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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 입주물량의 역습

아파트시장에서 경험한 인플레 오마쥬 혹은 데자뷰 (4편 끝)

  • Korea Monitor
  • 2022-03-12 16:58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배문성(Moonsung Bae)
22. 03.12

헬리오시티

헬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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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시장에서 경험한 인플레 오마쥬 혹은 데자뷰 4편
회색코뿔소, 입주물량의 역습(부제: 크레딧으로 바라본 아파트시장)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인해 아파트 시장의 신규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은 거래량으로 확인된다. 헌데 어차피 유주택자들이 집을 안팔고 버티면 무주택자들이 기다리는 하락도 없는 것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이자비용 좀더 늘어난다고 누가 집을 팔겠느냐고! 나도 동의한다. 금리 올라봐야 이자비용 몇백만원 오르는거 소비를 줄이면 되지 그거 못버텨서 집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름 Credit Analyst랍시고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보니, 이자 때문에 죽는 건 못봤다. 대부분 리파이낸싱/만기연장에 차질이 생겼을 때 돌아가신다. 채권자들이 “아이고~ 요새 편찮으시다면서요? 매년 연장해드렸지만 이젠 갚으셔야겠어요~” 해대는데, “...10%는 갚고 90%는 연장합시다...” 식으로 이놈 저놈에게 10%씩 갚다보면 어느새 돌아가신다. 불과 8~9년전 동양그룹, 동부그룹은 회사채, CP 등을 리테일에서 금리 8~9%로 조달했는데, 그런 어마무시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살아갔다.

너무나 걱정되서 “근데 조달이 계속 되셔요?”라고 물으면 자금담당자께선 “한번 9%의 금리를 맛본 분들은 그 맛을 끊을 수 없어서 계속 삽니다~ 저희가 발행하길 기다리는 팬들이 많습니다 ^^”라고 해맑게 답해주셨다. 해당 그룹들은 조달이 막힌 순간 운명하셨다.

ㅇㅇ무슨 말 하려는지 알겄소! 근데 아파트 LTV가 이렇게 빵빵한데 금융권이 회수를 할 리가 없잖소? 아니- 금융권 차입금 말고.. 사금융인데 내 집을 담보주고 무이자로 빌린 돈 있잖습니까 “Jeonse”

리파이낸싱/만기연장을 동일한 금액으로 혹은 증액할 경우 유동성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세는 그저 오르는게 당연하고 오를 수밖에 없는거라는 경험적 관성이 지배한다. 특히 임대차3법 시행 이후에는 전세가 계속 강세임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과연 전세가 하락할 수 있을까?

불과 3년전, 2018년말~2019년 상반기 서울 대다수지역 전세가가 하락한 바 있다. 1편에서 논했듯 긴축(기준금리 인상) 시기인데다 9500세대 헬리오시티가 ‘18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림1)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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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사를 보면 집값 또는 전세가의 향방을 두고 ’입주물량‘ 정보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좀더 의미있게 분석하려면 (1) ’멸실주택‘을 감안한 ’순증‘이 얼마인지도 중요하겠고, (2) LG에너지솔루션이나 코스닥 머시기나 똑같이 1종목이지만, IPO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하늘과 땅 차이이듯 Q(공급량)만 논할게 아니라 “P x Q”(시가총액)를 살펴야할 것이다.

MB정부 시절 서울 집값이 장기간 약세/하락이 이어진건 2007~2009년 잠실 엘리트레파와 반포 래미안/자이 입주 여파가 지속된거라는 분석도 있는데 금리인상과 더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세대수로는 3년에 걸쳐 3만세대가 나온 것이니 대수롭지 않지만, “P x Q”로는 엄청난 규모임이 확실하다.

순증물량이나 P x Q 분석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입주예정물량 조차 크게 잘못된 수치들이 보도되는데, 향후 입주예정 물량을 기분양 물량만 집계하다보니 실제와 큰 격차가 발생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2021년 9월 2일에 포스팅했던 글로 대체한다.
https://www.facebook.com/plugins/post.php..."

