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오뚜기는 왜 오뚜기라면을 '연결'하지 않았을까?

  • Korea Monitor
  • 2022-07-20 10:21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오뚜기

오뚜기

이미지 확대보기
1.
SK그룹 지주회사 SK는 SK이노베이션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를 묶어 한 회사인처럼 연결회계를 한다는 겁니다(연결실체 구성). 지분 관계가 33.4% 밖에 안되는데 말이죠. 그 이유는 뭘까요?

SK의 의결권이 과반수는 안되지만 다른 주주들에 비해 상당히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첫째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다른 주주들이 한데 뭉쳐 SK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다른 주주들이 널리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SK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는 겁니다. SK가 SK텔레콤(30%), SK스퀘어(30%), SK네트웍스(39%), SKC(40%)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연결회계를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이는 SK그룹 말고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회계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2.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지주를 합병한다고 합니다. 오뚜기라면지주는 원래 오뚜기라면이라는 회사였습니다. 오뚜기는 직접 라면을 제조하지 않습니다. 오뚜기라면이라는 별도의 제조회사로부터 라면을 매입하여 판매해 왔습니다.

그동안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유의적 영향력이 있다고 하여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여 왔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오뚜기라면의 지분구조가 어땠는지 한번 볼까요?

오뚜기 지분이 35%, 함영준 지분이 24.7%, 기타 지분이 40.1% 였습니다. 오뚜기 지분이 과반에 못 미치는 35%입니다. 단순하게 지분율로만 보면 지배력이 있다고 말할 순 없겠죠. 그럼 여타 주주들을 한번 봅시다.

함영준은 오뚜기 회장입니다. ‘21년 말 기준으로 함영준과 특수관계인들의 오뚜기 의결지분율은 50.01%입니다. 오뚜기라는 회사하고, 그 오뚜기를 지배하는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라면의 주요 영업 재무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35% 밖에 안된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기타 지분 40.1% 역시 대부분 오뚜기그룹의 계열사들일 것입니다. 이 40.1% 지분이 오뚜기나 함영준 회장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겠습니까? 이들은 모두 오뚜기나 함영준 회장의 영향권에 있는 회사들입니다.

그렇다면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에 대해 그동안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사고 아닐까요? 회계기준에서는 사실상의 지배력 보유에 대해 연결회계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3.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을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두는 게 훨씬 유리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만, 연결종속기업으로 분류하는 게 회계기준에 부합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라면사업을 물적분할했습니다. 회사를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라면 2개로 분리하였습니다. 오뚜기라면지주는 오뚜기라면 지분 100%를 가진 회사가 된 거죠.

그리고 이 오뚜기라면지주를 이번에 오뚜기가 합병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따라서 오뚜기라면은 합병 후 오뚜기의 100% 자회사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은 자연스럽게 한몸 연결회계를 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 합병에 대해 자본시장에서는 그동안 오뚜기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들 해석하고 있습니다.



댓글 작성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