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시공사업단과 조합측 갈등으로 공사가 전면중단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둔촌주공 건설사, 정말 2년간 공사비 한푼도 못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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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4개 건설사로 구성된 시공사업단과 재건축 조합 측의 극한 대립으로 전면중단됐습니다. 지난 4월15일 공정률 52%가 넘은 상태에서 공사비 미지급으로 시공단(현대건설, HDC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공사 중단에 들어갔죠. 그러자 조합은 16일 총회를 열어 전임 집행부가 승인한 5600억원의 공사비 증액 결정(증액 후 총공사비 3조2294억원)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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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측은 10일 이상 공사중단이 지속되면 시공사 교체까지 검토하겠다 밝혔습니다. 시공단은 "조합에는 교체권한이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죠.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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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저간의 사정은 일단 제쳐두고, 시공단의 한가지 주장이 눈에 띕니다. '20년 초 착공 이후 지금까지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공단은 "지난 20년 2월 실착공 후 약 2년 동안 재건축 조합이 분양가 문제로 분양을 미루면서 공사비를 한 푼도 못 받은 채 자체 자금 1조6000억원을 들여 ‘외상’ 공사를 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합측이 지난 20년 6월 체결된 공사변경 계약서를 부정하는 등 정당한 공사비 증액마저 거부하고 있다”며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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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 정말로 공사비를 한 푼도 못 받았을까요? 과장된 표현은 아닐까요? 시공단 소속 건설사들의 '21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우선 대우건설입니다.
대우건설 '21년 사업보고서
둔촌주공 건설사, 정말 2년간 공사비 한푼도 못받았나
이미지 확대보기둔촌주공재건축 도급액은 7588억원입니다. 계약일은 '16년이지만 실착공일은 '20년 초죠. '21년말 기준으로 공사진행률은 26.5%입니다. 도급액에 누적진행률을 곱하면 이 공사에서 대우건설이 인식한 누적매출액이 산출되죠. 2000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누적매출액과 미청구공사금액이 거의 똑같습니다.
다시 말해 대우건설은 회계상으로 공사매출을 인식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받은 공사대금은 한푼도 없다는 거죠. 발주처인 재건축조합에 아직 청구조차 못했기 때문에 수취채권(매출채권)도 아닌 미청구공사금액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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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말 기준으로 2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도 2592억원의 미청구공사잔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21 사업보고서
둔촌주공 건설사, 정말 2년간 공사비 한푼도 못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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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의 이 프로젝트 도급액은 7588억원입니다. 대우건설과 똑같네요.
롯데건설 '21 사업보고서
둔촌주공 건설사, 정말 2년간 공사비 한푼도 못받았나
이미지 확대보기진행률 30.60%를 적용하면 손익계산서에 반영된 누적매출은 2322억원입니다.
롯데건설이 미청구액으로 인식한 금액과 똑같습니다. 회계상 매출로만 잡았을 뿐 공사비는 전혀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청구분이 '0'입니다. 즉 아직 회수는 못했어도 발주처에 청구를 넣은 금액(매출채권 인식액)이 한 푼도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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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률은 가장 높습니다만, 역시 2701억원의 미청구액을 기록중입니다.
현대산업개발 '21 사업보고서
둔촌주공 건설사, 정말 2년간 공사비 한푼도 못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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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에 적용되는 진행기준회계에서는 공사가 진행되면 진행률에 따라 공사매출과 공사원가를 인식합니다. 진행률은 일반적으로 공사원가투입에 따라 결정됩니다.
어떤 분들은 공사착공 뒤 2년 동안 공사대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으니 적자가 막대할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건설사의 손익은 공사중간에 대금을 회수하느냐, 못하느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공사를 해나가면서 원가가 투입되면 진행률에 따라 회계적으로 손익이 발생합니다. 현금흐름과 손익은 무관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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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분기말 기준으로 보면 둔촌주공 건설 4사의 공정진행률은 많이 상승하였을 겁니다. 시공사단측은 52% 정도라고 밝히고 있죠. 증액된 총공사도급액(3조2294억원) 기준으로 보면 4사의 누적공사매출은 1조6800억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만큼의 금액이 역시 미청구금액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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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도 건설업처럼 진행기준 회계가 적용됩니다. 큰 적자를 내도 현금흐름은 좋을 수 있고, 큰 흑자를 내어도 현금흐름은 나쁠 수 있습니다. 회계적으로는 흑자이되 선박 건조대금이 제때 유입되지 않으면 현금흐름은 악화할 수 있는 거죠. 반대현상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을 때 일부 매체가 "조선사 현금곳간이 텅텅 비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곳간의 현금은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조선업체들의 적자는 현금유출과 무관한 공사손실충당금(공사손실충당부채) 때문에 발생하였습니다. 반대로 현금흐름은 기존에 수주하여 건조진행중인 선박들의 공사대금 유입과 신규수주선박에서 획득한 선수금 등으로 인하여 양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