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문성(Moonsung Bae)
22.03.05
아파트단지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아파트 시장분석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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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시장에서 경험한 인플레 오마쥬 혹은 데자뷰 3편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
아파트는 일정한 임대수익을 얻을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의 속성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자재의 속성도 갖고 있다.
# 10년(2011~2020)간 아파트 임대료는 거의 변화없었음
변태적 취미 중 하나로 가끔 대단지 아파트들 월세 실거래가를 정리해보는데 그 추세를 보면 (그림1)의 표와 같이 2020년 상반기까지 10여년간 월세에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림1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아파트 시장분석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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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곡렉슬, 더샵센텀파크만 이런게 아니라 10년 이상 시계열이 확보되는, 재건축 이슈가 없는 대단지 아파트들 대부분 유사하다. 34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기준, 반포 월 400대, 도곡동 300대, 마포 200대. 집값도 계속 월세에 비례한다. 어느 시점에서 봐도 반포래미안 월세가 마포래미안 2배인데 집값도 언제나 딱 2배 차이난다.
여튼 월세를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를 배당금이 일정한 주식 or 동일한 coupon을 지급하는 채권으로 밸류에이션 해볼수 있고, 실제로 (그림2)와 같이 금리가 낮아질수록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일정한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우량채권과 같은 그래프가 도출된다.
그림2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아파트 시장분석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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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임대료가 오르지 않았다고? 전세가는 엄청 오르지 않았냐? 라고 반문한다면, 도곡렉슬의 사례처럼 금리가 4% 일 때 전세가 7억과 금리가 2%일 때 전세가 14억은 임대료가 동일하다고 할수 있다. 즉, 금리가 낮아지면 전세가가 올라야 본전이다.
가계소득은 증가하는데 월세가 10년씩이나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3가지 사유를 생각해봤다.
1) 교통, 학군 등 인프라가 완성되어있다.
신축아파트의 월세가 초반 4~5년차까지 오르는 지역들도 있었다. 서울 마포/성동, 세종시 등 신축대단지 공급 전에는 기존 인프라가 미흡했으나, 점차 주변여건이 개선된 경우이다. 택시기사 분들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나 옥수래미안을 지날때면 “이야! 이 달동네가 이렇게 됐어?” 라는 멘트를 하곤 했다. 헌데 예시로든 도곡동이나 부산센텀시티는 이미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들로 인프라 성장세가 둔화된 지역이다.
2) 건물이 감가상각 된다.
1~4년차 아파트와 8~10년차 아파트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나마 도곡동, 센텀시티 정도되니 10년차에도 1~2년차 시절과 같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 주위에 많든 적든 신축들이 공급된다.
도곡렉슬이 들어설 때만 해도 타워팰리스를 위시한 도곡동은 최고의 부촌이었으나, 이후 반포/대치 등지에 신축아파트들이 공급되면서 도곡동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그러니 2030 입장에선 너무 조급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 이런 곳들을 영원히 구축으로 둘순 없다. 여의도가 신축아파트들로 채워지면 현재의 마포 신축들은 구축이 된다. 십수년 전엔 가락시영, 둔촌/개포/반포주공 재건축은 요원하다 못해 불가능하다고들 했었으나 규제많다고 난리치면서도 결국 재건축한다.
청약점수 오래 쌓아서 반포/개포 신축에 당첨되신 분들 로또라 카는데, 지금 2030도 이미 늦은 시점에서 영끌의 위험부담을 하느니 차라리 향후 청약으로 여의도, 목동, 한남동 등을 공략하는 것도 대안이다. 반포/개포 당첨되신 분들, 집값이 급등하던 DJ/노무현 정부시절에 무주택자였던 분들이다.
# 10년간 변함없던 아파트 임대료를 곧추 세운 기적
아무튼 과거 기준금리 높을 때 4%가량 되던 세전 임대수익률이 1%대까지 내려왔으니, 이젠 보유세도 많아졌고 기준금리도 2%는 갈거라하니 앞으로 집값 떨어지겠네? 아파트를 채권으로 본다면 그렇다.
‘아파트는 채권이 아니지 않느냐’ 라는 논의는 뒤로하고, (그림1)을 보면 아시겠지만 2021년 통계가 빠져있다. 10여년간 거의 변함이 없던 월세가- 그 유명한 임대차3법(2020년 8월 시행) 이후 급변하며 통계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전월세가격이 정규분포 식이었다면, 법시행 이후엔 양극단에 분포하여 적정가를 산정할 수가 없다. 예시로든 도곡렉슬의 경우 10여년간 300만원 내외를 유지하던 월세가 '21년 300만원 아니면 450만원이 찍힌다.
