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의장이 2020년 7월29일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큰 몸짓을 하면서 "지금은 재정정책이 본질적인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 동영상 캡처, 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FOMC 의사록이 드물게 실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매파적(hawkish)이었다기보다는 비관적(dis-inflationary)이었다. 경제전망이 더 악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연준은 무기력했다. 시장이 '9월'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통화부양 기조 강화(또는 명확화) 일정을 연준은 확인해 주지 못했다.
매사가 착착 진행되는 듯했던 지난 6월 회의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선벨트에 뜻밖에 바이러스가 재창궐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재정부양 전망은 불확실해진 상황이었다. 당시 파월 의장의 이례적 제스처(기자회견에서 "재정정책이 본질적(essential)"이라며 큰 몸짓으로 강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연준은 코로나 이전의 연준과는 완전히 다르다. 혼자 힘으로는 경제를 띄워 올릴 수가 없는 형편이 되어 있다. 더 내릴 수 있는 금리랄 게 없기도 하거니와, 뭐라도 해본들 식당과 술집과 호텔이 손님들로 북적거릴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말 그대로 "pushing on a string"이다.
이번 의사록은 연준에 관한 우리의 두 가지 신뢰를 더욱 강화해 주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의지를 믿어 마지않지만, 그들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살려 낼 수는 없다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지금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부 재정지출에 대한 화폐발행 지원(monetary financing) 뿐이다.
(FOMC 의사록 캡처, 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강화되고 구체화된 부양 메시지, 9월에는 어려울 수도
지난 7월28~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내용을 담은 의사록은 잔뜩 찌푸려 있었고 막막해 보였다.
9월 FOMC 이벤트에 관한 언질이 실렸을 걸로 예상됐던 의사록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재검토' 논의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단출했다. 6월에는 두 페이지를 꽉 채워서 상세하게 메시지를 담았는데, 이번에는 4분의1 페이지밖에 되지 않았다. 딱히 새롭게 더 밝힐 만한 논의의 진전이 없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단 헌법에 해당하는 '장기 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에 관한 성명서'는 9월 회의에서 공개할 의지를 보였다. "위원회 통화정책 조치의 기반이 되는 만큼 성명서의 모든 변경사항을
가까운 미래에(in the near future)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른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가 여기에 명시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별법에 해당하는 현행 정책 가이던스에 관해서는 전혀 구체화된 업데이트 일정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6월초에만 해도 "몇 달 안에(in coming months)" 또는 "다가오는 회의들에서(at upcoming meetings)" 밝힐 수 있겠다고 했는데, 7월말이 되어서도 위원들은 "금리 경로를 명확히 밝히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어느 시점에 가서(at some point) 내놓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했다.
현행 제로금리를 언제까지 유지, 연장할 것이며, 양적완화는 어떤 조건과 방식에 따라 유지, 확대할 것인지를 정하는 논의는 일정부분 뒷걸음질을 친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6월 의사록에서만 해도 제로금리 유지 포워드 가이던스를 경제지표의 성과 특히 '인플레이션'에 연계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 7월 의사록에서는 경제성과 연계와 칼렌다 베이스 포워드 가이던스 논의 사실을 수평적으로 다뤘다. 또한 경제성과 연계에 있어서도 1)물가상승률 연계, 2)실업률 연계, 3)그 둘을 결합하는 연계, 4)칼렌다 베이스를 가미하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논의가 되었다.
"바이러스 방향과 재정/보건 정책에 달려 있다"
연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달 성명서에 새롭게 문구를 삽입했듯이 "경제의 경로는 바이러스의 방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강조했듯이 "경제의 경로는 또한 정부 모든 층위에서의 정책 액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FOMC 이후로 선벨트에서 팬데믹이 재창궐했고, 재정정책과 보건정책은 연준이 보기에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미적지근하거나 불확실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은 "재정정책이 본질적(essential)"이라고 웅변했던 것인데, 이번에 공개한 의사록에서도 그러한 무기력이 표출되어 있었다.
