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리스크 시나리오에 관하여

  • China/Japan Express
  • 2018-04-25 18:51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올해 밀린 숙제를 차근 차근 풀어나가야 하는 중국으로선 최근 바람 잘날 없는 외부환경이 우려스럽다. 미중간 무역마찰, 오르는 유가,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랜 세월 축적된 노폐물을 거둬내지 못한 상황에서 외풍 때문에 더 많은 노폐물이 쌓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과 원자재국가를 돌아 결국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운명론적 위기론 역시 때를 만났다.

1. 리스크 시나리오

최근 회자되는 중국 리스크 시나리오의 줄기는 대충 다음과 같다. 미중간 무역마찰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한다. 대체 수출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중국 수출경기는 가라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는 오르고 있다. 그간 바이어 중심의 마켓에서 최대 수혜를 누렸던 원유 순수입국(중국 등)이 이제는 이익을 토해낼 차례다.

나가는 돈이 늘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면 수지는 나빠진다. 무역흑자가 줄기 시작하고 경상수지가 위협받는다. 미국 달러가 군사력과 미국 국채의 신뢰 등에 기반하고 있다면 중국 위안의 안정성은 (무역) 흑자 창출력과 높은 저축(+외환보유고), 견조한 성장에 의지해 왔다.

위안을 지탱하던 축이 흔들리면서 위안은 하락압력에 놓인다. 2015년~2016년 강렬하게 경험했던 본토에서 자본유출이 재연된다. 환율 안정을 고수하려는 당국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재차 줄기 시작한다. 이는 다시 위안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를 부추긴다. 더구나 연준의 양적긴축과 금리상승이 누적 효과를 내면서 달러는 꾸준히 미국으로 회귀, 대외 유동성 환경 또한 중국에 계속 불리해진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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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출로 인해 은행시스템내 고갈되는 유동성을 충당하고, 내수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인민은행은 부득불 돈을 푼다(지준율을 낮춘다). 인민은행의 이런 정책은 위안 약세 흐름을 더 자극한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차 곳간을 허물어 재정을 통한 경기방어에 나선다. 은행들에게도 대출을 늘리라고 다그친다. 조였던 금융규제(그림자금융 규제 등)도 푼다. 둔화하는 GDP와 재차 팽창하는 부채가 결합하며 중국의 부채비율은 더 심각하게 상승한다.

미국은 약해진 위안을 문제삼아 대(對)중국 무역 압박 수위를 더 높인다. 중국의 무역수지는 더 나빠지고 투기세력의 전면적인 위안 쇼트 베팅이 가세해 본토 금융시장은 계속 궁지로 몰린다. 약해지는 위안화 때문에 본토에 들어와 있던 외자 기업들이 돈(유보금)을 빼내기 시작한다(위안→외환). 달러 빚을 끌어다 썼던 중국 기업의 차환 부담도 커진다. 가장 약한 고리인 민간 중소기업의 부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의 디폴트가 늘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부동산 매물이 하나둘 출회되고, 부동산 시장은 냉각된다. 주택재고와 상업용 부동산 재고가 쌓이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2016~2017년 단기간내 큰 폭으로 늘었던 가계부채에다, 하락하는 집값으로 소비심리는 더 위축된다. 중국 성장률이 4% 근처로 떨어지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현실화하고 글로벌 경기가 곤두박질친다.

2. 누구 코가 더

중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불안해질 때면 조금씩 각본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리스크 시나리오다. `China Express`는 이 위험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대외 환경 보다는 중국 내부에 도사린 고질적 위험 때문이다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그 이후 반복됐던 구태적 정책(부채의존형 성장)이 싸질러 놓은 오물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중간 무역마찰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입장에선 전술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삼지 않는다. 미국 중국 모두 숙환을 앓고 있어 누가 누구의 목줄을 비틀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이 내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가진 돈(저축) 보다 더 많은 소비(투자)를 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미국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의 소비 수준도 일정 부분 유지될 텐데, 중국산 봉쇄를 한층 강화한다 해도 이는 대상국을 달리할 뿐 미국의 수입(무역적자)이 유지 혹은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이 적자를 보는 대상이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바뀐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환경하에서는 중국의 수출 대상국도 미국에서, 대미(對美) 수출이 증대하는 지역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물론 시간차는 발생한다.

더구나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순기능을 제공해왔다. 저렴한 수입산 재화가 물가압력을 막아준 덕에 미국 가계는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구매력을 유지시켰다). 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그가 원하든 원치않든 `뻥카`로 판명날 공산이 크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확연해질 것이다.

10년전과 비교하면 중국 산업구조에서 수출 비중은 줄고 내수 비중은 높아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채도 확대됐지만 많은 일자리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수출부문 타격은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예전처럼 막대하지는 않다.

유가 상승 역시 일방적인 유불리를 가르지 않는다. 유가 상승이 산유국 경기를 끌어올린다면 이들의 구매력도 증가한다. 이들의 확대되는 소비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산 재화를 끌어들일 것이다. 더구나 유가는 결국 수급을 따라간다. 공급충격으로 유가가 단기 급등하면 그만큼 수요도 위축된다. 오른 유가에 이끌려 여기저기서 증산 욕구도 생겨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게 시장 가격(유가)이다.

