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공시를 앞둔 일부 상장기업들이 부실 자회사의 가치하락을 '21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외부감사인(회계법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합니다.
최근 이런 제목의 기사가 한 경제매체에 실렸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
해외자회사가 '손상'? 재무제표엔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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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요약>
(1)연매출 수천억원 규모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 A사의 B대표가 요즘 밤잠을 설침.
(2)조만간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올해부터 새로 감사를 맡게 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해외 자회사 평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임.
(3)B대표는 "지난해 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20년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현 감사인이 재작성을 요구해 당황스럽다"면서 "일관성없는 회계감사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함.
(4)A사는 현 감사인이 전 감사인과 다른 잣대를 적용하려는 이유는, 해외자회사 평가가 올해 금감원의 '테마감리' 대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음.
1.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 '22년도 재무제표 중점심사 4개 이슈'를 발표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주식 손상처리'입니다. 지분율 기준으로 50% 초과 자회사는 종속기업, 20%~50% 자회사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지분율이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예컨대 A사가 종속기업인 해외자회사 지분가치를 장부에 100으로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자회사 사업이 부진하여 가치평가를 하였더니 70밖에 안되는 것으로 산출되었다면 30만큼 손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차액 30은 A사의 손익계산서에 손실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이죠.
감독원은 '21년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가 올 1분기에 공시되고나면 '22년도 중점점검 이슈'에 해당할만한 기업들을 선별합니다. 이 기업들 중에 일부를 골라 회계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를 진행하겠죠.
감사인 입장에서는 중점심사 이슈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6월 금감원의 발표가 있었기때문에 A사 현 감사인은 더욱더 종속기업(해외 자회사) 가치 손상 여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죠.
2.
코로나 이후 아마 상당수 기업들의 해외사업이 부진했을 것이고, 이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20년도 결산을 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손상 평가를 제대로 안했을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 회사와 현 감사인이 '21년도분 재무제표에 종속기업 평가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 감사인과 전 감사인 간에도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점검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금감원이 재무제표를 들여다 볼 것이고, 경미한 문제가 발견되면 수정지시만 할 겁니다. 그러나 중대 위반 흔적이 있으면 정밀감리로 전환하여 이것저것 막 들춰볼 겁니다. 감리 결과,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감사인도 중징계를 받습니다. 따라서 감사인은 중점이슈(테마감리이슈)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 입장을 취하려 할 것입니다.
어떤 기업들은 감사보고서와 상관없이 미리 1월~2월 사이에 잠정실적 공시합니다. 감사 완료 이후 숫자에 상당한 변동이 있으면 수정공시를 하는 식이죠. 또 어떤 기업들은 감사 완료 이후 감사보고서 공시를 하면서 '21년 4분기와 연간 숫자를 최초공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몇몇 기업들의 손익계산서가 종속기업 손상 때문에 망가진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죠.
3.
연결은 A와 해외자회사(B)가 한 회사(연결실체)인 것처럼 생각하고 재무제표를 묶는 것입니다. 엄연히 서로 다른 개별법인이기는 하지만 한 회사처럼 묶어서 연결실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자산에는 '종속기업투자주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은 종속기업을 연결하지 않고 자기만의 재무제표도 만들어 공시해야 합니다. 이걸 '별도재무제표'라고 합니다. 별도재무제표에서는 종속기업 해외자회사를 연결하지 않고 지분가치를 애초의 취득가격 그대로 해마다 적습니다. 이걸 원가법이라고 합니다.(모든 기업이 별도재무제표에서 원가법을 채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A사가 자회사 B사를 해외에 세우면서 지분 80%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지분 80% 취득에 200이 들어갔습니다. 별도재무제표상의 자산항목에는 '종속기업투자주식(B) 200'이 기록됩니다.
그런데, B의 사업이 계속 부진하고 개선여지가 별로 안 보이면 B 지분 가치를 200으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평가해야 합니다.평가 결과 150으로 산출되었다면 차액 50만큼을 비용(종속기업투자주식 손상)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A사의 종속기업에서 손상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별도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연결재무제표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종속기업투자주식'이라는 계정이 자산항목에 나타날 수 없기 때문에 손상도 없습니다. 해외 자회사의 외형과 손상 정도가 크다면 별도재무제표상으로 회사 손익계산서는 크게 악화할 수 있습니다.
4.
아래 그림은 현대모비스가 '20년 결산을 하면서 중국법인 두 곳의 가치하락을 손상으로 처리한 내용입니다. 현대모비스 별도재무제표 주석 내용을 필자가 간단하게 편집하였습니다.
(
단위 백만원)
회사명
| 소재지
| 2020년말
| 2019년말
|
지분율
| 장부금액
| 지분율
| 장부금액
|
Shanghai Hyundai Mobis Automotive Parts Co., Ltd(1)
| 중국
| 100.00%
| 116,069
| 100.00%
| 150,725
|
ChongQing Hyundai Mobis Automotive Parts Co., Ltd(2)
| 중국
| 90.00%
| -
| 90.00%
| 10,578
|
중국 내 자동차 업계 실적 악화로 종속기업투자주식에 중요한 손상징후가 발견됨에 따라 손상평가를 수행함.
그 결과 각각 (1)34,656백만원과 (2) 10,578백만원의 손상차손금액을 인식하였음.
표를 보면 상하이법인은 별도재무제표에서 원가법을 적용하여 지분 100% 가치가 1507억2500만원('19년말 기준)이었습니다.그런데 '20년 말에 손상평가를 하여 지분가치가 1160억6900만원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차액 346억5600만원이 종속기업 관련 손실비용(영업 외의 비용)에 반영되었습니다. 충칭법인 역시 지분 90% 가치가 105억7800만원에서 '0'원으로 하락하여, 하락분 전액이 손상처리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외자회사들이 망가져서 별도재무제표 상으로 종속기업투자주식 손상을 인식해야 할 정도면 연결재무제표 숫자도 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모비스 본사 기준 실적과 망가진 해외법인들의 실적을 합치는 것이니까요.
(참고로, 다음과 같는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는 조금 달리 회계처리를 합니다.
A사가 B사를 원가법이 아닌 지분법으로 평가하는 경우 또는 A사가 B사를 M&A로 인수하여 A의 자산항목에 B 인수로 인한 영업권이 계상되어 있는 경우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