다.

대한제강은 철강사업을 따로 떼어 새 회사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분할신설회사 사명은 ㈜대한철강을 그대로 가져가죠. 분할존속회사는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회사가 될 것인데, 사명을 가칭 ㈜디에이치오로 합니다.

분할비율은 존속 0.7 대 신설 0.3입니다.
이 회사 총 발행주식이 1000주, 자기주식이 250주(25%)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나머지 750주(75%)는 대주주와 일반주주들이 가지고 있겠죠.

아래 그림을 참조하면 되겠습니다. 인적분할을 하면 그냥 회사 발행주식 1000주가 분할비율에 따라 디에이치오 주식 750주와 대한제강 주식 250주로 나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선 주주 지분 750주부터 나눠봅니다. 디에이치오 주식 525주(750주X0.7)가 됩니다. 아울러 대한제강 225주(750주X0.3)가 됩니다.

그림처럼 기존 주주들이 분할 전 갖고 있던 주식이 분할 후의 디에이치오 지분과 대한제강 지분으로 다 바뀌게 되는 셈이죠. 분할 후 두 회사에 대한 개별주주들의 지분율도 분할 전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한제강 인적분할   (주주 보유주식 분할)

대한제강 인적분할 (주주 보유주식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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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 그럼..
분할 전 주주들이 보유하였던 주식은 이렇게 되는데, 회사가 보유하였던 자사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자사주는 분할과정에서 디에이치오의 소유로 귀속됩니다. 지주회사 체제를 위한 인적분할인 경우 자사주는 무조건 지주회사가 될 존속회사가 갖는 것으로 결정을 하죠.

이 자사주 250주 역시 주주 지분과 마찬가지로 분할 후의 디에이치오 지분 175주(250주X0.7, 지분율 25%)와 대한제강 지분 75주(250주X0.3, 지분율 25%)로 변신하게 되죠.

그럼 어떻게 되나요?
분할 후의 디에이치오는 자사주(디에이치오 주식)을 25% 갖게 되면서 동시에 대한제강 지분을 25% 갖게 되는 것이죠.

대한제강 인적분할  (자사주의 분할)

대한제강 인적분할 (자사주의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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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분할 후 일반주주 입장에서 봅시다. 대한제강 주주 구성을 보면 대주주, 일반주주 외에 디에이치오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지분율도 25%로 꽤 높습니다.

분할 전의 대한제강 자사주 25%는 의결권도 없고, 배당권도 없었죠. 그런데 분할 후에 디에이치오가 가진 대한제강 지분 25%에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다 있죠.

그만큼 대한제강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나눠야 하는 겁니다. 또 의결권도 나눠야 합니다.

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디에이치오를 통하여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현물출자 유상증자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대주주는 디에이치오에 대한 지배력을 훨씬 더 강화할 수 있고, 동시에 디에이치오는 대한제강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따라 '대주주-->디에이치오-->대한제강'으로 이어지는 지배력 확대의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분할 과정에서 신설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존속회사에게 귀속되는 자사주에 대해서도 배정해주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신설회사 대한제강은 신주를 300주 발행해야 하는데,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나눠줍니다. 75% 지분을 보유한 기존 주주에게 225주가 배정되고, 25% 자사주를 보유한 디에이치오에게 75주가 배정된 겁니다.

분할 전 자사주가 디에이치오에게는 대한제강에 대한 지배력으로 변신하여 부활한 것이죠.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만큼 일반주주에게는 잃는 것이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지주회사로 전환할 생각이라면 인적분할을 앞두고 자사주를 많이 확보할수록 대주주에게 좋겠죠?
대한제강의 '21년말 기준 자사주는 307만 3225주로 12.4%였습니다. 올해 1분기 회사는 삼성증권과 두차례 걸쳐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합니다.

회사가 650억원을 삼성증권에 맡기고 1월~8월까지 알아서 자사주를 사들이게 하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삼성증권은 1분기에 자금을 다 소진하여 306만 6516주(12.2%)를 추가확보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사주 지분율이 24.6%로 껑충 뛰었는데, 이걸 인적분할 지주사 전환에 바로 요긴하게 활용하는군요.

회사 의도는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지주사 전환 결정을 하여 자사주를 활용하게 된 것일까요? 아니면 내부적으로는 지주사 결정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 작업에 들어간 것이었을까요?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었다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인적분할에 나서는 순서를 밟을 수도 있을텐데 회사는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사주가 인적분할시 일반주주 가치 훼손을 불러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하여 국회에 여러 개의 규제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인적분할시 분할신설회사가 존속회사에게는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게 하거나 배정하더라도 의결권이나 배당권을 제한하는 법안들입니다. 언제 통과될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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