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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는 진정 호구인가? 채희봉, 분노의 반박
이미지 확대보기 가스공사가 민간기업보다 LNG(액화천연가스)를 2배나 비싸게 수입하여 국제 호구 노릇을 하고 있다는 매체 보도가 있었죠.(조선일보 6월16일 1면)
세계 최대 큰 손인 가스공사가 민간기업에 견주어 LNG 를 비싸게 도입하고 있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스공사는 얼마든지 싸게 도입할 수 있는데도 바가지를 쓰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건데, 왜 이런 상황을 지금까지 내버려 두는 걸까요?
아래 2개의 글은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이 해당기사를 반박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입니다. 6월 17일 분부터 먼저 보고 16일 분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채희봉(한국가스공사 사장)
6월 17일
구슬(천연가스)확보게임과 황당한 결과평가
(민간 등 직도입사 체리피킹과 가스공사의 수급관리의무가 도입단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가스공사와 A기업에게 게임을 시킵니다. 가스공사한테는 구슬을 매달 1개씩 1년동안 해외에서 사라고 조건을 부여합니다.
가격이 싸든 비싸든 매달 사와야 한다고 조건을 붙입니다. A 기업에게는 구슬의 개수뿐만 아니라 사는 시기도 알아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A 기업이 사려고 맘먹었다가 안 사면 가스공사가 사야 한다는 조건도 붙입니다. 참고로 한 해에 필요한 구슬은 총 24개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스공사와 A기업을 합쳐 구슬 24개를 확보해야 하고 24개에 미달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확보의무를 지는 측은 가스공사입니다. 가스공사는 A기업과는 달리 구슬의 구입가격과는 상관없이 단 1원만 최소한의 마진을 가지는 조건도 붙습니다.
참고로 구슬을 파는 국제거래상이 가스공사에 제시한 가격은 1,2,3월이 100원이었고, 4,5,6,7,8,9월은 50원, 10,11,12월가격은 200원이었습니다. 구슬을 파는 국제거래상은 A기업에게는 가스공사에 오퍼한 가격보다 매달 20원이 더 비싼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A기업은 원래는 가격이 싼 여름철에 6개를 사기로 하고 겨울철인 12월에 가격이 좋으면 6개를 더 사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철에 70원짜리 구슬 6개를 샀습니다. 한편 12월에 6개를 추가로 사려고 마음을 먹다가 값이 비싸 포기했습니다.
이제 A 기업은 총6개를 구입했고 구슬의 평균단가는 70원입니다. (만일 예정대로 6개를 겨울에 더 샀다고 가정하면 A기업의 평균단가는 145원이 됩니다)
가스공사는 매달 1개씩 총 12개를 사서 총 1,200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A기업이 12월에 6개 구입을 포기하자 게임규칙에 따라 12월에 급하게 6개를 개당 200원씩을 주고 총 1,200원을 들여서 더 사야 했습니다. 그래서 총 18개를 사는데 2,400원이 들었습니다.
가스공사가 구입한 구슬의 평균단가는 133.3원입니다.(만일 A기업이 예정대로 12월에 6개를 샀다고 가정하면 가스공사의 도입단가는 100원으로 떨어집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게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아야 할 (아니면 알고 있어도 모른척하는) 평가자가 오히려, 자신이 숫자를 비교해 보니 A기업은 개당 70원에 구슬을 샀는데, 가스공사는 두배나 비싼 가격인 개당 133.3원에 샀다고 면박을 줍니다.
가스공사가 국제시장에서 "호구"가 되고 있다고 맹비난을 합니다. 가스공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계약을 하고 있고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합니다. A기업은 한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하는데, 가스공사는 물량확보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가스공사가 원래부터 비싸게 사기로 유명한 회사이고 비효율적이니, 현재의 게임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간을 더 참여시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장차 민영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가스공사가 구슬을 비싸게 사기 때문에 더 마진을 많이 챙겨간다는 황당한 비난을 퍼붓습니다. 게임규칙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입니다.
(제가 예를 든것처럼 가스공사와 A기업이 12개를 나누어서 샀다면 즉 A기업에도 가스공사와 동등하게 수급관리의무를 부여했다면 가스공사와 A기업의 평균단가는 100대 145로 A기업이 45% 비싸집니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A기업이 수급관리의무가 있었으면 가스공사에 비해 도입단가가 45% 높아질 것이었는데, 수급관리의무가 없음으로 인해 체리 피킹을 한 결과 A기업의 도입단가가 가스공사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는것입니다.)
