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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본이 뭔데?

  • Korea Monitor
  • 2022-07-15 19:02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재고자산

재고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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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21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하였다고 해 보겠습니다.
‘21년 중 농가에서 수박을 10개를 10만원에 매입했습니다(매입단가 1만원. 5개는 현금, 5개는 외상)
‘21년 중에 8개를 팔았어요(판매단가 3만원. 5개는 현금, 3개는 외상)

주어진 내용만 가지고 결산을 해 봅니다. 손익계산을 해보면 다음 표와 같죠.

매출액

24만원

3만원X8

매출원가

8만원

1만원X8

이익

16만원




실제 현금흐름

실제 현금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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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계산서 이익 16만원이 전액 현금인 것은 아니죠.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한 이익은 10만원이 맞습니다. 수박매입으로 5만원이 나갔고, 수박매출로 15만원이 들어왔으니까요.
모든 상거래를 즉시즉시 현금으로만 한다면 손익계산서 이익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일치하겠죠. 그러나 그런 상거래는 존재하지 않죠.(현금만 고집하는 식당 빼놓고는요)

자, 그럼 손익계산서 상의 이익을 실제 현금흐름으로 교정을 해 봅시다.
수박이라는 상품(재고자산)을 매입하고 판매하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가 생겼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매출채권(영업활동 자산), 재고자산(영업활동 자산), 매입채무(영업활동 부채)입니다.

연초(기초) 대비하여 연말((기말) 매출채권 잔액이 증가하였다면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봅니다. 재고자산 잔액의 증가도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마이너스입니다. 매입채무 잔액의 증가는 플러스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수박을 팔고 돈을 못 받았으므로(매출채권 증가)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처리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원가를 투입하여 물건을 제조하거나 판매용 상품을 구매하였는데 못 팔고 있으므로(재고자산의 증가)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매입채무는 예컨대 원재료나 판매용 상품 같은 걸 외상으로 구매할 때 발생하는 거죠. 돈을 안 주고 외상으로 가져왔으므로(매입채무의 증가) 현금흐름에는 플러스가 되는 걸로 간주하면 됩니다.

영업자산과 부채가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을 이마트에 한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 이익

16만원

매출채권증가

-9만원
기초 0, 기말 9
재고자산증가

-2만원
기초 0, 기말 2
매입채무증가

5만원
기초 0, 기말 5
영업활동현금흐름

10만원
16-9-2+5

손익계산서 이익 16만원에서 출발하여 영업관련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영향(-9-2+5=-6)을 반영하면 10만원(16만원-6만원)입니다.
이것은 실제 창출된 영업현금흐름 10만원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잠깐,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겠죠. 예컨대 외상으로 원재료를 사서 매입채무가 증가한다면 현금흐름은 ‘0’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현금흐름을 10만원 증가로 처리하는 건가요? 또한 매출채권의 증가는 돈을 안 받고 팔았다는 것이니 역시 현금흐름은 ‘0’ 아닌가요?

원재료 10만원 어치를 외상으로 구매했다 해보죠. 현금흐름에서는 매입채무 10만원(+)와 동시에 재고자산(원재료) 증가로 10만원(-)처리를 하겠죠. 그래서 영업현금흐름은 결과적으로 10만원이 플러스 마이너스 되어 ‘0’이 되는 겁니다.
손익계산서의 이익과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의 증감은 서로서로 이렇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금흐름을 바로 잡아주게끔 작동합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자산이면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같은 것을 운전자본(또는 운전자산)이라고 부릅니다. Working Capital이라고 하죠. 운전자본에는 이 외에도 선급금 같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운전부채에는 매입채무 외에도 선수금, 미지급금 같은 것들이 있죠.

다만, 대개의 기업에서는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가 금액이 아주 크기 때문에 이 세 개를 영업관련 자산과 부채의 대표격으로 보는 겁니다. 또 이 세 개를 가지고 순운전자본을 산출해 보기도 합니다.

운전자산 잔액에서 운전부채 잔액를 빼면 순운전자본(NWC, Net Working Capital)입니다. 순운전자본이 증가한다면 현금흐름이 악화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래 이마트의 운전자본과 운전부채 잔액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


기초잔액

기말잔액

매출채권

0
9
재고자산

0
2
매입채무

0
5
순운전자본

0+0-0=0
9+2-5=6

기초 순운전자본은 0이죠. 기말 순운전자본은 6만원입니다. 매출채권 잔액+재고자산 잔액-매입채무 잔액으로 계산한 겁니다. 그랬더니 순운전자본이 기초보다 6만원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현금흐름에 마이너스 6만원의 영향이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손익계산서 이익 16만원에 순운전자본의 증가액(현금흐름악화액) 6만원을 반영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만원이 되는 겁니다.

기업에서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대개 매입매무 또한 증가합니다. 재고자산을 전액 현금주고 매입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매입채무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 플러스가 어느 정도 상쇄작용을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영업현금흐름은 상당히 나빠지겠죠. 운전자본은 크게 증가하고 운전부채는 제자리여서 순운전자본액이 커진다는 건 회사로서는 영업활동에서 현금흐름이 나빠진다는 겁니다.

유통공룡기업들의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이 증가하여 영업현금흐름이 나빠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롯데쇼핑의 ‘22년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증가하였는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소하였습니다.아래 표는 1분기 롯데쇼핑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친 영업관련 자산과 부채의 증감내역을 요약편집한 것입니다.

롯데쇼핑 22년 1분기 영업활동 자산과 부채 증감내역

롯데쇼핑 22년 1분기 영업활동 자산과 부채 증감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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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만 봅시다.
매출채권은 감소하였습니다. 현금흐름에 981억원이 플러스가 됐네요. 재고자산은 증가하여 현금흐름에 1677억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매입채무는 1572억 증가하여 플러스가 됐죠. 결국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가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은 876억 플러스라는 이야기입니다.

유통공룡들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여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재고자산이 증가하지 않았더라면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재고자산 증가는 매입채무 증가가 상당부분 상쇄를 하였습니다. 재고와 매입을 따로 떼놓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재고자산 증가없이 매입채무만 증가하였다면 현금흐름은 좋아졌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 가능성이 낮습니다.

현금흐름 악화 주요인은 기타부채, 기타금융부채의 감소 영향으로 보입니다. 감소금액이 상당히 큽니다.
'기타' 라는 게 어떤 항목들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미지급금, 선수금, 예수금 같은 것들일 겁니다. 미지급금 감소는 지급해야 할 돈을 많이 지급하였다는 것이니, 현금흐름으로는 감소겠죠. 미리 받아놓는 돈(선수금, 예수금)들을 덜 받으니 역시 현금흐름은 감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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