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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논쟁-이진우 대 임일섭 (5-2편)

  • Korea Monitor
  • 2022-03-29 08:38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이진우(삼프로TV 대표)

3월16일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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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DSR 규제는 그 규제 비율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원금까지 30년 안에 다 상환하라는> 과도한 규제에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취지이겠으나 원금 상환을 강제한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줄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내집마련만 불가능하게 만들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어떤 사람이 대출을 4억원을 끼고 30세에 7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원금까지 30년 안에 갚으라고 강제하면 60세가 되었을때 수중에 예금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집값은 그 사이에 10억원으로 올라서 그가 60세가 되었을 때 그의 수중에는 예금은 없고 <대출을 다 갚은 10억원짜리 집>이 있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이 아마 노후 자금이 4억원 필요하다면 이 사람은 이 집을 담보로 다시 4억원의 대출을 받아서 그 돈으로 노후를 보내다가 사망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A는 4억원의 대출이 남은 10억원짜리 집을 남기고 가는 것이다. 이 사람이 평생 은행에서 빌린 돈은 누적으로 8억원(집살때 4억원+노후자금 4억원) 그가 중도에 상환한 돈은 4억원이다.

만약 원금을 갚으라는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B의 경우라고 하자) B가 60세가 되었을때 예금 4억원과 <부채 4억원이 남은 10억원짜리 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예금 4억원으로 노후를 보내다가 역시 아까 A와 동일하게 4억원의 대출이 남은 10억원짜리 집을 남길 것이다. 이 사람이 평생 은행에서 빌린 돈은 4억원(집살때) 이고 상환한 돈은 0원이다.

A와 B중에 누가 가계부채를 더 많이 일으키는가. 누적으로 보면 A가 오히려 더 많은 부채를 일으키고 통산으로 봐도 A와 B는 같다. 원금을 상환하라고 압박을 해봐야 가계부채 감소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다.

빚을 빨리 갚으라고 강제하면 나중에 노후 자금이 부족해지고 그러면 노후에 다시 대출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출액은 마찬가지다.

1.
가계부채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득 향상이다. 대출 규제가 아니다.
2.
대출규제는 오히려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인 소득 향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규제가 되지도 않는다.
3.
저소득층일수록 사회의 밑바닥층일수록 삶을 바꿀 기회를 줘야 하며 그 기회라는 것은 대체로 자산을 취득해서 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기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의 DSR 규제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자산취득을 방해해서 사회 계급을 더욱 고착화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경기는 더 추락하게 만들 것이다.(원금을 상환하라고 강제하면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4.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렇게 규제를 해봐야 가계부채 총액은 장기적으로 마찬가지다. (위에서 설명드렸다)
5.
그냥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아보려고 하는 일인데 그렇다고 하기 민망하니 가계부채 건전화라는 간판만 다는 것이다.
6.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는 아름답지만 그 유일한 방법은 공급 증대다. 대출규제가 아니다. 공급 증대가 아니라 대출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세상에 집값으로 고민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나. 대출 규제는 그냥 그렇게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7.
그래도 대출을 규제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것이다. 서울에 집이 두 채 뿐이라면 그 집의 가격은 1조원이 넘을 것이다. 정의선 이재용 김범수가 2채를 놓고 경쟁을 할 거니까. 이 상황이 대출 규제로 해결되나? 해결된들 셋 중 하나는 길에서 자야 한다.
8.
가계부채가 늘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르니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체온계를 부순다고 열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이지. 공급을 많이 하면 집값이 덜 오르고 가계부채도 덜 늘어난다.
9.
집값이 덜 오르면 공급도 덜 되긴 한다. 정부는 그래서 집값 흐름과 무관하게 공급을 꾸준히 해줘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저소득층용 주택은.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말은 정부가 웬만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다.
10.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는 DSR의 취지는 아름답다. 다만 원금 상환을 하라고는 하지 말란 말이다. 다 갚고 나면 다시 빌릴 대출을 굳이 왜 상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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