이 정도면 의원실과 조선일보의 원인분석이 틀렸거나 팩트에 눈을 감는 의도적인 공격 아닐까요?
채희봉(한국가스공사 사장)
6월 16일
가스공사의 천연가스도입단가에 대한 왜곡된 보도
아래 기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어있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
가스공사의 도입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법은 수십년짜리 장기도입계약을 하거나 해마다 국제시장에서 수시로 현물로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메이저기업들이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이든 현물가격이든 오퍼를 할때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가스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이번에 제가 싱가폴 출장을 가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메이저기업들이 현물가격오퍼를 할때 가스공사에는 JKM(한국일본에 수입되는 평균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하지만 다른 한국의 발전사에 대해서는 JKM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퍼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가스공사가 동일한 시점에서 장기계약이든 현물계약이든 오퍼를 받는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받는다는 것입니다.
2.
하지만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단가는 왜 민간보다 높아지나요? 그 이유는 민간사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가능한 구조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관리의무때문입니다. 국제천연가스시장이 seller's market일때 즉 외국의 메이저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때에는 민간 직수입자들은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기를 원합니다. 가스공사는 공급의무가 있어 비싼 가격에도 이를 도입해야 합니다. 반대로 국제시장이 buyer's market일때, 즉 국제시세가 낮게 형성될 때에는 민간발전사들 또는 발전자회사들은 자신들이 직도입을 하기를 선호합니다.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의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들여올수 있으니까요. 즉 선택적으로 유리할 때만 자신들이 직접 도입을 하는 소위 "체리피킹"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시세가 저렴하게 형성되었을 때에도 이를 민간이나 발전자회사가 아니라 가스공사가 대신 들여왔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보다 싼 가격으로 들여왔을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 고가 현물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의 공급부족 그리고 올해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현물가격이 극도로 비싸지는 상황에서는 민간발전사와 직도입사는 현물도입을 꺼립니다. 이렇게 민간발전사들이 회피하는 도입부담은 가스공사로 전가됩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가스공사가 수급을 책임져야 하고 안 그러면 전력부족사태가 발생하니까요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가스공사가 호구가 되었다면 이는 국제 메이저기업들이 가스공사를 호구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지금 설명드린 것처럼 세계최고의 도입경쟁력을 가진 가스공사를 민간과 발전자회사 직도입사들의 체리피킹과 가스공사의 무한수급책임 때문에 호구로 만든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자료를 입수한것으로 알려진 의원실에서 설마 이러한 내용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3.
이 기사는 역설적으로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과 수급의무에 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첫째 이 기사는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유지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기사입니다
가스공사가 만일 지금 시점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계약물량중 약 300만톤을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돌려서 팔면 앉아서 1조원이 훨씬 넘고 때로는 수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민간회사의 사장이라고 하면 고가의 현물도입을 포기하고 오히려 현재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물량을 해외현물시장에다 내다 파는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장사하면 가스공사의 주가는 최소한 수백퍼센트 상승할것입니다. 하지만 공공성과 수급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가스공사는 그렇게 이윤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둘째 천연가스 수급관리제도의 개선필요성입니다.
만일 지금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위기상황에서 수급관리부담을 가스공사와 다른 민간사 또는 발전자회사들이 나눠어 진다면 가스공사 혼자서 비싼 현물을 사야하는 부담은 줄어들것입니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비싼 현물을 사더라도 전혀 이윤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습니다. 즉 비싸게 도입을 해야할 유인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원료비에 저장탱크와 파이프라인 비용만 추가해서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가스공사의 영업실적이 고가의 현물을 들여와서 좋아진 것처럼 악의적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2022년에는 사상최고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릴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국내와 무관한 해외프로젝트의 수익에서 나올것입니다
오히려 가스공사는 이렇게 원료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을 제때에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6조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과정에서 제대로 보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수급관리과정에서 가스공사가 떠안는 부채비율증가를 마치 방만경영에서 기인한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이러한 기사를 계기로 국회논의 등을 통해서 가스산업의 공공성 제고 방안과 수급관리에 대한 제도개선 그리고 모순적인 공기업 경영평가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을 논의해줄것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