기분양 아파트만 입주예정물량으로 다룬 기사를 믿다간 ’아직 분양만 안했을 뿐 열심히 공사중인 수많은 재건축 단지들‘은 회색코뿔소가 아닌 블랙스완이 되버린다.

내년부터 1년간 아래와 같은 물량이 입주한다.(완공시기가 다소 조정될 수는 있어도 3개 대단지의 입주가 단기간내 몰리는 점은 변함없다)

’23년 3월 개포주공4단지(개포프레지던스자이, 3375세대), 8월 둔촌주공(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 1만2천세대), 2024년 1월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세대) - 개포/둔촌만 합쳐도 2만세대가 넘는다. ’19년 헬리오시티(+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를 훨씬 압도한다. 물론 ‘23년에 개포/둔촌에만 입주물량이 있는게 아닌데 수색뉴타운(3~4천세대), 아현(1419세대) 등 적잖은 곁다리들은 애써 무시하였다. 어찌저찌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이후 전세텀(’25년 이후)에는 반포주공(도합 7천세대), 잠실(르엘, 래미안아이파크 등 약 5천세대) 등 another much bigger than 헬리오시티가 기다리고 있다.

코스피가 강할 땐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초대형주 상장에도 충격이 덜하지만, 긴축으로 인해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비실비실할 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긴축과 P x Q 공급폭탄이 겹치면 웬만한 호재에도 밀릴 수밖에 없다.

전세가 떨어져봐야 얼마나 떨어지겠느냐 하는데선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다. 내년 입주물량의 비교대상은 ’21년 고가에 체결된 전세들이다. 이 시기는 역사적 저금리(기준금리 0.5%), 임대차3법의 부작용(신규/갱신 양극화), 반포주공 멸실 이주(3,600세대, 기본이주비 10억~16억) 등 3단콤보가 겹치면서 전세가 peak를 목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세가는 선반영 따위는 없고 그때그때 수급이 정하는 시세대로 결정된다. 미래에 전세가가 내릴 것 같다고 지금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사람이 어딨나? 공급자 우위일땐 지금 최대한 올려받자하고 수요자 우위일땐 최대한 낮춰 계약하자하며 시세보다 변동성이 커진다. ‘21년 peak 전세가와 ’23년 입주폭탄의 전세가 갭이 얼마가 될지는 상상의 영역이나, 유동성 대비를 하지 않은 임대인은 일격을 당할수 있다.

나름 credit analyst랍시고 본의아니게 기업들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다보면- 금융권 차입금 만기에 대응을 못해서 가시는 분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상거래 채무를 못막아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채무는 담보 덕분에 연장하는데, 외상으로 자재샀던거는- “김씨, 한달만 더 미룹시다...” “형! 한달만 더, 한달만 더 하던게 벌써 1년이야!(I beli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갖고있는 부동산 팔면 되잖아! 이제 나도 죽기 일보직전이니 법원가서라도 받아내야겠소!” - 그렇게 사망.

“이봐요! 내가 이번에 둔촌주공에 입주해야 한단 말이오! 어서 내 전세금을 돌려주시오!” “새로운 세입자가 안구해지는데 어떡해요? 좀 기다려주쇼(너라면 그 큰 돈을 걍 예금으로 뒀겠니? 새로운 세입자로 리파이낸싱 해야한단 말야~)”- 집값이 전세가보다 훨씬 높으니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멀게는 잠실 엘리트레파, 가까이는 헬리오를 통해 목도했듯이 세입자를 채우는데 매우 오랜기간이 걸린다. 개포/둔촌의 2만세대를 소화하기 위한 잡음과 마찰이 곳곳에서 오랜기간 이어지다보면 결국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자발적 급매물들이 나올 수 있다.

