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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M&A, 땅을 노리고 있나

  • Korea Monitor
  • 2022-04-06 16:39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쌍용차 공장

쌍용차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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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 SK가 쌍용자동차 인수를 검토했습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 12~14배, PER(주가수익비율) 4~7배를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7000억~1조원의 기업가치를 매겼습니다. 정유, 통신, 자동차 경정비 등 SK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봤죠. 자동차 관련 금융업 진출도 용이할 것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결국 계획을 접었습니다.

쌍용차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본 겁니다. 당시 쌍용차는 채무 출자전환을 거쳐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상태였습니다.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도 잘 나왔죠. SUV와 대형승용차 사업은 호전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SK그룹은 자동차 사업 경험 부족, 이에 따른 미래 리스크 통제 능력 부재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죠.
2001년~2002년 쌍용차 연결손익

2001년~2002년 쌍용차 연결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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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쌍용차는 그 당시보다 상황이 좋지않습니다. 단적으로 매출이 그때보다 못하죠. 재무구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시장 경쟁에서도 뒤로 밀려나 있죠. 리스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은 자금력이 불분명한 중소중견기업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쌍용차를 먹겠다고 맹렬하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잔금 2700억원을 납입하지 않아 계약해지 당했죠. 에디슨모터스측은 이번에는 금호에이치티라는 자동차부품기업(헤드램프 등)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였습니다. 금호에이치티측은 FI(재무적투자자)로서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계약금 300억원을 몰취당할 위기에 처한 에디슨모터스측은 대법원에 특별항고도 제기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M&A를 새로 추진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쌍방울그룹도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측과의 계약해지를 공시한 다음날 쌍방울그룹은 7개 계열사로 인수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쌍방울그룹은 "인수자금 마련에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쌍방울 계열사 출자구조도

쌍방울 계열사 출자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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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도 그랬었죠. 심지어 계약해지를 당한 이후에도 "돈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떠들었습니다.
에디슨모터스측도 그렇고 쌍방울측도 그렇고 자금여력이 검증된 회사들이 아닙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오죽했으면 코스닥 적자기업을 인수한 뒤 이들로 하여금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찍게 하여 인수자금을 마련하려 했을까요.
이렇게 능력이 의심스런 기업들이 왜 쌍용차에 집착하는 걸까요?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인수대금만 밀어넣으면 쌍용차가 금새 우량기업으로 변신하나요? 인수대금은 회생채권자들이 가져가는 돈입니다. 쌍용차는 오랫동안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판매네트워크도 새로 정비해야죠. 업계 내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려면 앞으로 신규투자에만 수천억원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겁니다. 정상화 자금은 차치하고 인수자금 여력조차 불투명한 기업들이 쌍용차 인수에 매달리는 것은 쌍용차가 가진 경쟁력 그 자체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요? 인수 후 쌍용차와의 시너지 효과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일까요?

쌍용차가 처한 현실을 간단하게 재무제표로 살펴봅니다. 2019년~2021년까지 최근 3년동안 매출액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3.62조-->2.95조-->2.43조)
쌍용차 연결손익계산서

쌍용차 연결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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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율이 너무 높습니다. 90%가 넘죠. 2019년에는 그나마 92.6% 수준이었는데, 2020년과 2021년에는 97%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영업이익을 낼 수가 없죠. 이런 구조가 금새 바뀔까요? 영업손실규모는 최근 3년간 2820억, 4490억, 2610억원에 이릅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1년 내 결제시기 도래 부채)가 유동자산(1년 내 회수 가능자산)을 9000억원이나 초과하고 있습니다.

자본구조를 보면 2020년 말부터 자본완전잠식(마이너스 880억) 상태입니다. 2021년 초 자산(토지)가치 재평가를 하여 재평가차익 2800억원을 자본에 반영했습니다. 그럼에도 2021년 말 현재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800억에 달합니다.
쌍용차 자본구조

쌍용차 자본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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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1년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습니다. 1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이고, 오는 4월14일자로 거래소로부터 부여받은 경영개선기간이 만료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상장폐지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거죠. 국내 대기업들이 쌍용차를 외면하고 있는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탄탄하지 않은 기업들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달려드니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죠. 업계 전문가들은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공장부지를 노리는 거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평택공장 면적은 85만 제곱미터로 여의도 면적(290만 제곱미터)의 1/3 정도에 달합니다. 1조원 이상 가치가 있는 땅으로 평가받습니다.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사실상 공장이 시내 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근처에 아파트단지들이 보인다.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근처에 아파트단지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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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공장을 평택항 인근 포승국가산업단지로 이전시키고, 부지에 고층아파트 단지와 쇼핑몰을 지을 경우 개발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택공장은 평택지제역에서 약 4킬로미터 정도, 자동차로 5분 이내 거리입니다. 지난 2016년 수도권고속철 개통과 함께 SRT가 지제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서울 강남 출퇴근권으로 평가받습니다. 인근 고덕면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상업시설 적격지로 평가받을만 합니다. 쌍용차 부지의 가치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평택시의 관문이라 다름없는 경부고속도로 안성 IC 바로 옆에는 신세계의 대형복합쇼핑몰 스타필드안성이 영업중입니다.이 자리가 바로 쌍용차 출고장 부지였습니다. 이같은 성공개발사례가 있기 때문에 평택공장의 이전과 부지개발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높은 편입니다.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네이버 위성사진)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네이버 위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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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정상화에 1조원 가까운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이나 쌍방울그룹이 M&A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평택공장의 개발가치에 있다는 거죠.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이 땅을 담보로 수천억 대출을 요구하거나, 용도를 일반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로 변경하는 데 대한 채권단의 협조를 요구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정말 쌍용차 인수전은 M&A로 위장한 부동산 개발 게임일까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돈은 다 준비되어 있다고 하면서 뒤늦게 허겁지겁 새 FI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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