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상증자 공시를 낸 기업들의 주가 변동을 주의하라는 목소리들이 있죠. 기업에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거야 일상다반사죠.
하지만 최근 무증과 관련한 주가 급변동 양상은 여느 때보다 훨씬 심한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증시가 워낙 침체되어 있다보니 무상증자 정도의 호재성 이벤트에도 투자자들이 막 몰려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반투자자들 피를 빨아먹으려는 작전세력이라도 개입했기 때문일까요?
1.
우리는 흔히 무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공짜로 나눠준다는 말에는 오해가 담겨있습니다.
회사의 순자산(자산-부채) 즉 자본은 주주의 것이라 할 수 있죠. 무상증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주의 몫인 순자산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잉여금을 소진해야 합니다.
즉 잉여금을 재원으로 무상신주를 발행하는 거죠. 주주는 자기의 것인 잉여금을 털어서 무상신주를 받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공짜’는 아니라는 겁니다.
주식을 발행하면 자본금(액면가X발행주식수)이 증가합니다. 예컨대 액면가 500원인 주식을 1000주 무상발행하면 자본금이 50만원 증가합니다. 무상증자니까 회사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도 어떻게 자본금을 50만원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무상증자를 할 때는 먼저 자본을 구성하는 항목 중 자본잉여금에 있던 50만원을 자본금으로 전입시켜 줍니다. 그리고 늘어난 자본금 50만원만큼 주식을 무상으로 발행해주면 되죠.
그래서 무상신주 발행재원이 자본잉여금이라고 하는 겁니다. 자본잉여금을 소진하다고 하여 자본의 총액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잉여금이 50만원 감소하지만 자본금이 50만원 증가하니까요.
2.
무상신주를 공짜라고 말하기가 애매한 두번째 이유로는 기준주가 조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현재 시세 6만원짜리 주식 1주를 가지고 있는데 회사가 1대1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 봅시다. 구주 1주 당 신주 1주를 무상으로 준다는 거죠. 투자자들 가운데는 6만원짜리 주식 1주를 추가로 무상배정받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기존 보유 주식 1주+신주 1주=6만원+6만원=12만원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다. 100% 무상증자를 하면 발행주식이 2배로 늘어나죠. 증자비율만큼 주가를 하향조정하여 거래를 다시 시작합니다. 주식수가 2배가 되므로 기준주가를 3만원으로 떨어뜨려놓고 거래재개한다는거죠. 이론적으로는 일단 6만원짜리 주식 1주에서 3만원짜리 주식 2주 보유자가 되는 겁니다.
무상증자 기준주가 조정
노터스 왜 이럴까..무상신주는 공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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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식을 공짜로 준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무상증자가 왜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받아들여질까요?
첫째는, 주가가 좀 싸 보이는 착시효과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세 10만원 주식에 대해 1대5의 무상증자를 하면 기준주가는 1만6000원으로 하향조정됩니다. 기준주가 대비 상한가를 친다고 해도 2만800원밖에 안됩니다. 어제까지만해도 10만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1만원, 2만원대에 거래되면 싸게 느껴질 수 있겠죠.
둘째는 거래량 증가효과 입니다. 무상증자로 유통가능주식이 증가한 상황에서 주가가 싸 보인다면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겠죠.
무상증자 전에는 회사에 호재가 있어도 주가가 비싸 매수세가 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실적 개선 전망이나 대량수주 등 호재가 나온다면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무상증자 공시를 호재로 인식해 왔습니다. 물론 무상증자 약발은 단발로 그칠 때도 있고, 아예 약발이 먹히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4.
동물 대상 임상실험(비임상실험) 전문업체 노터스가 5월9일 1대8 무상증자 공시를 냈죠. 신주배정 기준일은 6월2일이었습니다. 5월30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야만 6월2일 주주명부에 등재되어 신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식결제는 ‘D(5월30일)+2일’인데 6월1일이 지방선거공휴일이므로, 6월2일 결제와 함께 신주배정대상 주주가 될수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5월31일에는 주식을 매수해도 무상신주를 받을 자격이 없는, 즉 권리락일이라는 거죠.
권리락일에는 무상증자 비율만큼 하향조정한 기준주가로 거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시장의 매수 매도 흐름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게 됩니다.
무상증자 공시 전날 3만9300원이던 노터스 주가는 권리락 전날 6만9500원까지 올랐습니다. 권리락일의 기준주가는 7730원이었는데, 이날부터 주가는 드라마틱하게 움직였습니다.
무려 6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3만7050원까지 치솟았다가 4일 연속 급락했습니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2만2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7일 오후 2시30분 현재는 1만5400원까지 추락하고 있습니다.
무상증자 공시 이후 최고점 3만7050원 대비하여 불과 닷새만에 반토막 이상 난 것이죠.
무상증자 공시 이후 노터스의 주가 급상승, 권리락 이후의 6연속 상한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착시효과니, 거래량 증가니 하는 일반적인 설명을 들이댈 수는 없겠죠.
그동안 투자자들이 모르고 있었던
호재가 절묘하게 무상증자 시점에 알려진 것일까요?
그렇다면 최근 급락 흐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 호재가 사라진 것일까요?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떨어진다고 말한다면, 많이 오른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말밖에 안됩니다.
의류쇼핑몰 기업 공구우먼은 지난 14일 1대5 비율로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상장 3개월도 채 안된 시점입니다. 주가는 이틀동안 상한가를 기록하여 무상증자 공시 전 6만1200원에서 10만33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6일에는 16% 급락하여 8만63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7일에는 반등하여 오후 3시 현재 8만7500원을 기록중입니다.
이밖에 바이오기업 바이젠셀 등 일부 기업들도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런 주가 움직임이 과연 투자자들의 정상적인 매매 행위의 결과물일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상증자를 한다고 하여 기업가치 자체가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보면 회계적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량기업이 무상증자로 주당 가격을 낮춘다면 주가가 꾸준히 상승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근의 주가 급변동은 우려스럽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을 꾀어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작전세력들이 활개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