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마스크를 쓰고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글로벌모니터)
[Fed Watch]오히려 백스텝…'완화 기조 강화' 연말로 연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 예상대로 조만간 통화완화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주는 대신 오히려 뒷걸음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제로금리 장기화를 의미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등이 발표될 것으로 유력되는 시점이 오는 9월에서 12월 또는 그 뒤로 연기될 가능성이 대두하게 됐다.
연준은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재검토를 이어갔지만 진전된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서도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검토만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연준은 이처럼 통화정책에 대한 비둘기파적인 신호는 주지 않으면서도 경기에 대한 신중한 입장은 유지함으로써 시장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느낄만한 뉘앙스를 배가시켰다. 연준 실무진(스태프)은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이 종전보다 더 낮아질 것 같다고 보고했다.
1. 포워드 가이던스 명료화, 9월은 어려울 듯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 7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a number of)" 참가자들은 정책금리 경로에 대해 더 큰 명확성을 제시하는 것이 "언젠가(at some point) 적절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6월 FOMC 의사록과 비교하면 후퇴한 입장이다.
6월 FOMC 의사록은 "다가오는 회의들에서(at upcoming meetings)", "앞으로 몇달 안에(in coming months)"라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명료화하는 시점을 더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시장이 9월을 주목했던 것은 바로 이 표현들 때문이었다. 여기에 분기 말에는 연준의 수정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나온다는 점까지 가세해 9월에는 실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던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9월 FOMC를 한달 앞두고 공개되는 7월 의사록에는 더 뚜렷한 힌트가 담길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연준은 "언젠가"라는 말바꾸기로 대답을 피해간 것이다.
9월에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12월로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않을 수 없다. 전술했듯이 수정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나오는 '분기 말' 회의에 시장은 더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프레임워크 재검토, 달랑 '한단락' 기술로 그쳐
6월 의사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재검토에 대해 약 2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기술하고 있었다. 연준은 이를 통해 '수익률곡선 상한 또는 타겟(Yield Curve Caps or Targets, YCT)' 도입을 할 생각은 없으며 대신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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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7월 의사록은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재검토에 대한 기술이 겨우 한단락 분량에 그쳤다. 논의는 계속 했지만 내놓을 만한 결과는 아직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7월 의사록은 참가자들이 금리 수준의 전반적 하락과 미국 및 해외에서의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압력" 같은 지난 10년간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안, '장기 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에 대한 성명'(Statement on Longer-Run Goals and Monetary Policy Strategy)에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성명을 "정제하는 것(refining)이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참가자들은 동의했다고 전했다.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장기 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에 대한 성명'을 고치면 연준이 작년 초부터 진행해온 재검토 작업이 끝나게 된다. 참가자들은 이 성명은 "FOMC 정책 결정의 토대"로써 "성명에 대한 모든 변화를 가까운 장래에(in the near future)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재검토 작업을 "가까운 장래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기도 하다. 한데 여기서 의아심을 자아나게 하는 것은 전술했듯이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 명료화 시점에 대해서는 "언젠가"로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연준의 말대로 '장기 성명'은 정책 결정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이 성명을 바꾸면 포워드 가이던스도 함께 수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7월 의사록을 놓고 보면 두 가지의 실행 시점은 '가까운 장래 vs 언젠가'로 분리되는 양상이다. 시장 입장에서는 갈피를 잡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3. '장기물 매입 확대' 신호도 안 줘
7월 의사록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양적완화(QE)와 관련해서도 비둘기파적인 신호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키워왔었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 재급증과 지난주 미 장기국채 수익률의 급등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이 QE 규모를 키우거나 장기물 매입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7월 의사록은 이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의사록은 다만 "많은(many)" 참가자가 QE의 역할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경기회복을 지지하는" 것으로 삼아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만 전했다.
현재 FOMC 성명 상에서 QE는 "원활한 시장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역할이 설정돼 있다. 이 QE의 역할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경기회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은, 쉽게 말해 QE의 목표가 '시장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양 기조가 강화된다는 신호로 해석하기 부족하다.
4. 경기 우려는 여전…"고용시장 완전회복 멀었다"
"경제의 방향은 바이러스 경로에 달려있다"는 데 동의한 참가자들은 '바이러스 경로'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팬데믹 사태가 "경제활동과 실업, 인플레이션을 단기적으로 심하게 압박할 것이며, 중기적으로 경제전망에 상당한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참가자들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고용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다수의" 참가자들은 여전히 약한 고용시장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일부(some)" 참가자는 "강력한(strong)"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준 스태프는 "하반기 예상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회복 속도와 실업률의 하락 속도가 이전 전망에 비해 다소 덜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9월 발표되는 경제전망이 하향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 스태프는 "팬데믹 경로와 결부된 상당한 불확실성과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기본전망보다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더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5. '금융안정 우려' 등장
7월 의사록은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우려를 한단락에 걸쳐 기술하고 있는 점이 이채로웠다. 6월 의사록에서는 금융안정 관련 언급을 찾을 수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6월 FOMC가 끝난 뒤 발표된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7월 FOMC에서 논의된 게 아닌가 추정된다.
7월 의사록은 "다수의(a number of)" 참가자들이 "금융안정에 대한 다양한 잠재적 위험들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특히 바이러스 확산 관련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그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금융기업의 빚이 늘어나 "지급불능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 몇년간 예상되는 미 국채의 증가"가 시장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아울러 금융기관과 비금융기업 및 시장활동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데 "전반적 동의"가 있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두 명의(a couple of)" 참가자는 은행들의 주주환원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이런 결정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었다고 의사록은 기술했다.
6. 'YCT'에는 다시 거부 의사…배제는 안해
연준은 7월 의사록을 통해 '수익률곡선 타겟'(YCT, 흔히 쓰는 용어로는 YCC)에 대해서는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6월 의사록에서 길게 밝혔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다만 아예 배제까지는 하지 않았다.
의사록은 "과반수(majority)" 참가자들이 YCT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중 "대부분(most)"은 YCT가 "대단치 않은 이점만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YCT를 입에 올린 참가자 중 "많은" 이들은 YCT의 잠재적 비용에 대해 지적했는데, "과도하게 빠른" 대차대조표의 팽창 등이 거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점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참가자들은 YCT가 "현재 환경에서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옵션으로는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환경이 현저히 변하면" 재평가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