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담보가 있다는 것은 자금 접근에 유리하다. 금융회사 문턱을 두드리기 좋고 (맨 주먹으로 창구를 두드릴 때 보다) 조달비용 또한 낮출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출 이자와 마찬가지로 담보의 가치도 변한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선 변동성이 큰 담보 보다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담보가 낫다.
그런 측면에서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주식은 담보물로서 안정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해당 주식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냄비 스타일의 증시에서 거래된다면 더 그러하다. 중국 상장회사들의 대주주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은행들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심심찮게 말썽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담보물로서 낮은 안정성.
중국에선 모든 상장사들이 손 쉽게 금융회사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장사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나 스몰캡의 경우 신용 접근이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조달 과정에서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담보로 제공되는(입보설정) 경우가 흔하다.
담보 제공 주식과 관련해선 지난 2015년부터 간헐적으로 기사화한 바 있다. 이들이 기사로 등장할 때는 주로 본토 증시가 나빠졌을 때다 - 개별 종목 주가 혹은 지수 자체가 망가졌을 때 그래서 마진콜의 위험이 커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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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담보 주식과 마진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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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 담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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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부상한 中상장사 주식담보 문제
담보 주식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1차적으로 주식시장 영역에 해당한다. 보통 하락장에서 하락 기울기를 단기간내 증폭시키는 (하강 나선효과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표출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들이 솥뚜껑에서 달아나기 때문에 전염효과도 제법 크다. 이 경우 소위 말하는 연쇄 마진콜 공포가 펼쳐진다.
이렇게 1차 국면이 끝나면 시차를 두고 제 2 국면, 즉 크레딧 이슈로 옮겨 가는데, 해당 주식(담보)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빚`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1차 국면이후 증시나 개별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면 빚에 대한 위험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그렇지 않다. `빚`이란 기한이 정해져 있는 돈이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그리고 그 시점에서 주가가 별로 회복되지 못했다면, 본격적으로 상처가 벌어진다.
담보 잡힌 주식 일부를 이미 강제매매 당한 기업은 물론이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다 쓴 다른 상장사 대부분이 직간접 영향권에 든다. 주가가 복구되지 않았다는 것은 담보가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만기가 돌아와 리파이낸싱에 나서야 하는 과정에서 원금의 일부를 갚아야 하거나 전액 다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보유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면 상황이 나빠진다.
그 빚을 갚지 못하거나, 필요한 만큼의 담보를 채우지 못하면, 금융사(은행)는 담보 주식을 처분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대주주가 바뀌고, 회사 지배구조(대주주) 변경에 따른 트리거 조항이 기존의 다른 대출이나 회사채에서 발동한다. 즉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런 수순을 밟으면서 크레딧 이벤트, 즉 디폴트 위험이 점점 현실화한다.
그렇게 한 두 곳이 디폴트를 내서 거래가 중지되거나 상장폐지를 당하면 주식시장에선 다시 위의 1차 소동이 되풀이 될 조건이 갖춰진다. 어김없이 솥뚜껑에서 달아나는 이들이 목격된다. 그러고 다시 시간이 흘러 다음 만기가 돌아오는 제 2 국면에서 몇몇 상장사가 또 문제를 일으킨다. 여러모로 기분 나쁜 돌림 노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0일자 보고서에서 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 "Greater use of share-pledge loans is a growing risk for Chinese onshore listed companies." 연초 대비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이고, 5월 하순이후 가팔랐던 낙폭을 별로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기가 점점 몰려오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주식을 담보로 빚을 끌어다 쓴 중국 상장사들이 앞으로 12개월, 점점 가중되는 리파이낸싱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6월말 현재 중국 상장사의 22%가 발행 주식의 30% 이상을 대출용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앞서 몇차례 소개한 바 있듯 중국 기업들의 부채 만기는 4분기를 시작으로 계속 몰리며 연간으로는 내년과 내후년으로 갈수록 그 규모가 불어난다. 이들 부채 가운데 상장사들이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자금 역시 올 4분기 절정을 이룬다.
무디스가 인용한 Wind 자료에 따르면 해당 주식담보대출의 올 하반기 만기도래 규모는 1조400억위안, 이 가운데 4분기 만기규모는 5920억위안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다.
또한 상장사 대주주 지분의 상당부분(전술했듯 전체 발행주식의 30% 이상)이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은 기업의 미래 자금 융통을 계속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회사가 추가로 회사채를 찍거나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주주의 입보 여력이 줄어든 상태라 원하는 만큼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증시와 환율에 대한 경계감을 풀지 못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무역마찰과 장래 경기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상기한 위험(만기집중)을 주시하는 이도 있을 게다.
물론 당국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주초 금융안정개발위원회 회의 후 국무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당국은 "증시 안정을 위해 상장업체들의 `주식을 담보로 한 자금조달`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 시기 인민은행의 움직임이 바빠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추가 완화조치는 물론, 금융사를 상대로 담보 주식 처분을 제한하거나 만기연장을 독려하는 창구지도가 되풀이될 수 있다.
1. 역주기계수의 불규칙 방향(?)
상하이종합지수는 1.14%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도 1.05% 떨어졌다. 내일 통계국 PMI 발표를 앞두고 경기우려가 이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역시 가시지 않았다. 간밤 *은행보험감독원의 `디레버리징을 착실히 수행하겠다`는 성명서도 투자심리를 눌렀다.
*"여전한 금융부문의 숨은 위험과 불법적 금융거래에 맞서 디레버리징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외부위험 해소에 대비할 것이다."
이날 달러-위안 환율은 올랐다(위안 약세). 우리시간 오후 8시 현재 역내 환율은 0.16%, 역외환율은 0.22% 상승했다.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은 6.8113위안으로 고시됐다. 전날 기준환율(6.8072위안) 보다 41핍 상승했다. 로이터는 자체 예상치 6.8065위안 보다 48핍 높게(예상치 보다 위안 약세 방향으로) 설정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예상치에 근거할 경우, 지난주말 역주기계수(경기대응계수) 부활을 공식화한 이래 위안 약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던 계수가 이날은 반대로 위안 약세를 좀 더 허용하는 방향(위안 강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기능한 셈이다. 물론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며칠 더 관찰이 필요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위안 쇼트 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당국의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최근 달러 가격이 내리면서(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최근 반등하면서) 달러를 사두려는 매수주문이 기업들에게서 나왔다고 전했다.(로이터 기사中)
- 국영라디오에 따르면 국무원은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관세 환급금을 늘리기로 했다. 국무원은 또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지원을 도모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추가적으로 450억위안 줄여주는 신규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조만간 인민은행의 맞춤형 완화조치가 추가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무역이슈는 오직 진실되고 동등한 입장의 대화를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어떤 억압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국은 우리의 속도로 개혁과 개방을 굳굳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속도`를 고수하겠다는 데 방점을 맞췄다.
한편 도쿄 증시는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21포인트, 0.09% 오른 2만286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개장초 2만3000선을 넘어섰지만, 다시 차익실현 매물에 막히는 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진전이 더딘 배경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비난 발언을 내놓고, 중국 증시와 위안 가치도 약세 흐름을 보인 것이 투자 심리를 제약했다. 달러-엔 환율은 111.5엔~111.6엔대를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