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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한국 구멍가게 기업의 흑역사

  • Korea Monitor
  • 2022-10-19 10:16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이미경 화백 작품

이미경 화백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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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년 당시 LIG건설이 2000억원 어치 CP(기업어음)를 발행합니다.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증권사의 호객행위에 홀딱 넘어간 투자자들은 퇴직금, 결혼자금, 노후자금을 이 CP에 밀어넣습니다. 그리고 보름도 채 못되어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죠.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겁니다.
당시 LIG건설 로고

당시 LIG건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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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그룹을 경영하고 있던 대주주 일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LIG건설이 법정관리 보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줄 몰랐다"

동네구멍 가게만도 못한 이런 곳이 매출 수천억 대기업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멍가게 주인도 한달 뒤의 가게 자금 사정 정도는 알죠. 줄 돈이 얼마인지, 받을 돈이 얼마인지 정도는 안단 말이죠.

2.
금융당국이 파 봤더니, 이미 오래전부터 LIG건설은 위태위태했습니다. LIG건설이 부도나면 대주주 일가가 금융권에 담보로 맡긴 핵심 계열사 LIG손해보험의 주식을 잃게 되어 있었죠.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LIG건설로 하여금 CP를 팔아 돈을 조달하게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실상 사기성으로 발행한 CP자금으로도 열흘 정도 밖에 못 버틴 겁니다. 대주주 일가는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LIG건설 사기성 CP 발행사건 만기출소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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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P 발행을 주관하고 판매한 증권사들은 "우리도 억울하게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멀쩡한 회계법인도 코스닥 중소기업의 분식회계 장난질에 깜박 속는 일이 부지기수죠. CP 수수료 따 먹는데 혈안이 된 증권사쯤이야 LIG그룹은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을 겁니다.

오로지 경영권 유지를 위해 개미 투자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비난과 법적 처벌을 면하려고 대주주 일가와 경영자들은 "우리도 열흘 뒤 자금사정을 알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구멍가게보다 못한 경영을 해 왔다는 자백이었던 거죠.

4.
화재시 서버가 모두 다운되는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한국의 대표 IT기업 카카오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 합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에 따른 전원차단과 서버다운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했다"고 발언했다죠. "우리는 구멍가게만 못해요"라고 자폭성 자백을 하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합니다.

내친 김에 구멍가게 보다 못했던 기업들의 흑역사를 또 하나 이야기해보죠. .

5.
'12년 10월2일은 웅진홀딩스가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1조1400억원을 받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매수자는 MBK파트너스.
그런데 대금 유입을 불과 일주일 남긴 9월26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매각대금은 10월2일에야 들어오는데, 9월말까지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윤석금 회장의 설명이었죠. 그래봐야 이틀 차이입니다.
당시 웅진코웨이 로고

당시 웅진코웨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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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와 1조2000억원(계약금 600억원)에 웅진코웨이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은 것이 8월15일입니다. 9월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부채인가요?

8월15일이면 9월말 만기 차입금과 상환자금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돈 나올 별다른 구멍이 없으면 MBK에게 9월말까지 매매대금을 달라고 했어야 죠.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채무를 동결시켜놓고 웅진코웨이는 나중에 다시 매각하겠다고 말했죠. 그래서 법정관리 신청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무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의심받았습니다.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웅진코웨이는 MBK로 넘어가긴 합니다.

7.
세상 참 웃긴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달 뒤의 차입금 만기상황이나 자금수지조차 파악 못하는 경영능력을 보유했던 웅진그룹은 7년 뒤인 '19년 코웨이를 MBK로부터 다시 매수합니다. 윤 회장이 명예회복에 나섰다고들 했죠. 그러나 결과는 참으로 처참합니다.

아무리 남의 돈으로 M&A를 한다해도 80%가 넘는(90%였나?) 인수자금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렇게 무리하여 코웨이를 꿀꺽 했다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속칭 ‘오바이트’를 합니다. 웅진그룹은 인수 몇달만에 코웨이를 다시 토해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재무리스크로 향후 그룹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웅진코웨이를 매각키로 했다"

선제적이라니요? 손을 대지를 말았어야죠. 이게 명색 중견그룹의 리스크 관리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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