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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평가손실 난다면 에쓰오일과 SK 중 누가 불리?

  • Korea Monitor
  • 2022-07-22 23:23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원유채굴

원유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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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유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자, 정유사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증권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제마진이 급락하고 있다는 거죠. 최근 한달새 배럴당 정제마진(싱가폴복합정제마진 기준)은 30달러에서 8달러까지 추락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게 봅니다.

만약 유가가 계속 급락하여 정유사들이 원유재고에서 평가손실을 보는 상황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고자산평가손실은 매출원가에 더해지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악화시킵니다.

많은 매체들이 SK이노베이션보다 에쓰오일의 원유재고 평가손실이 더 커진다고 말합니다. 에쓰오일의 재고자산평가는 이른바 '선입선출법'이라 유가가 하락하는 시기의 기말 재고자산 가치가 '총평균법'을 사용하는 SK이노베이션보다 더 낮기 때문이라는 논리죠. 정말 그럴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은 키가 160센티미터이고, 한 사람은 180센티미터 입니다. 총알이 190센티미터 높이에서 날아다니면 두 사람 다 안전하죠. 170센티미터 높이에서 날아다니면요? 키가 큰 사람은 위험에 처합니다. 총알이 160센티미터 높이로 떨어질 때까지 키가 작은 사람은 안전하겠죠. 비교가 좀 살벌했나요? 유가 하락기 에쓰오일의 원유재고는 키 작은 사람, SK이노베이션은 키 큰 사람에 해당합니다.

조금은 과장된 가상 수치를 가지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와 에쓰오일 모두 1월초 재고는 2배럴, 1월 한달동안 세차례에 걸쳐 2배럴씩을 매입했습니다. 유가는 점점 떨어져 최근 매입한 원유가 가장 쌉니다.

두 회사 모두 월말에 남은 재고는 4배럴입니다. 그럼 월중에 4배럴이 정제에 투입된 것이군요.
원유 월중 매입과 월말 재고

원유 월중 매입과 월말 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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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의 선입선출법으로 월말 재고 단위당(배럴당) 가격을 산출해 보겠습니다. 먼저 들어온 재고(선입)가 먼저 정제투입(선출)되었으므로, 월초 2배럴과 1월10일 매입한 2배럴이 정제투입되었습니다(합계 60달러)

남은 월말재고 4배럴은 1월20일과 30일 매입분이죠(합계 20달러). 1배럴당 원유재고 장부가격은 5달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총평균법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매입가격 총합산 80달러/매입량 8배럴'을 계산하면 1배럴당 원유재고 장부가격은 10달러입니다.

월말 재고 4배럴의 가격은 40달러이고요, 정제투입된 4배럴 역시 40달러입니다.

(1)
월말에 결산을 하는데, 국제 원유가격이 15달러라면 어떻게 될까요. 에쓰오일이나 SK이노베이션 모두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없죠. 배럴당 국제원유 시세가 재고의 배럴당 장부가격보다 높으니까요.

(2)
국제시세가 5달러라면요? SK이노베이션의 재고 장부가격과 국제시세 간 배럴당 5달러의 차이가 생기죠. 재고 1배럴당 5달러씩해서 총 20달러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나겠군요.

(3)
국제시세가 3달러라면요? 두 회사 모두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해야 하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배럴당 7달러(10달러-3달러)씩해서 총 28달러 손실입니다. 에쓰오일도 배럴당 2달러(5달러-3달러)씩 해서 총 8달러 손실입니다.

배럴당 재고자산 가격과 평가손실

배럴당 재고자산 가격과 평가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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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재고자산평가손실은 기말 재고자산의 단위당 장부가격이 낮다고 해서 커지는 게 아닙니다. 그 반대죠. 재고평가손실은 기말의 재고원유 1배럴 장부가격보다 국제시세가 더 낮아지면 인식하는 것이므로, 재고 장부가격이 높으면 불리합니다. 낮으면 유리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유가 하락기 선입선출법 에쓰오일보다 총평균법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합니다. 많은 매체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죠.

그러나 한편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의 총액이 어느 회사가 더 큰 지를 따지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있습니다. 원유재고의 단위당 평가손실과 총재고손실 규모는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에쓰오일이 원유를 많이 도입하는 바람에 기말재고가 SK이노베이션보다 훨씬 많다면 배럴당 손실은 작아도 총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겠죠.
위 가상의 사례에서는 제품 재고는 없는 것으로 가정하였지만, 총재고자산평가손실을 따질 때는 제품 재고 규모의 영향도 고려해야겠죠.

사례에서 보면 에쓰오일이 정제투입한 4배럴 가격은 60달러 입니다. 배럴당 15달러죠.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배럴당 10달러입니다.

제품 제조원가 측면에서는 에쓰오일이 더 높죠. 따라서 에쓰오일은 원유재고에서는 유리하고 제품재고에서는 불리합니다. 기말 제품의 재고량이 두 회사의 총재고평가손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상 정유사는 제품재고보다 원유재고량이 많은 편입니다. 또 한가지, 원유재고에서 미착품(현재 수송중인 원유)이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합니다. 이래저래 고려해야 할 것이 많군요. 그냥, 국제원유가격 급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난다면 에쓰오일보다는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한 편이라 생각해도 무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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