"6월 회의 이후의 증가한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몇 몇(several) 참석자들은 경제회복과 2% 인플레이션 목표 회귀를 진작하기 위해 추가적인 부양이 요구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some) 참석자들은 미국 경제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쇼크의 본성(nature)으로 인해 신속한 노동시장 환경의 개선을 부추기기 위해서는 강력한 재정정책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몇 달 안에' 밝히겠다고 했던 6월 회의 당시의 구상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었다. 그 때쯤(아마도 9월 FOMC) 되면 경제전망도 좀 더 뚜렷해져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전개는 기대와 달랐다.
의사록에 따르면, 7월 회의 당시 참석자들은 "경제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굉장히 고조된 채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경제의 경로는 바이러스 및 공공부문의 대응에 고도로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 FOMC가 꼽은 3가지 리스크들
지난달 회의 당시 위원들이 지목한 위험요소들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추가적인 바이러스 감염 파동이 경제 교란을 연장하고 부진한 경제활동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은행들과 여타 대부자들은 신용 공여 조건을 긴축할 수 있으며,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신용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위원들은 우려했다.
2) 재무적으로 압박 받고 있는 가계와 기업, 주 및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정책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또한 제기되었다.
3) 팬데믹의 확산으로 인해 해외 일부 국가들의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위원들은 위험요소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일부 참석자들은 팬데믹이 경제에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을 걱정했다. 일부 섹터의 구조가 바뀌게 되면서 일정기간 동안 경제의 생산능력 확장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확실성과 리스크들에 대응해 통화정책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바이러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추가 재정부양이 어떠할 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자산매입(QE)에 관한 포워드 가이던스 업데이트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현행 QE(국채매입)는 QE(통화적 부양정책)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과반수(many) 위원들은 향후의 자산매입을 완화적 금융환경을 강화하고 경제 회복세를 지원하는 역할에 더 무게를 실어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을 짜는 게 적절해질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에 가서(at some point)"라는 스케줄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수익률곡선 통제(YCC: Yield Curve Control) 또는 타게팅에 관해서는 예상했던 대로 논의를 사실상 종료했다. 위원들은 "하나의 선택지로 남아 있다"면서도 "현 환경에서는 오로지 미미한 이득만 있다.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연준
미 실질 시장금리.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채권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10년 실질 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 19일 장 중 추이.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10년 실질 금리 vs 달러인덱스(DXY) 19일 장 중 추이.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10년 실질 금리 vs 금 현물가격 19일 장 중 추이.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연준, 결국 무기력을 실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모든게 바이러스에 달렸다고 고백한 연준은 더 이상 전지(全知)하지 못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추가 부양제공이 필요해졌음에도 연준은 또한 전능(全能)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장은 좀 놀란 모습이었다. 시장의 실질 금리(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가 껑충 뛰어 올랐다.
모든 랠리의 어머니(실질 금리)가 모든 불확실성의 어머니로 돌변했다.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긴축적(tight)이고 디스인플레이션적(dis-inflationary)으로 바뀐 미국 금융시장 환경에 달러가 6거래일 만에 급반등했다. 금은 1900달러선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여기에는 의사록에 실린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전망도 한 몫 했을 것이다.
7월말 회의에서 연준 스태프들은 올 하반기 실질 GDP의 회복세와 실업률의 하락 속도가 당초 전망했던 것보다는 덜 강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마저도 "6월 전망 당시 예상했던 것 이상 수준으로 추가적인 재정부양 조치들이 가동될 것"이란 전망을 전제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다른 요소들이 그 긍정적 요소(추가 재정부양)를 능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 6월 중순 이후 나타난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2) 이를 억제하기 위해 다수의 주 및 지방정부에서 취해진 대응조치들 및 식당/주점 등에 대한 경제활동 재개방 철회, 3)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빈도 지표들.
이코노미스트들은 "팬데믹에 따른 경제효과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고조되어 있다"고 계속 진단하면서, 이번에도 여전히 "보다 비관적 시나리오의 발현 가능성이 베이스라인 경제전망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제 활동의 교란이 보다 심각하고 장기화하면서 중기 전망 시계의 말기까지 실질 GDP와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지고, 실업률은 더 높아질 위험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