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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틀렸고 현대차는 맞다?

  • Korea Monitor
  • 2022-03-17 20:18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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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선물위원회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의 회계기준위반 혐의에 대한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셀트케어)의 재고자산(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이었습니다.

1.
감리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원은 셀트케어가 재고자산평가손실을 고의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죠. '16 사업연도 연결 기준 세전이익(법인세비용 차감 전 이익)은 1631억원으로 결산공시되었으나, 재고평가손실을 제대로 반영하면 1300억원 이상의 세전손실로 전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이 회사가 당시 코스닥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분식회계(고의 기준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재고자산 문제 외에도 금감원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 해외유통사에 대한 사후정산부채를 누락한 혐의 등 모두 세가지를 '고의 기준위반'으로 봤습니다.

2.
셀트리온 계열 3사에 대한 증선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1)재고자산 평가문제는 회계기준 위반이 아님.
2)주석 미기재와 사후정산부채 누락은 중과실 또는 과실 위반임.

금감원이 고의위반으로 지목한 3가지 가운데 고의로 인정된 사안이 없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본 재고자산 평가문제는 아예 회계기준 위반이 아닌 것으로 의결되었습니다. 일부 비전문가들은 오랫동안 SNS 등에서 셀트케어가 최소 수천억원~조 단위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누락하여 왔다고 주장했었죠. (그 근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회계의 기초를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탈한 주장을 펴는 이가 있었습니다.)

3.
금감원이 고의위반으로 지목했던 3가지 외에 과실위반이라고 주장했던 몇가지 혐의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매권 매각이익을 영업 외 수익으로 반영하지 않고 영업수익(매출액)으로 잘못 반영하였다는 것입니다. 증선위는 금감원 주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거래가 지난 '20년 현대자동차에서도 있었는데, 당시 현대차는 이를 영업수익(매출액)에 반영하였습니다. 셑트케어의 판권 매각이 영업 외 수익이라면 현대차 케이스 역시 회계기준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만약 현대차 케이스를 영업수익으로 인정해 준다면 셀트케어 역시 영업수익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없었을까요?

두 사안이 무엇이 같고 다른지 비교해 보겠습니다.(두 사례 모두 정확한 거래구조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에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습니다)

4.
2018년 6월 셀트케어는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에게 218억원에 매각하였습니다. 관련공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시를 최대한 간결하게 일부 내용을 편집하였습니다)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단위 : 백만원)

거래상대방

셀트리온

회사와의 관계

계열회사

거래내용

거래대상

의약품 국내 판매권

거래금액

218억원

계약체결 방식

수의계약

기타

본 거래를 통해 계열사간 거래구조의 단순화 및

효율성을 제고하여 해외판매에 역량을 집중하

고자 함



셀트케어는 거래대금을 매출액(영업수익)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영업수익 중에서도 '기타영업수익'으로 처리한 것이죠. 이에 대해 일각에서 "이 거래는 무형자산처분이익에 해당하는데 영업수익으로 처리한 것은 분식회계"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부에 계상되어있는 무형자산을 장부가보다 높은 값에 팔면 차액만큼 무형자산처분이익이 되며, 영업 외 수익으로 분류하는 것은 맞습니다. 무형자산처분이익이 되려면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계상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죠. 장부에 없는 자산을 처분하여 차익을 볼 수는 없죠.

5.
그렇다면 셀트케어 판권은 회사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잡혀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 전 사업 초기에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인 셀트리온은 판매유통사 셀트케어에 국내외 판권을 양도하였습니다. 당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단계나 판매네트워크 등을 감안했을 때, 이 판권은 가치가 거의 없었습니다.그래서 무상거래가 된 것이죠.

그 이후 셀트케어가 해외 의약품 유통사들과 계약을 맺고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면서,그리고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판매허가를 받아내면서 비로소 판권에 가치가 생긴 것입니다. 만약 애초에 셀트리온이 돈을 받고 셀트케어에 판권을 양도하였다면 그 때 큰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지난 '18년 셀트케어가 국내 판권만을 떼어내 셀트리온에 넘길 때는 누가 봐도 판권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셀트케어는 이미 해외 유통사에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부여하면서 라이센스료를 받았습니다. 이 돈은 영업수익으로 반영되었습니다.

<셀트케어 라이센스 수익 추이>


품목

2021
2020
2019
2018
2017
License
수익 외

수출

178

189

74

31

130

내수

-
-
-
218

합계

178

189

74

249

130



금감원은 해외 유통사와는 달리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매각한 것은 셀트케어의 '주된 영업활동'이 아니므로, 영업 외 수익으로 반영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증선위도 이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6.
이번에는 현대차의 2020년 초 상황을 보겠습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율주행 테크기업 앱티브(APTIVE)와 합작사를 만듭니다. 합작사 이름은 '모셔널(MOTIONAL)'.

합작지분을 50 대 50으로 정하고 공동기업 형태로 운영키로 했죠.

현대차는 1분기 중 모셔널측에 지적재산권 사용권을 부여합니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지적재산권을 모셔널측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끔하는 사용권리를 부여하고, 그 대가로 1000억원 가치에 해당하는 모셔널 신주를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현물출자를 한 셈이죠.

현대차는 1000억원을 영업수익(매출액)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만큼 고스란히 영업이익이 증가하였습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1분기 현대차 IR자료입니다. 앱티브 합작사(모셔널)와 거래에서 발생한 일회성 이익 1050억원이 포함된 영업이익이 8640억원입니다. 이같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7580억원으로 줄어, 전년동기보다 적습니다.

현대차 '20년 1Q IR자료 중

현대차 '20년 1Q IR자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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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현대차는 매출액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재화(제품이나 상품)매출, 로열티매출, 그리고 용역매출입니다. 재화매출에 비하면 로열티나 용역매출은 아주 미미하죠. 자율주행 지적재산권 사용권 부여로 창출한 수익은 로열티 매출에 속하겠죠.

만약 현대차가 이 지적재산권을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계상해 놓고 있었는데, 모셔녈측에 장부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아예 매각을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당연히 그 차액은 무형자산처분이익이 되고, 영업 외 수익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8.
현대차의 지적재산 사용권 거래는 '주된 영업활동의 범주'에 속할까요? 주된 영업활동이 아니라면 영업수익으로 처리하면 안됩니다. 현대차 정관 제2조 '회사의 목적' 조항을 참고삼아 보자면 이러한 류의 거래를 주된 영업으로 보기는 좀 애매합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오래전부터 로열티 수익을 영업수익(매출)의 한 종류로 보고, (그 금액이 미미하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해 왔습니다. 셀트케어는 이미 '17년에도 해외 유통사에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부여해 준 대가를 받았고, 이미 이를 로열티 수익(라이센스수익)으로 인식하였습니다. '18년 국내 부문 라이센스 수익 218억원은 거래 상대방이 계열회사 셀트리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요.

9.
현대차의 지적재산권 거래는 셀트케어의 판권거래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세부 거래구조를 보면 어떤 큰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놓고 볼 때, 셀트케어가 틀렸다면 현대차가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10.
아무튼 증선위는 셀트케어의 판권거래를 영업 외 수익으로 판단했고, 회사측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계정명(예를 들어 판권거래수익)을 붙여 영업 외 수익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영업단에서 영업 아랫단으로 빼면 되는 것이죠. 따라서 당기순이익이나 자본 등에도 변동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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