실상은 전세자금대출 제도와 공실까지 맞물려 더 복잡하지만 모형을 지극히 단순화하자면, (가정) 매년 **아파트에 신규세입자가 되길 희망하는 수요는 50가구로 일정하고, 매년 만기도래하는 전세가 100가구인데 통상 60가구만 재계약을 한다면 경쟁률은 50(수요) : 40(공급) 이다.
헌데 코로나때매 금리를 확 낮춰서 자연스레 전세가가 오를 판에 임대차3법이 시행되니 기존 세입자는 무조건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게 이익이 되버린다. 고로 법시행 이후 연간 만기도래하는 전세 100가구 중 90가구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한다면, 갑자기 공급량은 10가구로 줄어버려서 경쟁률은 50(수요) : 10(공급)이 되어버린다. 급격한 shortage에 당연히 임대료가 폭등한다.
전세가가 안정된 시기에 저런 정책을 사용했다면 부작용이 덜했을텐데, 하필이면 금리를 팍 낮춰서 전세가가 오를 시점에 시행하여 “시장균형가격(낮아진 금리에 적합한 전세가격) 보다 낮은가격(갱신청구가격)”을 상한으로 하는 가격통제정책으로 변질되버렸다.
그래서 임대차3법이 시행된 2020년 8월 이후의 아파트 단지별 전월세 가격을 살펴보면, 경제원론시간에 배운 "최고가격을 균형가격Pe 보다 낮게 설정한 경우"의 그래프(그림 3)처럼 균형가격인 Pe는 사라지고 최고가격(갱신청구가격)과 암시장가격(신규계약가격)이 혼재된 아비규환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1년 도곡렉슬 34평의 전세 실거래가는 10억 내외(갱신가격) 거나 18억 내외(신규가격)이다. 임대차3법이 아니었다면 14억 내외로 균형가격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림3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아파트 시장분석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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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관점에선 결이 다르긴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 문제에 대입해보면,
- 코로나 직후 전세계가 금리를 확 낮춰서 돈의 가치를 떨어트렸으니 그 자체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만한 여건에서,
- ESG 이슈를 들들 볶아대니 원자재 공급마저 줄어서 엄청난 인플레를 목도하게 되었다.
(그림4) Lyn Alden이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그림에다가 내가 장난침
그림4
채권과 원자재로 바라본 아파트(아파트 시장분석 3편)
이미지 확대보기# 일심동체 홍남기와 파월
물론 공급을 위축시킨 요인이 ESG뿐만은 아니지만 임대차3법이나 ESG나 선한 목적을 지녔고, 언젠가는 해야할 과제였으나- 안좋은 시기(급격한 금리인하)에 과거보다 인위적으로 공급까지 줄여버리는 부작용을 낳아 가격 떡상~이라는 고통이 찾아온 상황이다.
이를 두고 홍남기와 파월은 일심동체가 되어 같은 말을 했었다. "일시적으로 튄거고,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 될것"
- 아파트들 임대료 추이좀 봐, 10년간 안올랐잖아, 근데 임대차3법 때매 잠시 오른거고 "with 임대차3법" 적응되면 다시 과거 가격으로 회귀할거얌
- 과거 인플레 추이좀 봐, 10년간 안올랐잖아, 근데 코로나때매 잠시 오른거고 "with 코로나" 적응되면 다시 과거수준으로 회귀할거얌
그들은 몰랐거나 속인것 같다. IT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의 대중에겐 "일시적"은 1~2분기 정도를 의미하지, 1~2년은 영원과도 같은 시간임을.. 1~2분기 내에 승부를 보기 위해 주식/채권보단 암호화폐에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이다" 해놓고 1년 넘게 해소가 안되고 있으니, "기대인플레이션"이 어찌 안생길수 있을까? 복덕방에가서 '요즘 도곡렉슬 34평 전세 얼마에요?'라고 물어보면 '18억이요' 하지, '갱신가격은 10억이고 신규가격은 18억이니 아마도 기다리면 14억에 수렴할거에요' 라고 답하면 쌍싸다귀 맞을거다.
현 국제정세에 대입해보면, 제재로 인해 러시아 원유/가스 수입이 금지될 경우 중국-러시아의 에너지 가격은 "갱신 전세가격", 서방과 우리나라는 "신규 전세가격"을 마주해야한다. 실로 가혹하다...
그렇다면 남은 해법은? 이미 엎질러진 임대차3법을 폐기할수 없다면- 금리라도 올려야 신규 전세가를 낮춰볼 수 있겠지.
글을 늘어지게 쓰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길어져버렸다. 다음편에서 간단히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