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건조중인 조선소(현대중공업)
조선업계에 선물환 줄이라던 정부, 이젠 늘리라고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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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조선업체 선물환(先物換)을 직접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중은행이나 국책은행이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물량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되, 은행권 거래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외환국평형기금을 활용하여 정부가 직접 매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1년 전만 해도 정부는 단기외채 증가를 걱정하며 선물환 거래한도를 다시 죄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책은행은 물론 외평기금을 동원해서라도 환율상승 압력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2.
지난해부터 수주가 급증하고 있는 조선업계는 선박대금을 달러로 받습니다. 선박 건조계약을 하면 선수금으로 20%를 받죠. 중도금 30%는 건조 중 세차례에 나누어 받습니다. 나머지 잔금 50%는 선박을 완성하여 인도한 뒤 수령합니다. 이렇게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선업체은 환율변동 위험을 헷지하기위해 은행과 선물환 매도계약을 체결합니다. 실제 거래 과정은 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축약하여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조선소가 1년뒤 선박대금으로 100달러를 받을 예정입니다. A는 환율 1200원에 B은행과 선물환 계약을 체결합니다. 1년 뒤 환율이 어찌되었건 100달러를 은행에 주고 12만원을 받기로 한 거죠. 조선업체는 이렇게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합니다.
선물환을 매수한 은행도 환율변동 위험 헷지에 나섭니다. 해외은행으로부터 100달러를 차입합니다. 이를 외환시장에서 환율 1200원에 환전하죠. 그리고 국내 기업에 12만원을 대출하여 줍니다.
1년 뒤 은행은 조선업체로부터 선물환 정산대금으로 100달러를 받아 해외은행에 갚으면 됩니다. 은행은 조선업체로부터는 외환거래 수수료 수익을, 국내기업으로부터는 대출 이자수익을 올리게 되죠. 물론 해외은행 차입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물어야 되겠죠.
국내 은행이 이러한 거래과정에서 차입한 달러를 계속하여 외환시장에서 공급(환전)하면 환율은 하락합니다. 원화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거죠.
3.
과거 2006년~2007년 조선업계 수주 호황기에는 정부의 불만이 컸습니다.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선물환 매도 물량을 내놓았고, 그 결과로 환율이 급락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조선업체 때문에 수출기업 다 죽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만큼 환율방어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정부는 조선사들을 지원해 연말까지 80억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게끔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조선업체들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적극적으로 선물환 매도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