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연이은 대형수주 와중에 잡음이..
방위산업이 오랜만에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대형수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죠. 천궁Ⅱ(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이어 K9 자주포가 연초부터 조 단위 수출계약을 터뜨렸습니다.
방산분야 지난해 수출도 아주 좋았습니다. 추정치 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올해 K-방산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업계에 따르면 대형 수주 가능성이 엿보이는 사업들이 몇 건 있습니다. 호주 육군용 차세대 보병 장갑차 사업(한화디펜스 AS-21 레드백)이 있죠.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 등 동남아 및 남미시장 경전투기(한국항공우주산업 FA50)사업이나 노르웨이 차세대 전차(현대로템 K2 흑표) 사업도 있습니다. 이들 사업이 수주에 성공하면 올해 방산수출액은 90억 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한편으로 방산업계를 둘러싼 조그만 논란도 있습니다. 일부 대형 수주계약이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성사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와 체결한 2조원 짜리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두고 이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불리한 조건이라는 근거는 무엇이고, 타당한 지적일까요?
K9 수출조건 알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K9 수주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월1일, 설날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집트가 K9을 운용하는 9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며,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밝혔죠. 연초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4조원 규모 천궁Ⅱ에 이은 대형계약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 한 방송사가 이 계약의 내용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순방 성과로 계약성사를 내놓기 위해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모두 수용했다는 취지였죠. 순방은 지난 1월19일~21일에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각오하고라도 순방에 맞추려 했다면 순방 시점과 발표시점(2월1일)을 10일이나 차이나게 했을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보도 내용은 그러했습니다.
기자는 “앞으로 다른 나라도 이런 조건의 거래를 요구를 할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그런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는 K9 계약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불리한 계약으로 단정하는 핵심이유?
방송은 이집트 정부가 무기대금의 상당액(최대 80% 정도)을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수은)으로부터 빌려 결제한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솔직히 필자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글로벌 방산거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매 파이낸싱이기 때문이죠. 방송은 K9 계약의 후반기 생산물량을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키로 한 것도 불리한 계약임을 보여준다고 거론했습니다. 가격을 대폭 깎아줬다는 후문도 있다 하네요.
방사청 보도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현지생산’이라는 조건은 부제목에서부터 이미 밝혀놓았더군요. 보도자료에는 주제목 아래에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것은 방산거래에서 보기 드문 조건은 아닙니다. 가격 인하와 관련해서는 ‘대폭’이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없으니 일단 제쳐둡니다.
지금부터 방산 구매금융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은의 주력 업무는 공적수출신용(Official Export Credit)이죠. 수출촉진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대출이나 보증 등의 공적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전세계 각국에서 이러한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수출신용기관 즉 ECA(Export Credit Agency)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수은, 산은, 무역보험공사 등을 ECA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업체가 해외건설이나 플랜트사업을 수주하면 수은은 해외발주처에 공사 결제자금을 대출해 줍니다. 채무보증을 서 주기도 하죠. 해외 발주처가 우리 건설사에게 줄 공사대금을 우리 금융사가 지원해 주는 셈입니다. 발주처는 이런 금융지원을 보고 우리 기업에 일감을 주지요. 수은은 우리 건설사에 직접 금융지원(계약이행보증, 선수금환급보증, 제작자금지원 등)을 하기도 합니다.
조선도 마찬가지죠. 국내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하면 수은이 건조자금을 대출해 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해외선주에게 선박구매자금을 빌려주기도 하죠.
지난해 수은 경영진이 그리스 최대 해운사를 방문했습니다. ‘한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면 선박금융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금융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죠. 앞으로 3년동안 이 해운사가 발주하는 친환경선박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하면 금융지원을 실시한다는 내용입니다. 수은은 지난달 중동지역 국영 에너지기업 두 곳과 110억 달러 규모 ‘기본여신약정(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습니다. 해외 발주처에게 금융지원 조건을 미리 제시하여 확정했어요. 우리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면 신속하게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죠. 선(先)금융지원 확약으로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를 돕기위한 조치인 셈입니다.
방산도 해외건설 플랜트 조선 등과 마찬가지로 수출진흥 지원대상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