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코로나백신 임상용 GX-19N
악재 물타기? 제넥신 공시는 왜 이 모양일까?
이미지 확대보기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지난 3월11일(금요일) 장 마감 시간에 맞춰 임상 철회 공시를 했습니다. 이어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제목이
‘제넥신, 엔데믹 시대 맞아 개발전략 수정’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백신 개발을 접는다는 단순 사실을 ‘개발전략 수정’이라는 폼나는 표현을 동원하여 흐릿하게 포장을 하죠.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악재는 금요일 저녁 때 이른바 ‘올빼미 공시’를 활용합니다. 공시 내용도 언뜻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게끔 위장합니다.
시계바늘을 2020년 12월11일 금요일 저녁 6시20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제넥신이 공시를 냈습니다. 제목은
'GX-19/GX-19N의 제 1/2a상 임상시험 계획변경 승인' 이었습니다.
GX-19는 제넥신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중인 물질입니다. 2020년 5월 임상승인을 받았죠.
많은 주주들이 공시내용을 보고서, GX-19 외에 GX-19N이라는 물질로도 임상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임상시험의 제목, 단계, 승인, 목적, 시행방법 등 어느 것을 읽어봐도 GX-19N을 임상에 추가한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아래 표가 공시 내용입니다.(일부 자잘한 내용은 편집하였습니다)
건강한 성인 대상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GX-19N의 제1/2a 상 임상시험 계획변경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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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제목 :
GX-19N의 안전성, 내약성 및 면역원성을 탐색하기 위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대조, 제1/2a상 임상시험
임상시험 단계 :
제 1/2a상
임상시험 신청ㆍ승인일 및 승인기관 :
- 최초신청일: 2020년 12월 01일
- 승인일: 2020년 12월 11일
- 승인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임상시험의 목적 :
제1/2a상
건강한 성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N 의 위약 대비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다. 또한 GX-19N 투여에 따른 위약 대비 면역원성을 평가하여 상위 단계에서 임상시험의 통계적 가설을 검정할 수 있는 유효성 평가변수로서 근거를 확립하고자 함.
임상시험 시행 방법 :
- 시험 대상자 수:
제 1상: 20명, 제 2상: 150명 (시험군 100명, 대조군 50명)
- 시험기관: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최대 8 개 기관
- 기간: 임상시험승인일로 24개월
(시험대상자의 등록 속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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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2월15일 한 매체가 ‘코로나 백신 기대주 제넥신, 내년 출시 물 건너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보도의 핵심내용은 “제넥신이 2021년 9월 제품출시 허가신청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해 온 기존 물질(GX-19)을 포기하고 새 물질(GX-19N)로 처음부터 다시 임상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죠.
제넥신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 이미 백신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백신을 늦게 출시해서는 크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백신 효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이에 잘 대응할 수 있는 개선된 백신 제품을 내놓겠다는 겁니다.
GX-19은 포기하고 GX-19N으로 임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공시에서 알 수 있었을까요?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언론매체의 바이오 담당 기자들도 공시를 단신 정도로 처리하였던 것입니다. 보도 며칠 뒤인 12월18일(역시 금요일 저녁입니다) 제넥신은 또 공시를 내죠. 이제서야 GX-19 임상을 종료한다는 표현을 넣습니다. 공시제목은 'GX-19 제1/2a상임상시험 종료'입니다. 이 공시에서 회사측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최근 새로이 출현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체 발생 및 회복 후 재감염에 대비할 수 베스트 백신 개발로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차세대(Next Generation) 백신인 GX-19N 개발로 전략 변경을 결정하였음. 다양한 코로나 변종에도 대비 가능한 차세대 DNA백신을 개발하고자 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예방백신 (GX-19) 임상 제1/2a상 임상시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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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제목 :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의 안정성, 내약성 및 면역원성을 탐색하기 위한 다기간,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대조, 제 1/2a상 임상시험
임상시험 단계 :
제1/2a상
향후 계획 :
코로나19 백신 개발 후발주자로서 최근 새로이 출현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체 발생 및 회복 후 재감염에 대비할 수 BEST 백신 개발로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차세대(Next Generation) 백신인 GX-19N 개발로 전략 변경을 결정하여 GX-19N 임상시험계획서에 대한 변경승인을 2020년 12월 11일자로 득하였음. GX-19N 임상시험을 이어서 진행하여 안전하고 다양한 코로나 변종에도 대비 가능한 차세대 DNA백신을 개발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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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대응이 가능한 백신 개발을 위해 기존 물질 임상은 중단한다는 것이죠. 그럼 과연 제넥신은 기존 물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 왔을까요.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2020년 11월 즉 기존 물질 임상 포기 공시를 하기 불과 한달 전에 한 매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회사 백신은 대다수 코로나19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GX-19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에도 얼마든지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한 거죠.
설령 개발에 성공한다 하여도 뒤늦은 출시 때문에 판매가 부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백신마다 안전성과 약효 지속성, 가격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좀 늦게 출시해도 성능만 뛰어나면 수요는 있습니다.”
GX-19 백신이 외국 제약사의 백신과 비교하여도 약효가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래 놓고 한달도 채 못되어 GX-19 임상을 포기한 거죠. 그 뒤 1년여만인 올 3월에 코로나 백신 임상을 완전히 접은 겁니다. 지난 3월11일의 공시를 한번 보겠습니다.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N의 2/3상 임상시험 자진 철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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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제목
-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N의 유효성, 안정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대조, 제2/3상 임상시험
임상시험 단계
- 제 2/3상
임상 철회 결정 사유
- 인도네시아의 1차백신 및 부스터 접종이 전 국민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임상시험의 환경이 변화됨. 즉 부스터샷까
지 정부지원으로 신속히 맞을 수 있도록 수급상황이 호전됨.
- 이에 위약군을 포함하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과 운영이 어렵고 윤리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기 승인받은 미 접종자 대상
임상계획 승인 및 기접종자 대상 부스터 임상계획 변경신청 모두 자진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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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장 마감 뒤 공시라 주가 영향은 14일 월요일 있었습니다. 이날 제넥신 주가는 11.5% 폭락한 4만18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제넥신은 그동안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9시쯤이나 장중에 보도자료를 내며 성과를 홍보해 왔습니다. 이 매체는 제넥신이 설익은 내용을 중계방송하듯 보도자료에 담아 뿌렸다고 말합니다.
악재는 최대한 두루뭉실하게 흐리고, 호재는 최대한 부풀리는 행태가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될까요? 주주 투자자들에게는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주가가 받쳐지는 걸까요?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