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국 파이낸싱, 방산거래에선 너무 흔한 일
방산 무기체계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개발에 성공하여 양산에 들어가면 방사청은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가격으로 구매하죠.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익성은 낮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대개 한자리 숫자죠.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이른바 ‘에비타(EBITDA)’의 마진율로해도 두자리 수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방산도 대규모 자본재 장치산업입니다. 생산 및 판매규모를 늘리면 고정비 효과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좋아지죠.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뚜렷합니다. 그러자면 방사청 납품을 넘어 해외수출도 해야 합니다.
2019년 산업연구원 보고서(주요 선진국의 방산수출 파이낸싱 정책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방산수출 강국인 프랑스, 스웨덴 등은 구매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금융지원(파이낸싱)을 제공합니다. 품질과 성능이 좋은데 금융조건까지 구매자 중심이라면 경쟁력은 커질 수 밖에 없죠. 우리나라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러시아 등은 파격적 장기 파이낸싱(차관 수준의 금리와 25년 상환 조건)을 내세워 후발국 시장을 공략중이라고 보고서는 소개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수은이나 무역보험공사도 상환기간을 20년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파이낸싱 한도를 방산계약금액의 100% 까지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하죠. 이 같은 파이낸싱에는 당연히 리스크도 따라 붙습니다.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주로 아시아 중동 중남미권 국가를 타깃으로 합니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나라들이지만 5억 달러 이상 대형 방산거래에서 이들은 장기 저금리 파이낸싱을 요구하죠. 현지생산과 아울러 이른바 절충교역(기술이전 및 부품역수출 등의 조건 요구)을 원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방산거래에서 파이낸싱을 담당하는 것은 정책금융기관의 몫이 되죠. 무기 구매국에 대한 수출국의 파이낸싱은 사실상 글로벌 관행이나 다름없습니다.
수은 “구매국에 최적 금융솔루션 제공할 것..그게 우리가 할 일”
지난 2015년 당시 방사청은 수출입은행과 ‘방산수출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수출금융 지원확대가 들어가 있죠. 당시 이덕훈 행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위산업은 산업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를 위해서는 수출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우리 방산기업과 수입국 정부에게 최적의 금융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9 계약에서 수은은 자기 할 일을 한 겁니다.
대통령 순방 성과로 내놓기 위해 방산계약협상에서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였다면 잘못한 일이죠. 정부가 방산기업에게 또는 은행에게 이를 강요하였다면, 그래서 손실을 보도록 하였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리한 계약임을 주장하는 핵심 이유로 구매국에게 파이낸싱 해 준 것을 거론한다면, 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2 포대
K9 수출 파이낸싱은 죄가 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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