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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현금흐름(FCF)에 대한 오해

  • Korea Monitor
  • 2022-03-03 16:47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5만원권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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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배당정책을 공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개 미래 3개 연도의 배당금 지급기준 지표와 배당성향(지표금액 대비 배당지급액 비율)을 밝힙니다. 이에 따라 이 기업의 배당이 전년보다 증가할지 또는 감소할지를 투자자가 짐작하는 것도 가능해 졌습니다.

상장사는 분기 및 반기 재무제표를 공시하기 때문에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재무제표를 잘 분석하면 배당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회사의 공식 재무제표와 애널리스트 리포트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증감 수치까지도 예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주주에 대한 총배당금을 정하는 기준으로 기업들은 연간 당기순이익을 많이 선택합니다. 이른바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라는 지표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FCF의 30%를 주주 배당금으로 사용한다”는 식이죠.

카카오, SK하이닉스, 삼성SDI,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같은 기업들이 FCF 기준을 사용합니다. 현대모비스는 '19~’21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까지만 FCF 기준을 사용하고, ’22~'24 사업연도에는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바꿉니다.

2.
그런데 FCF라는 지표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결산기말 시점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여유현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산을 했더니 현재 회사보유 현금잔액이 1억이고, 앞으로 투자에 사용할 예상금액 4000만원을 제외하고 남는 6000만원이 FCF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또는 결산기말 시점의 현금보유액 1억 자체가 FCF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3.
기업마다 FCF 산출식에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동소이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시설투자액(CAPEX)’입니다. 여기에서 기업 특성에 따라 보태고 빼는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설투자액은 다른 말로 유형자산취득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3가지로 나누면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활동 각각에서 발생한 순현금흐름(유입-유출)을 더하면 회사의 총현금흐름이 나오겠죠.
'20년도 말 회사현금은 1000만원입니다. '21년도 영업현금흐름은 600만원, 투자현금흐름은 -250만원, 재무현금흐름은 -150만원이라면 '21년도 총현금흐름은 200만원(600-250-150)입니다. '21년도말 회사 보유현금은 전년말 1000만원+당기 증가액 200만원=1200만원이 되겠죠.

FCF는 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현금흐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자산취득액'을 뺀 수치입니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시설투자에 사용하고도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인 거죠. 재무활동(배당을 지급하거나 차입금을 상환함. 또는 차입을 일으킴)에 따른 현금유출입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따라서 FCF를 기말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또는 여유현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5.
SK하이닉스의 연결현금흐름표(잠정집계)에 나타난 ‘21년말 시점 현금자산은 8조6700억원 입니다. 이에 비해 FCF는 7조3100억원입니다. 1조3600원의 차이가 나죠. 이 정도 차이라면 그나마 낫습니다.

’19 사업연도를 보겠습니다. 연결현금흐름표 상 회사의 연말 현금은 2조3000억원입니다. 그런데 FCF는 마이너스 7조4000억원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비해 유형자산취득금액이 엄청 컸다는이야기죠.

2019
영업활동현금흐름

64830

투자활동현금흐름

(104500)
유형자산의 취득

(139200)
재무활동현금흐름

39000

차입금의 차입

98330

차입금의 상환

(45850)
배당금의 지급

(1260)
현금및현금성자산의 순증감

(430)
기초 현금및현금성자산

23490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23060

반도체 제조 판매활동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갔는데, 이러한 영업활동에서 6조4830억원의 현금순유입이 있었습니다. 기계장치 같은 설비나 다른 회사지분을 취득 또는 처분하는 투자활동에서는 10조4500억원의 순유출이 있었습니다. 투자활동에서 가장 큰 현금지출은 유형자산취득인데, 13조9200억원을 지출한 영향을 받은 것이죠.

FCF는 이 단계까지만 계산하는 것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6조4800억원-CAPEX 13조9200억원을 계산하면 -7조4400억원이 나옵니다.

6.
현금흐름에는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있죠. 시설투자나 운영자금용 자금의 차입 또는 채무상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에서 발생한 현금 유출입을 측정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19 사업연도에 재무현금흐름에서는 9조8000억원의 차입에 따른 현금유입이 있었고 4조6000억원의 채무상환에 따른 유출이 있었습니다. 차입금은 주로 설비투자금으로 사용되었다고 봐야죠. 영업활동현금만으로는 설비투자 지출을 맞추지 못해 재무활동으로 자금을 끌어온 것입니다. 재무현금흐름은 3조9000억원 순유입입니다.

이렇게 영업, 투자, 재무현금흐름을 다 계산했을 때 ’19 사업연도에는 430억원의 현금순감소 있었습니다. 연초(기초) 현금보유고(2조3490억)에서 430억원의 순감소를 반영하면 기말 현금으로 2조3060억이 산출됩니다.

7.
FCF는 당기 사업연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액을 차감한 수치를 구함으로써, 회사가 주주배당이나 차입금 상환, 새로운 투자 등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약식으로 가늠해 보기 위한 것입니다. 어떤 회사들은 이 지표를 기준으로 일정 %를 주주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FCF 그 자체가 마치 지금 회사가 보유한 현금잔액이라거나, 회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 잔액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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