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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매출 7조 삼성重이 건조중인 배가 모두 536억?

  • Korea Monitor
  • 2022-05-06 19:58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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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고자산 종류 가운데 ‘재공품(在工品, work in proces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들고 있는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재고자산을 분석한 어떤 글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선업체 재고자산에서 철판, 목재 등은 원재료, 만드는 과정에 있는 미완성 선박은 재공품, 선주에게 인도되기 직전의 완성품은 제품이다”

맞는 말일까요? 조선업체의 재공품을 이렇게 해석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삼성중공업의 재고자산 현황을 보겠습니다.

<2021년 연결재무제표 주석 재고자산>

구 분
2021년말
2020년말
재공품

536억원

79억원

원재료

3934억원

3146억원

미착품

845억원

434억원

완성공사

9559억원

14546억원

합계

14876억원

18206억원


조선업체의 재공품이 ‘만드는 과정에 있는 미완성 선박’이라고 한다면, ‘21년 말 기준 삼성중공업이 건조중인 배는 536억원 어치가 되는군요. ‘20년 말 기준으로는 79억원입니다. 연 매출액 7조원 안팎의 조선업체가 제작중인 선박이 불과 536억원이라니요!

한국조선해양의 '21년 말 기준 재공품은 3376억원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연 매출액 15조4900억원, 세계1위를 포함한 대형 조선3사를 아우르고 있는 회사가 제작중인 선박이 3376억원 밖에 안된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조선업체의 재공품을 '만들고 있는 선박'으로 보면 안된다는 겁니다. 일반 제조기업의 재고자산에 나타난 재공품은 '제조중인 제품'이 맞습니다.
아래 표는 지난 ‘21년 말 기준 LG전자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나타난 재고자산 현황(일부 편집)입니다.

단위:백만원

구분
장부금액
제품 등

56640억원

재공품

4737억원

원재료 등

32744억원

기타 재고자산

3417억원

합계

97540억원



완제품 재고(5조6640억원)가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은 원재료(3조2744억원)입니다. 원재료라고 하면 순수 원자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여기서 말하는 원재료 중 상당 금액은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은 부품들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다음이 재공품(4737억원)이죠. 완제품이나 원재료에 비하면 아주 적습니다.

원재료(원자재와 부품 등)를 투입하여 최종 완제품으로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재공품 단계에 있는 재고자산 금액이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21년 말 기준 연결재무제표 주석의 재고자산 일부 편집)은 LG전자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위 백만원

구분
장부금액
제품 등

12440억원

재공품

58051억원

원재료

1402억원

저장품 등

7153억원

합계

89166억원



제조중에 있는 재공품(5조8051억원)이 가장 많습니다. 다음으로 완제품과 원재료가 각각 1조2440억원, 1조402억원 수준입니다. 반도체 제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공정에 걸쳐 있는, 즉 미완성 제품(재공품)이 많은 겁니다.

재공품 단계까지 1만원의 원가가 투입되었고, 추가로 1만원의 원가를 더 투입하여 장부가격 2만원짜리 완제품을 만들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완제품 재고자산을 2만 5000원에 판매하면 2만 5000원의 매출액이 생기죠. 매출액이 생겼다는 것은 완제품 재고자산이 팔렸다는 것이고, 그 완제품은 더 이상 회사의 재고자산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업체가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습니다. 공사대금은 1200억원, 공사기간은 ‘21년 초~’22년 말까지 2년 예정입니다. 1차 연도에 500억원의 원가를 투입하여 선박을 건조했습니다.

2차 연도에 추가로 500억원을 더 투입하여 선박을 완공했습니다. 만약 조선업체가 선박을 최종완성하여 발주처에 인도하는 시점에 매출액을 인식한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1차 연도말 결산을 할 때 이 조선업체는 '선박 재공품 500억원'을 기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조선업체는 진행기준회계를 사용합니다.

공사총예정원가 1000억원 가운데 1차 연도에 500억원을 투입하였기 때문에 공사가 50% 진행된 것으로 간주하죠. 그리고 공사매출액으로 600억원(공사대금 1200억X진행률 50%)을 반영합니다.

500억원 원가를 투입하여 건조중인 선박에 대해 진행률을 측정하여 매출액을 인식하였다는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건조중인 선박은 재고자산이 아닌 겁니다. 즉 재공품이 아닌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500억원을 투입하였더니 배가 절반쯤 만들어졌다고 해 봅시다. 이 절반을 발주처에 600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회사의 재고자산 장부에는 재공품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죠.

'21년 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에 있는 선박이 수십척이고 이들 배에 투입된 원가가 수조원이라고 하여, 재고자산의 재공품 항목에 수조원을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원가가 투입된만큼 진행률을 측정하여 매출액으로 이미 인식했을 거니까요.

그렇다면 '21년 말 재고자산에 ‘완성선박’으로 9559억원이 잡혀있는 것은 뭘까요?
삼성중공업이 2014년~2015년 무렵 건조한 드릴십 4척입니다.

발주처가 인도를 거부하여 국제소송이 붙었던 선박들입니다. 소송까지 가게 되면 선박건조계약은 취소됩니다. 그래서 드릴십 4척이 삼성중공업의 완성품 재고자산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드릴십들의 '21년도 말 국제시세가 9500억원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자신이 5900억원 출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에다 드릴십 4척을 1조400억원에 5월중으로 매각할 예정입니다.

이 드릴십은 사모펀드운용사가 해외 수요기업에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겁니다. 삼성중공업은 출자금액과 매각가격 간 차액인 4500억원만큼의 현금유동성을 일단 확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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