특히 지난 2015년~2016년 위안 쇼크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중국(위안)의 약화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 최대 악재였다. 여전히 최대 원자재(원유) 수입국은 중국이며 이를 대체할 시장이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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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팔라진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세는 미국 경제가 버티는 한 지속될 것이다. 달러도 덩달아 반등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의 신뢰 문제(재정적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트럼프의 재정정책은, 그의 바람대로, 공급 사이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세원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 가능성을 외면한다.

여하튼 오르는 시장금리는 결국 미국 경기를 가라앉힐 텐데 미국의 경제체력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면 그 시기도 빨라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중국의 목을 비틀기 전에 집안 살림부터 챙겨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계속 몰아붙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3. 가능한 침체의 조합

물론 단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리스크 시나리오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불안심리나, 그와 유사한 풍경이 중국 금융시장내 형성될 소지가 있다.

유가 상승을 동반해 미국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미중간 불협화음이 심화하는 동안 특히 그렇다. 외풍에 맞서 거시정책을 미세조정하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 역시 `디레버리징 노선의 후퇴 혹은 부채 모순의 심화`로 여겨질 수 있다. 중국의 거시조정 능력과 금융시장 관리 능력이 언제든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다만 `China Express`는 전술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당면한 위험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계속되는 부채의 무게(그리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기둔화 영향) 때문에 중국의 성장률이 장기 지속적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확장 국면 종료와 일본 아베노믹스의 효용성 소멸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국면에 드는 시나리오를 더 주시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이 시점은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보이는, 그리고 일본의 동경 올림픽발 내수(인프라) 진작 재료가 소멸되는 2019년말~2020년 경이다.

4. Evolution War

한편 일각의 예상대로 미중간 무역마찰이 상시적인 현상 즉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는 경우, 그리고 기존의 무역 전쟁(trade war)과는 성격이 다른 기술진화 전쟁(evolution war : 중국 산업의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쟁)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경우, 글로벌 교역 질서와 경제 구조도 장기적으로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라면 중국 지도부는 (그들이 장기 비전에 충실하다면) 단기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외부의 적(미국)을 이용해 내부 불만을 다스리면서 금융개혁과 개방심화의 동력을 끌어내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기존 방어벽 안에서 움츠려들면 결국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시진핑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국이 (최근 ZTE에 대한 규제처럼)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 성장을 봉쇄하면 할수록, 중국은 하이테크 산업 자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혁신산업이라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도 요하지만, 대부분 초기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장치산업이다. 중국은 국가단위의 재화(자금+제도지원+인력)를 투입해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장치산업에 특화된 모델이라 하겠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거센 외풍은 (개발투자를 촉진해) 이들의 하이테크 산업 자립을 앞당길 가능성 또한 잉태한다. 이는 향후 글로벌 교역 둔화를 낳는 새로운 구조적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BOJ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제 교역량 증가율 둔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는 신흥국가 특히 중국의 중간재 수입 둔화였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으로 수입산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국제 교역 증가도 둔화됐다는 이야기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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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을 제대로 질식시키지 못한 채, 어줍짢게 중국 내부의 위기의식만 키워놓는 경우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의 상단으로 올라서려는 중국의 몸부림, 하이테크 부문의 자립을 꾀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증폭되고, 덕분에 소기의 성과가 앞당겨 도출된다면 하이테크 부문의 중간재 교역이 타격을 입는 시점도 당겨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국의 `Evolution War`는 선진국과 이머징내 핵심국들이 합심해서 중국을 몰아붙일 때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이들 국가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2000년 중반이후 급격히 심화해온 터라 이런 식의 연대가 말처럼 쉽지 않다.

5. 금융시장 동향

상하이 종합지수는 0.35% 내린 3117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뉴욕증시 급락과 미국 시장금리 급등이 투자심리를 제한했다. 달러-위안 환율은 역외와 역내에서 모두 상승했다(위안 약세). 우리시간 오후 6시 현재 역내환율은 0.22% 오른 6.3176위안, 역외환율은 0.36% 오른 6.3174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시장금리를 따라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상하이 외환시장도 이를 추종하는 분위기였다. 아시아 거래시간대에서 계속 3%를 상회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유럽 거래로 넘어가면서 3.032%까지 올랐다.

- 이날 차이나데일리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이르면 5월1일 이전에 `자산관리상품(이재상품 및 신탁상품 등) 종합 규제 대책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인민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이 공동으로 마련했던 초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재상품 등의 잔액이 29조5400억위안에 달하고 있어 해당 규제가 중국 금융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당국도 초안에서 이를 감안 18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그간 중소형 금융회사(은행권)를 중심으로 우려와 불만이 컸다.

☞ 아픔 없이 성숙해질까 / ☞ 中 18개월 말미‥`통화정책과 MPA의 결합` / ☞ PPP 급제동과 그림자금융 규제 /

그런 만큼 유예기간(18월)이 늘어날지, 기존 강제조항 중 일부가 자율 조항 등으로 변경될지, 아니면 추가적인 당근(맞춤형 지준율 인하)이 제시될지 관심이다. 여하튼 당국은 최근 지준율 인하와 함께 금융 리스크 축소를 위한 규제조치를 병행하면서 외관상 `안정적 성장`과 `(부채)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선별적 긴축과 선별적 완화의 연장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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