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영도력을 고도화 한다."
당의 지배력은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촘촘하다. 당이 곧 국가로 등치되는 세계관이 `하이테크`라는 날개를 달았을 때 나타날 변화를 상상하는 것은 재밌다. 그 변화는 아마도 작년 10월 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제시했던 `중국식 국가모델`일 것이다.
2012년 당서기에 올랐던 당시의 시진핑에게,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에게도, 당의 영도력은 후퇴했다(시진핑의 관점에서). 이를 고도화하는 정치·사회적 작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경제전략과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까. 사실 이는 지난 2015년 시진핑이 신국가안전법을 내놨을 때, 그리고 그것이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전례없는 `국가적 통제심화`로 나아갔을 때 가졌던 물음이기도 하다.
☞국가안전법 : 시장에 대한 폭력은 왜 정당화되나
☞선택지..그리고 공권력의 등장
①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래 중국의 양적 팽창기는 야합의 시간이었다(일명 흑묘백묘). 당내 정치 엘리트와 자산가(화교자본을 포함해), 경제관료, 엔지니어(해외에서 본토로 유입됐던 엔지니어)들 사이에는 성장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이런 암묵적 합의 혹은 동맹 하에, 일당 정치 지배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원 없이 부(富)를 축적하는 게 허용됐다. 일찌감치 이재에 눈을 뜬 홍얼따이든 개천에서 용으로 승천한 흙수저든.
그럼 量에서 벗어나 質로 나아가겠다는 시기는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까. 물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라는 모토는 새로운 게 아니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시절에도 흔했던 문구다. 그럼에도 중국의 양적 팽창이 한계(부채 효용의 한계이기도 하다)에 직면한 상황, 그래서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 문구는 이전 보다 실체성을 띤다.
양적 팽창이 더 이상 지상 과제일 수 없는 시대, 질적 성장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시대에는 지난 40년의 동맹(암묵적 합의)이 온전하기 힘들다. 이는 사회 각 부문에서 다양한 양태의 해체 과정, 아니 수정 과정을 겪을 것이다 - 이를 일일이 열거하긴 힘들다.
여하튼 이 과정은 때로는 `질적 성장`으로, 때로는 `인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때로는 `사회주의 현대화`로 표현될 것이다. 뭐가 됐든 시진핑에게 이 과정은 당의 지배(국가의 통제)가 전 영역에 걸쳐 한층 깊숙히 뿌리내리는 작업이어야 한다. 국유기업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에 당의 조직이 뿌리내리고 활약해야 한다.
경제 사회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부의 축적과 배분` 과정에 당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론상 이는 후술하게 될 `하이테크 인프라` 구축에 의해 한층 실효성을 확보할 것이다.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국유기업 개혁은 인적청산의 색체를 좀 더 강하게 띨 것이다. 세상 바뀐 줄 모르는 자산가들을 향해서는 통제와 처벌이, 법치라는 명분하에 단행될 것 같다. 돈 보다 당의 지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다. 이미 지난해 몇건의 사례가 있었다 - 안방보험과 HNA 등이 대표적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수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시스템이 - 양극화 등 자본주의가 잉태한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국가모델이 - 트럼프나 브렉시트로 분출된 서구식 모델 보다 더 나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China Express는 지난 10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중국이 추진해 왔고, 지속하려 금융·재정·시장(환율,금리)부문 개혁, 국유기업 개혁이 오랜 세월 서구가 표준으로 삼거나, 주변 이미징에 강요했던 방식이 아닐 것임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그 결과물이 서구의 그것 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외국인투자자와 외국 기업이 계속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부를 나눠가질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②최근 China Express는 중국 당국이 국가 시책으로 밀어붙였던, 그리고 지금도 밀어붙이고 있는 전략산업 육성책을 곱씹고 있다. 핀테크(전자결제 시스템 고도화)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 육성전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권력의 분산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회에서 - 정치권력 집중 사회에서 - 이런 기술적 진보는 누군가에겐 여러모로 유용하며 누군가에겐 적잖이 공포스러울 것이다.
최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베이징 근교에 대규모 AI 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판 실리콘 밸리다. 해당 연구 공간에는 기존 속도를 뛰어넘는 빅데이터 연산능력 개발과 대륙을 품을 클라우딩 기술 확보, 5G 모바일 구축 등이 총 망라될 것이라 한다.
당이 목표로 제시한 것은 `2030년 AI 최강국`이다.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단계 -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과 맞물린다.
자유와 직접 민의의 통로로 여겨졌던 망(罔)이, 중국에서 어떻게 당의 통제하에 들어갔는지를 기억한다면, 14억 모세혈관을 거대한 빅데이터와 AI로 묶어내려는 정치적 시도는 실로 흥미롭다. 이는 정치적 저항이 미약한 중국식 국가 시스템에서 한층 빠른 진전을 보이게 될 것이다 - 금융·화폐 시스템에서도 유사한 속도의 변화를 경험할지 모른다.
사실 여전히 독보적인 통제 시스템을 자랑하는 사회는 미국이다. 시진핑이 새로운 국가모델을 주창한(사회주의를 현대화하겠다고 선언한) 시점에 미국이 `망중립성 폐지`를 선언한 게 단순히 트럼프의 공약 때문이었을까. 저 둘은 늘 절묘한 시점에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③시장의 관점에서 단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중국은 생산수단을 계속 고도화할 것 같다 - 기계에 칩을 심는 과정에서부터 설비의 완전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물론 그 과정에서도 일부 과잉과 비효율이 나타날 것이다.
여하튼 여기서 비롯된 수요는 지난해 주변국 관련 섹터(설비제작 업체, 자동화 장치업체, 반도체 장비업체, 통신장비 업체)에 상당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산업로봇 업체, IT 장비 업체가 가장 큰 혜택을 누렸다.
전술했듯, 중국 당국의 주도로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세대 통신망(5G) 투자 또한 꾸준히 확대될 것 같다. 대도시 뿐만 아니라 중소 도시들에서도 유사한 AI 연구단지들이 들어설 것이다. 5G의 경우 이미 이미 몇 군데 지역에서 시범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4일 도쿄 증시에서 도쿄일렉트론과 산업용 로봇생산업체 파낙 등, 기술주 진영이 급등세를 연출한 것도 이러한 중국발 수요 기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연휴 기간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PMI와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 그리고 달러 약세로 주변 위험자산 가격이상승세를 연출 한 것이 동력이 됐다.
-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3.26%, 741포인트 오른 2만3506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도 0.52% 오른 3386을 기록했다.
- 달러-엔 환율은 112엔 중후반(112.6엔대)에서 등락했다. 달러 약세 심리와 엔 약세 심리가 공존하면서 당분간 달러-엔의 정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달러-위안 환율은 역내에서는 소폭 내리고, 역외에서는 소폭 올라 6.496위안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