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봉
1월 23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생각>
증시가 활황이거나, 침체일때 또는 선거철때 마다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용어입니다. 최근에 또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항상 낮은 valuation, 즉 디스카운트에 거래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의외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개방되었던 시점 이후 일관되게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가들이 궁금해 하는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증권사와 국민연금에서 일할 때 해외 투자가들에게 왜 너희 나라는 valuation이 낮게 거래되는 거니?라는 질문을 받고 그러게... 그런데 너희는 왜 더 많이 안사니라고 계속 답했던 기억도 여러번 있습니다. (사실은 저 말을 아주 그럴듯 하게 포장해서 토론을 하기는 했습니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 대비 디스카운트 - '할인'- 되어 거래된다는 것은 우선 투자자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며, 때로는 투자 수익률과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만병통치약 처럼 이용되기도 해왔습니다. 여러분 이 정책만 도입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입니다. 저렇게만 하면 해소될 것입니다. 등등 자주 들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엉뚱한 데 이용되기도 하지요.
제 기억에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가장 바보같이 (멋있는 표현은 아닌데, 정말 다른 표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악용한 사례는 MB 때 IFRS 회계기준의 도입이었습니다. 이것만 도입하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정책당국자들과 주식투자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자문 교수들의 근거없는 주장. IFRS 도입으로 회계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IFRS를 도입하고 있지 않는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유럽 대비 결코 디스카운트에 거래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며 충분한 토의 없이 이상한 회계제도가 도입되는 걸 보고... 한국 사회가 정말 가볍구나라고 생각한 기억이 있습니다.
( IFRS도입으로 기업들은 과거에 비하여 더 많은 회계관련 비용을 지불하여야 했고, 투자자들은 비교가능성이 떨어졌을 뿐더러 그나마 정보를 해석하는데 불필요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했습니다. 수 많은 주석과 기업마다 통일되지 않은 회계기준. 행복한건 일감이 증가한 회계사들 뿐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모두 아시겠지만, IFRS 도입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아주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한국 증시는 왜 거의 모든 해외 시장 대비 낮은 valuation으로 거래되는 것일까요?
투명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 북한이슈, 투자 문화의 차이 등등 많은 이유들이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고 이중 일부는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 금융시장에서 일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추상적이고 정황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꿈 같은 이야기들이 대체로 해피엔딩이 아닌 결과를 가져왔기에 가능한 단순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한, 데이터로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한 논리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한국의 상장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달리 눈에 띄게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배당성향" 이었습니다.
KOSPI의 배당성향은 거의 모든 국가들의 배당성향의 평균 약 50% 수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중 직접적으로 투자가들에게 돌려주는 몫이 선진시장 대비 절반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당성향과 장기 valuation을 비교해보면, 투자자들은 매우 현명하게도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환원해 주는 가치만큼을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valuation도 덜 돌려주니까, 덜 인정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1) IT 기업이 많아서 2) 여전히 작은 시장이고 IMF 등의 기억이 있어 기업들이 경제위기 등 힘든 시기를 대비하여 유보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일리가 있지만, 한 시장 자체가 일관되게 다른 시장의 경제 주체와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히 어떤 원인이 그 배경에 있다고 생각해 볼 수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원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배당을 강제하는 유보세 등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에 또 다른 문제만을 야기할 것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사람들의 생각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을 보면, 한국의 기업가들만이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데 인색하다는 것은? 한국의 기업가들은 평균적으로 더 탐욕적이고 더 인색한 것일까요?
전 이 문제는 주주와 오너(또는 대주주)와의 투자 목표가 일치되지 않는 현실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1) 약탈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와 2) 마찬자기로 높은 배당세 및 금융소득종합과세하에서 오너로 불리는 경영진과 일반 투자자들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일치하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선진시장의 거의 모든 국가들(북유럽 국가들을 포함)의 낮은 상속세, 특히 Inherited stock에 대한 과세, 그리고 배당에 대한 세금 정책은 한국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
(추가) 외견상 한국의 배당세는 15.4%로 해외 시장 대비 살짝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배당이 종합소득과세에 포함되기에 대주주는 최대 45%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오너(대주주) 입장에서는 법인세도 냈는데 배당세도 이러면 배당을 많이 줄 의욕이 저하되겠지요.
물론, 봉원길 님이 지적하였듯이 경영권프리미엄이나 다른 이슈도 배당성향을 낮추는 주요 요인입니다.
.........
일부는 빈부의 양극화를 이야기 할 것입니다.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 사회는 불행한 사회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많은 문제, 그리고 사회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높은 세율이 얼마나 빈부격차 해소에 기여를 했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상속세 때문에 그나마 현재 상황이 유지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업가들은 편법으로 오히려 더 지저분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피해 가는 것일까요?
"어떤 정책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가져온 결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정의로운 정책인지 악의가 깔린 정책일지 생각하는 건 제일 큰 실수다"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말은 그에 대한 선호를 떠나서 우리가 가끔은 기억해야 할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에 대하여,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하여 한번 생각을 조금이라도 정리해 보고 싶어 짧게 글을 적어봤습니다.
각각의 이슈에 대하여 보완하여 설명할 내용은 정말 많지만 아마 끔찍하게 지루할 듯 합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겸허히 듣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