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가 저평가주로 불린 지는 오래됐습니다. 십수년전부터죠. 그래서 이젠 그냥 저평가가 아니라 ‘만년’ 저평가주로 불립니다. 최근 시장 관심이 저평가 가치주로 쏠리면서 지주사 재평가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들어 일부 지주사 주가가 10%대 상승률을 보이자 이른바 ‘지주사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지주사는 애널리스트들이 산출한 NAV(Net Asset Value, 순자산가치)기준 시가총액보다 많게는 50%~60% 낮은 가치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할인율이 과도하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까요?
1.
우리나라는 지주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등 해외기업은 지주사 또는 자회사만 상장되어 있습니다. 대개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들은 비상장인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의 경우 중복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지주사들은 자회사에 대해 지배주주로서 지분율이 낮은 편입니다. 비지배주주 지분율도 상당하다는 말이죠. 미국 등 해외기업 지주사들은 자회사 지분을 대부분 100% 보유합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나라 지주사들은 근본적으로 자회사 가치를 온전히 누리기가 어렵습니다.
2.
지주사 밸류에이션은 대부분 NAV(순자산가치)평가법으로 하죠. 순자산이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를 말합니다.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회사라면 투자자산 가치(자회사 지분가치)를 자산항목으로,
순차입금(차입금에서 보유현금을 차감한 금액)을 부채항목으로 계산합니다.
이렇게 산출한 NAV가 100만원이고 발행주식수(유통주식기준)가 100주라면 적정 주당가치는 1만원이 되는 셈이죠. 지주사 할인율을 30% 적용하다면 최종 적정 주당가치는 7000원입니다.
자체사업이 있는 사업지주회사라면 어떨까요? 투자자산 가치(자회사 지분가치)외에 영업자산 가치(자체사업 가치)도 구하여 합산하면 됩니다.
순수지주회사건 사업지주회사건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상표권(브랜드) 사용료 수익이 있다면 이것도 자산가치 산정에 포함시키죠.
지주사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나름대로 상당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목표주가를 제시합니다만, 실제 시장 거래에서 지주사는 이보다 더 큰 할인을 받아왔습니다.
<LG 목표주가 밸류에이션. '22년2월 유안타증권>
<CJ 목표주가 밸류에이션 '22년5월 이베스트투자증권>
<SK 목표주가 밸류에이션 '22년3월 SK증권>
3.
최근 일부 지주사가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이나 배당확대계획을 제시하자 주가에 단기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주사들이 앞으로 배당을 늘려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장기 호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주사의 배당총액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회사 실적 등에 달려있겠죠.
지주사 LG의 경우를 한번 보겠습니다.
'21년도 LG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정도입니다. 여기에는 회계상 인식한 이른바 중단사업매각이익 0.7조가 포함되어있죠. 이건 비경상이익입니다.
LG의 배당정책상 연 배당총액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입니다. 물론 당기순이익에서 비경상이익은 제외죠.
비경상이익을 제외한다(차감)고 하였으니, 비경상비용은 가산해 줘야 할 것입니다.
<LG '21년 별도손익계산서>
단위 백만원
| 2021년
|
영업수익
| 989,760
|
영업비용
| 249,387
|
영업이익(손실)
| 740,373
|
영업외손익
| (188,057)
|
기타영업외수익
| 18,771
|
기타영업외비용
| 223,120
|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영업이익
| 552,316
|
계속영업법인세비용
| 84,520
|
계속영업이익(손실)
| 467,796
|
중단영업이익(손실)
| 766,216
|
당기순이익(손실)
| 1,234,012
|
<'21년 LG 중단영업손익>
단위 백만원
| 2021
|
중단영업 발생손익
| 35,084
|
중단영업매각이익
| 731,132
|
중단영업손익
| 766,216
|
4.
LG는 최근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수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배당총액 상한(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금 한도)을 해제한다는 거죠. LG가 '21년도분에 대해 자회사들로부터 받은 배당수익금 총액은 0.5조 가량입니다. 그리고 지급한 배당총액은 0.45조 가량입니다. 배당정책상의 한도 내에서 집행된 것이죠.
'21년도분 실적에다 바뀐 배당정책을 한번 적용해 봅시다. 배당상한(0.5조)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죠.
별도 당기순이익 1.2조의 50%인 0.6조 이상을 배당에 사용한다고 판단하면 맞는 것일까요? 그래서 지난해 실제 배당총액(0.45조)과 견주어 볼 때 LG의 배당총액은 30% 이상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해도 되는 것일까요?
이렇게 주장하는 애널리스트 글을 봤습니다. 필자의 짧은지식으로도 아닌듯 합니다.
5.
중단영업과 관련한 0.7조 이익은 캐시유입도 아닌 비경상 성격이죠. 이걸 포함시킨 1.2조를 기준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LG의 배당기준은 분명히 비경상 손익은 제외하는 것입니다. LG 뿐아니라 모든 기업이 그러합니다.
LG의 '21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에서 비경상 손익을 걷어내보죠.
1.2조에서 비경상 이익(0.7조)을 차감하고 비경상 비용(0.2조)을 가산하면 됩니다. 종합적으로 러프하게 계산하면 조정 당기순이익은 0.7조 정도가 되죠.
6.
LG가 '21년도 조정 당기순이익의 딱 50%만 실제로 배당했다면 0.35조가 나갔을 겁니다. 그러나 회사는 여기에 15%포인트를 더 얹어서 65%선인 4.5조를 내보냈습니다.
LG가 ‘22년도분부터는 배당총액한도를 없앨 것이므로, 조정 당기순이익이 증가한다는 전제 하에서 보면 배당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2.5년 이내에 자사주 5000억 어치를 매입키로 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소각 결정까지 내린다면 더 좋겠죠.
다만, 비경상손익을 조정하지 않은 채 1.2조를 기준으로 계산하여, LG 배당정책 변경이 앞으로 30% 배당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