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주주를 얕보지 마라
- Korea Monitor
- 2022-11-12 21:02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1.
합병에서는 합병하는 회사(존속회사)와 합병당하는 회사(소멸회사)가 있겠죠. 대개는 존속회사 대주주가 합병이 끝난 뒤의 합병사 대주주가 됩니다. 그런데 소멸회사의 대주주가 합병사 대주주가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소멸회사가 하던 사업이 합병사로 이전되어 그대로 유지되면서 소멸회사의 대주주가 합병사 대주주가 되는 것을 우리는 ‘역합병’이라고 부릅니다. 역합병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팩 합병입니다.
2.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불리는데요,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주식회사 형태 페이퍼컴퍼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초기 출자를 하여 스팩을 만들죠. 그리고 IPO를 거쳐 증시에 상장합니다. 이 때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하여 스팩 주주가 되죠. 이제 스팩은 공모규모에 따라 수백억원 자금을 보유한 상장사가 됩니다. 하는 사업은 없이 돈만 가진 채 합병 대상 비상장기업을 찾아나서죠.
3.
필자의 저서(1일3분1공시)에서 언급된 미래애셋대우2호(이하 미래2호) 스팩을 사례로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스팩은 '19년 방송프로그램 및 광고컨텐츠 제작사인 애니플러스와 합병하기로 하였습니다. 미래2호가 애니플러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죠. 미래2호는 상장사이므로 주가흐름에 따라 주당 합병가치가 2425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애니플러스는 비상장사이므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구하여 가중평균하였습니다. 주당 합병가치는 1만1053원입니다. 따라서 합병비율은 1대4.9로 정해졌죠.
애니플러스 주주들에게 1주당 4.9주의 미래2호 주식을 배정하면 됩니다. 애니플러스 대주주(지분율 33%)는 미래2호 주식을 많이 배정받습니다. 그래서 합병 이후 미래2호의 대주주가 되는데요, 미래2호는 사명을 애니플러스로 바꿉니다.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는 애니플러스가 소멸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역합병이 일어나면서 애니플러스가 우회상장되는 효과가 발생하죠.
합병은 주총결의사안입니다. 스팩과 애니플러스 모두 합병 주총을 열어 승인받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4.
주총에서 합병이 부결되는 경우가 있을까요? ‘09년 우리나라에 스팩제도가 도입된 이래 ‘11년 2건의 부결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스팩 합병이 주총에서 무산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올들어 11개 기업이 IPO를 철회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평가 논란 속에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IPO를 하지않고 스팩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은 이같은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팩 합병에서도 고평가 논란이 이슈가 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온라인 가구유통회사 스튜디오삼익이 IBKS13호 스팩과의 합병으로 상장을 추진하였으나, 스팩 주총에서주주들이 합병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번 부결은 스튜디오삼익 가치 고평가 논란이 이유라고 합니다. 이 회사가 '21. 4월 투자유치 때 평가받은 가치는 400억 이었습니다.
올 8월 합병안 발표 때는 1120억이었다가 논란이 일자 900억으로, 다시 780억으로 하향조정 되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고무줄처럼 8월 1120억에서 11월 780억으로 줄었군요. 하지만 스팩 주총을 넘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런 사례는 주총에서 무산되었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합병 논의 단계에서 스팩측과 기업측간 밸류에이션 견해차로 무산되는 경우는 밖으로 알려지지도 않습니다.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런 사례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