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시장이 BOJ에 바라는 것

  • China/Japan Express
  • 2018-07-30 18:19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일본상호증권(日本相互証券)은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간 채권거래 중개를 전문으로 한다. 상호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7월초까지 `10년물 JGB(일본국채)`가 단 한건도 거래되지 않은 날이 이미 5거래일에 달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의 QQE가 처음 등장했던 2013년에만 해도 JGB 10년물이 단 한건도 거래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상호증권 자체 용어인 `(10년물) 거래불성립 일수`는 당시(2013년)만 해도 제로(0일)였다.

그러다 2014년과 2015년 2016년으로 넘어오면 10년물의 거래불성립 일수가 각각 하루씩을 기록한다. 그리고 지난해 2거래일로 늘고, 올들어서는 벌써 5거래일에 달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올들어 거래불성립 5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이 5월 이후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거래의 실종, 유동성의 실종이 최근 더 심화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으로 10년물의 거래불성립 일수가 10거래일을 넘어서도 이상할 게 없다. 도쿄 채권시장 플레이어들로선 후진양성은 커녕, 회사 안에서 밥그릇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JGB 10년물은 도쿄 자본시장은 물론이고 상당수 금융 거래의 벤치마크다. 이런 중요 지표물의 거래가 말라붙은 이유는 뭘까. 알려진대로다 - 통계 하나를 보자. 3월말 현재 BOJ가 보유한 국채물량(국고단기물을 제외한 국채)은 전체 국채 발행잔액의 43.9%에 달한다. 국고단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1.8%를 BOJ가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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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QQE 시행후 BOJ의 국채보유 잔액이 부풀어 오르는데 비례해 민간의 국채보유잔액은 빠른 속도로 줄었다. 민간에서 거래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가 돼버렸다. 게다가 지난 2016년초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로 시장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은 더 쪼그러들었다. 같은 해 9월 도입한 YCC-QQE 역시 별 도움이 못됐다. 오히려 장기물 수익률을 묶어 놓음으로써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은 더 약해져 갔다.

그러다보니 채권시장 프라이머리 딜러(PD)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재무성 입찰 때 국채를 받아다가 며칠 뒤 BOJ에 넘기는 정도다. 이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다 - 글로벌모니터의 오랜 독자들에겐 친숙한 내용일 게다.

이날(30일) 니혼게이자이가 금융회사 채권담당자 193명(응답자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채권시장 선수들이 BOJ에 `가장` 바라는 것은 장기물 금리의 상승도, 수익성 확보도 아니었다. "시장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건전한 시장을 바란다"는 목소리가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즉 가장 많은 응답자가 "시장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거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 역시 "시장 기능 저하다." (금융기관 수익성 압박이 문제라는 응답은 전체의 30%로 그 뒤를 이었다)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복수응답 : 2개 선택)으로는 ▲장기물 수익률의 타깃 철폐 및 유연화(74%) ▲마이너스 금리 해제(38%) 등을 제시했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현재 GDP의 2배에 달한다. 이 거대한 국채시장을 당국이 극단적으로 억눌러 놓은 상태라,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불만, 아니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교과서대로면 시장은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거울이 5년이상 장기간에 걸쳐 왜곡된 상태다 - 왜곡의 정도는 시간이 가면서 계속 심화돼왔다.

이런 시장에선 적극적인 거래가 나타나기 어렵다. 적정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20~30년을 내다본 투자자(JGB 20년~30년물 매수자)로선 저 왜곡이 언제 어떻게 되돌려질지 몰라 늘 가슴 한켠에 돌덩어리를 얹어 놓고 지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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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바람은 분명한데, BOJ가 순순히 여기에 응할지는 물음표다. BOJ 정책위원 중에서는 `너희 바람대로 금리를 풀어놔버리면 (채권 가격 급락과 주가 폭락, 엔고로 인해) 오히려 골로 가는 것은 너네`라고 엄포를 놓는 이(原田泰審: 하라다 유카타)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류의 충격이 미칠 파장은 당국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다.

그러니 이래 저래 풀기 어려운 과제다. 그나마 달러-엔 환율이, 잘 나가는 미국 덕에 110~111엔 레벨에서 안정돼 있는 것은 BOJ입장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애드벌룬을 띄운 상황에서도 이 정도 변동폭이라면 용기를 내볼만도 하다. 물론 여기엔 안정된 시장흐름(환율)을 과신해 당국이 오판할 위험도 자라난다. 최근 환율이 비교적 안정돼 있는 배경에는 잘 나가는 미국 뿐만 아니라 `BOJ가 당장 정책을 수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자체 전망도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런 전망이 어긋났을 때 시장이 받을 단기 충격은 적지 않다.

현재 시장이 안정돼 있는 배경에는 최근 잇따랐던 BOJ의 바리케이트(지정가 무제한 국채매입)도 자리한다. 지난주 이후 벌써 세차례나 발동된 `지정가 무제한 국채매입`은 시장이 보기에 `정책의 큰 골격을 유지하겠다`는 BOJ의 의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 시장의 기존 인식과 경험칙을 허무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3일 BOJ가 `무제한 국채매입`을 발동했을 때 제시한 지정가격(10년물 무제한 매입을 위해 제시한 금리)은 0.11%로 이전 가격 그대로였다. 그런데 지난 27일과 이날(30일) 발동에서는 지정가격을 0.10%로 변경했다.

외관상 이전(0.11%) 보다 더 비싼 값(0.10%)을 제시하며 금리 안정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간 시장내 경험적으로 형성됐던 바리케이트(0.11%)에 당국이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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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연성은 당장엔 금리를 더 아래쪽으로 누르는 데 복무했지만, 사실 이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바리케이트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 알린 것이기도 하다.

최근 돌아가는 BOJ 내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 유연성은 머지 않아(당장은 아니라도 10월말쯤에는) 금리의 위를 여는 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시장과 BOJ간 신경전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아울러 BOJ가 바리케이트를 통해 선보이게 될 유연성은 JGB 초장기물의 `텀 프리미엄`을 키우는 재료로 작동할 수 있다. 그 영향은 해외 채권시장에까지 미치기 마련이다.

<금융시장 동향>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167포인트, 0.74% 하락한 2만2544를 기록했다. 지난주말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의 급락세가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 가운데, BOJ 변수를 의식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BOJ의 통화정책 가운데 가장 비전통적인 조치가 ETF 매입인 만큼 당장 정책 수정이 이뤄진다면 ETF 오퍼레이션이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110.9엔~111.1엔대의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이번주 BOJ 정책회의와 연준 FOMC, 미국 고용지표 등 중요 이벤트를 앞둔 터라 외환시장 참여자들로선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 미즈호 은행은 "지난 20일 이후 시장은 BOJ의 정책조정 가능성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이라면 단기 출렁임은 불가피하다"면서도 "BOJ가 무리해서 금리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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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중 0.11%로 올라섰던 JGB 10년물 수익률은 BOJ의 `지정가 무제한 국채매입 발동`으로 위가 막혔다. 그렇다고 크게 밀리지도 않으며 0.10%대 수준(0.102%~0.103%)을 유지했다.

이날 BOJ가 제시한 지정가격(0.10%)은 지난 27일에 이어 시장가격(무제한 매입 발표직전의 10년물 수익률 0.11%) 보다 높게 책정됐다 - 공포탄이 아닌 실탄 개입이었다. 응찰 물량(BOJ의 매입물량)도 1조 6403억엔으로 많았다. 지난 27일의 무제한 국채매입 당시의 매입물량(940억엔)을 크게 웃돌았다. 향후 10년물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이번에 물량을 내놓은 이들이 상당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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