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CB 콜옵션, 대주주에게 무상양도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콜옵션부 전환사채(CB) 발행기업이 많죠. 수년전부터 어지간한 기업들은 CB 발행시 콜옵션을 가집니다. 회사 주가가 오르면 이 콜옵션 행사권리를 대주주에게 넘기죠. 그런데 앞으로는 콜옵션부 CB 발행기업이 대주주에 콜옵션을 무상양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만약 무상양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1.
오늘(5월3일) 콜옵션부 CB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위의 감독지침이 확정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따봉(대주주 달봉이)은 XX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전환사채 100억원 어치 발행합니다. 따봉은 발행계약에서 발행금액의 30%( 30억원어치)에 대해 콜옵션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따봉은 나중에 콜옵션 행사자로 다른 제3자를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제3자로는 거의 대부분 발행사 대주주(또는 그 일가)가 지정되어 왔습니다.
콜옵션부 CB는 회사 자금 마련 수단이면서 동시에 대주주 지배력 희석도 막는 장치로 활용되어 온 겁니다. 금융당국에서도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해 왔습니다.
2.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측면도 있죠.
회사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을 때 따봉은 달봉이를 콜옵션 권리자로 지정하죠. 달봉이는 콜옵션을 행사하여 XX자산운용으로부터 30억원어치 CB를 넘겨받습니다. 인수가격은 CB 발행 때 정한 조건(예를 들어 발행금액에 연복리 2% 적용)이 됩니다.
회사는 콜옵션을 달봉이에게 무상으로 양도한 셈이죠. 회사가 직접 행사하면 회사에게 이익이 되는 권리를 이사회에서 대주주 달봉이에게 넘겨주기로 결정하는 거죠. 달봉이는 콜옵션과 주식전환권을 행사하여 지배력 희석을 막을 수 있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지분매각으로 전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3.
CB라는 부채는 지금까지는 두가지 성격의 부채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회계처리 되어 왔습니다.
'일반 회사채처럼 인식되는 부분(일반사채)'과 'CB에 내재된 전환권에서 비롯된 부채부분(파생금융부채)'입니다.
CB에 붙은 콜옵션 가치부분은 그냥 CB 부채액에서 차감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순부채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콜옵션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위가 감독지침으로 확정한 것은, 발행시점에 회사가 보유하는 콜옵션을 '파생상품자산'으로 따로 구분하여 표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매 결산때마다 이 파생상품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그 금액 또한 따로 표기하라는 거죠. 물론 공정가치금액 변동은 당기의 손익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4.
이제 외부에서도 콜옵션의 공정가액을 공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콜옵션 공정가액의 변동이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따봉의 주가가 계속 올라 콜옵션 공정가액이 10억이 되었다고 해보죠. 따봉 이사회가 예전에 하듯이 콜옵션 권리행사자로 달봉이를 지정하면서, 달봉이로부터 한 푼도 안받는다고 해 봅시다.
주주들이 가만있지는 않겠죠. 소송을 걸면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따봉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공정가액 정도는 달봉이로부터 받아야 할 겁니다.
5.
콜옵션부 CB를 발행하면 이제는 결산때마다 사채부분(일반적인 사채회계처리, 상각 후 원가), 파생금융부채 부분(전환권, 공정가치평가), 파생상품자산(콜옵션, 공정가치평가) 이렇게 세가지 회계처리를 해 나가야 합니다. 파생금융부채는 공정가치평가를 하여 당기손익으로, 파생상품자산도 공정가치평가를 하여 당기손익으로 반영을 해야 합니다.
회사 주가가 오를 때보면 우리는 흔히 CB 발행회사가 파생상품부채에서 비롯된 평가손실을 크게 입는 것을 봐왔죠.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권의 가치가 높아지고, 따라서 파생상품부채 공정가치액이 커지지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콜옵션부 CB를 발행하면 이 콜옵션(파생상품자산)의 공적가치평가액 변동은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데, 손익 금액을 주주들이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6.
만약 이 감독지침에도 불구하고 따봉이 달봉이에게 무상양도를 강행한다면 회사는 파생상품자산(콜옵션) 장부가액만큼 처분손실을 입게 됩니다. 당기손실로 반영된 금액을 재무제표 주석에다 따로 표기해야 하므로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앞으로 콜옵션부 CB를 발행하고 싶은 유인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