(그림2) 단순한 예시로 마래푸 34평을 2016년에 갭투자한 사람은 자기자본이 1.5억원만 있어도 가능했다.(당시 집값 8억원, 전세가 6.5억원) 쭉 보유하면서 ‘21년에 새로운 새입자를 들였다면 임대차3법으로 전세가가 급등한 덕분에 cash-in만 4.5억원에 달한다.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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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5억원을 오로지 유동성으로만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자본이 1.5억원에 불과한 사람들 중엔 본디 부자가 아닌 사람도 제법 될 듯하다. 자칫 2년 뒤엔 세입자에게 자기자본을 능가하는 유동성을 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2021년에 마래푸 34평을 갭투자하려면 자기자본이 7.5억원으로 제법 돈이 필요하다. 이게 충분한 여윳돈이면 모르겠지만 최대한 영끌한 상태라면 2년뒤 전세금이 빠질 경우 꽤나 난감하다. (참고로 전세를 당연히 부채로 간주하면 2016년 갭투자자의 부채비율은 1133%, 2021년 갭투자자의 부채비율은 147%이다)

자기자본이 100%면 자산가격이 아무리 빠져도 문제가 없다. 기업이 발행한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한다. 실질은 부채지만 만기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만기상환부담을 못느껴왔기에 어느덧 전세는 모두의 마음속에 영구채(자본)로 자리했다. 그런데 어느날 모두에게 부채로 돌변할 경우의 리스크는 어느정도일까?

(그림3) 2019년 헬리오입주 당시 전세가 하락의 충격이 비교적 덜했던 것은 리파이낸싱 대상인 2017년 전세가와 갭이 크지 않았고, 대출규제가 지금보다는 덜했다는 점도 짚어봐야한다.

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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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2021년의 신규전세가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수준으로 레벨업 되었다. “신규 전세가가 뉴노멀이다!” 라고 외치는 의견도 존중한다. 다만 개인적 분석 관점에선 초저금리(0.5%), 임대차3법 시행초기, 반포주공 멸실이주 3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급등한 ‘transitory’(엥? 내가 이런 혐오스런 단어를 쓰게 될 줄이야) 가격이라고 판단한다.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건 글로벌 공급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헌데 중단기내 서울 상급지 대규모 입주물량(P x Q)은 계획된 시기에 완공 예정이다.

내년 환경은 금리(기준금리 2% 내외 예상)와 입주물량의 “P x Q”(개포/둔촌에서 2만세대 순차적 입주, 각종 뉴타운은 덤) 측면에서 2019년 상반기보다 불리할텐데 전세가격마저 그때와 유사한 수준이 된다면 전세보증금에 의지하는 다주택자, 영끌하느라 몸테크 중인 1주택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을 요구하게 된다.(비싼 집일수록 전세가 하락범위가 커지므로)

부동산은 대표적인 싸이클 산업이다. 업종 불문 크레딧 관점에서 부도에 이르는 공식은 비슷하다. 호황일땐 돈 빌리기도 쉽다. 그렇게 호황일 때 많이 빌려서 투자를 늘린다. 호황의 끝이 어딘지 모르니 정점일 때도 투자를 지속한다. 꺾인 뒤에는 너도나도 회수를 하려든다. 이때 cash가 없으면 돌아가시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살아있었으면 대박이었을텐데!!!” 갸가 뭐 경쟁력이 없어서 그래됐나? 2016년을 넘길 유동성이 없던 것을 우짜겠노... “조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 다 팔아버리고..” “남은건 그 며느리 뿐이었지요?” “그렇지.. 그런데 참.. 그 며느리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산업은행 자금지원 없이는 곧 돌아가실거다’라는 삼일의원 진단을 미리 받고서는 자율협약 신청직전에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잖아..”

2021년의 overfunding과 그로인한 2023년 refinancing risk-

잔망스러운 부동산/인플레이션 분석 글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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