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이하 디스커버리)가 자회사 SK케미칼(이하 케미칼) 지분 5% 공개매수에 들어갔습니다. 지분율을 37%에서 4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겁니다. 9월2일~21일까지 91만9118주를 주당 10만8800원(총 1000억원)에 장외에서 사들일 예정입니다.
디스커버리의 케미칼 공개매수 요약정보
SK케미칼 공개매수, 궁금한 게 많다
이미지 확대보기
2,
한가지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공개매수 뒤 케미칼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합니다. 케미칼 경영성과가 디스커버리에 보다 명확하게 반영되게 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케미칼 경영성과는 디스커버리에 반영됩니다.
디스커버리는‘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케미칼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케미칼 지분에 대해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케미칼의 ‘21년 당기순이익이 10억이라고 해보죠, 디스커버리는 지분율(37%)에 해당하는 3억7000만원을 ‘21년 결산시 자기의 연결손익계산서에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지분율 20%~50% 자회사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디스커버리 주장대로 케미칼을 연결자회사 즉 종속기업으로 변경하면 두 회사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한 회사처럼 합칩니다. 디스커버리의 연결재무제표상 자산, 부채, 매출, 영업이익 등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되는 거죠
지배-종속 관계는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성립됩니다. 지분율 50% 이하이더라도 지배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주의 분산입니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주들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면, A는 B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주주들의 지분이 분산되어 있다는 단순이유만을 내세워 지배력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일반주주들의 주총 참석률과 안건별 표결 상황 등을 봤을 때 30% 지분만 가져도 실질적으로 50% 넘는 유효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겠죠.
디스커버리가 케미칼 지분을 37% 가질 때는 유의적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었는데, 단 5%의 지분율이 증가하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종속기업(연결자회사)로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미약품 주총에서 나타난 한미사이언스의 유효의결권 비율
SK케미칼 공개매수, 궁금한 게 많다
이미지 확대보기
4.
디스커버리가 케미칼을 종속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자의 계산으로는 약 1000억원에 이르는 회계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현금흐름과 무관한 비용이라 큰 의미를 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회계부담을 안고서, 더구나 50% 초과도 아닌 42% 지분만으로 굳이 연결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지배력 변경에 따른 회계득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케미칼을 종속회사로 변경하면 디스커버리에게는 관계기업처분손실과 염가매수차익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관계기업처분손실+염가매수차익 발생'이라는 묘한 조합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케미칼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관계기업 주식 37%에 5%가 더해지면 종속기업 주식 42%로 변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디스커버리는 관계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종속기업 주식을 새로 취득하는 것처럼 회계처리해야 합니다.
37% 처분가격은 공정가치로 평가해야죠. 케미칼이 상장사이므로 공정가치는 주가로 보면 되겠습니다.
42% 취득가격은 얼마일까요? 42% 가운데 37%는 공정가치(주가)로 취득하는 것이고, 5%는 공개매수가격으로 취득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디스커버리가 재무제표에 기록해놓은 케미칼 지분 장부가액은 지분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케미칼 주가와는 무관하죠,.
예를 들어 케미칼 장부가격이 100인데, 공정가치(주가)는 70이라고 해 봅시다. 100을 70에 처분하는 것이니, 30의 처분손실이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로 디스커버리가 재무제표에 잡아놓은 케미칼 장부가액보다 공정가치가 꽤 낮습니다. 케미칼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5.
이번에는 왜 염가매수차익이 생기는지 보겠습니다. 우선 이런 경우를 한번 보겠습니다. 디스커버리가 취득한 케미칼 지분 42% 가치(37%는 주가 기준 공정가치, 5%는 공개매수가격)가 150이라고 해보죠. 반면 케미칼 순자산의 42%에 해당하는 금액은 100입니다.
순자산 100짜리를 150에 취득한 셈이 되는 거죠. 디스커버리가 50의 웃돈을 주고 취득한 겁니다. 따라서 디스커버리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영업권(자산)으로 50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디스커버리 케이스에서는 반대현상이 나타납니다. 디스커버리가 취득한 케미칼 지분 42% 공정가치는 100이고, 케미탈 순자산의 42%가 150인 거죠. 150짜리를 100에 취득하였으니 그 차액 50만큼 디스커버리에게는 염가매수차익이 생깁니다. 이 차액은 당기의 이익으로 반영합니다.
이러한 염가매수차익 역시 케미칼 주가가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죠.
사업결합에 따른 SK디스커버리 회계득실
SK케미칼 공개매수, 궁금한 게 많다
이미지 확대보기
6.
결과적으로, 디스커버리에게 발생하는 '관계기업처분손실'과 '염가매수차익'을 합산하면 마이너스 1000억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분 37%와 지분 42%에서 왜 지배력 변경이 발생하는지, 아울러 케미칼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할 때 디스커버리와 케미칼 각각에게 이로운 점은 무엇인지, 모호한 표현말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하지 않을까요?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SK케미칼 공개매수, 궁금한 게 많다
이미지 확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