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에서 위안화 환율(CNH)이 다시 올랐다(위안 약세). CNH Hibor(홍콩은행간 자금시장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금리)도 전날에 이어 빠르게 안정됐다.
단기적으로 역외에서 위안화 숏 포지션을 잡을만한 여건(Hibor하락 = CNH 유동성 공급)이 다시 형성됐고 이것이 CNH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과 CNH Hibor의 안정은 인민은행의 역외 개입이 일시 줄었음을 의미할 뿐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CNH Hibor 오버나잇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몇가지 추측들만 나온다.
"무자비한 개입으로 CNH 시장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외부 시선을 의식해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이 홍콩금융시스템에 다시 위안화를 공급했을 수 있고, 아니면 역외 위안화 자금중 일부가 단기수익을 따먹으며 홍콩 머니마켓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일 수 있다. 현재로선 전자의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CNH 환율의 상승(역외 위안화 약세)은 인민은행의 속도조절에 가까워 보이지만, 시장의 입장에선 "인민은행이 무한정 개입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속도로 위안절하를 추구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국의 속도조절이 총탄의 한계(3조3300억달러)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이번주 역외에서 펼쳐진 인민은행의 푸닥거리에도 불구, 당장 금융시장내 위안화 숏 마인드가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경기 모멘텀은 미덥지 않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어 본토 인민들로선 자본유출 유인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폐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이며, 신뢰는 기존 부채들이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 같을 때 무너진다. 따라서 지금의 위안 약세 마인드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중국 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 글로벌모니터에서 몇차례 소개한 바 있는 맥킨지의 추정을 보자. 2000녀이후 중국의 GDP대비 부채비율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차트가 너무 과장돼 있다고 믿는다면 IB들이 자주 사용하는 CEIC의 차트를 보자. 지난 2008년말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GDP대비 중국의 부채비율이 그 이후 얼마나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부채팽창의 심각성은 당국도 잘 안다. 그럼에도 중국의 부채증가 속도는 지난 5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로는 14% 때로는 18%의 속도로 크레딧은 늘고 있다. 반면 명목성장률은 6%대로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지적했듯 부채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새로 빚을 얻어 투자하려 해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을 만큼 실물경제의 설비과잉이 심각해서다.
그러니 빚의 총량은 계속 불어나는데도 생산적 투자에 유입되기 보다 기존 비효율적인 부채를 떠받치는데(돌려막는데) 상당부분 소진될 뿐이다. 부채 팽창에 기반한 투자확대에 의지해 커가던 중국의 성장모델은 이렇게 구조적 한계를 맞고 있다.
당국의 바람은 기존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체질전환을 이뤄내 `중고속` 성장을 확보하려는 거다. 허나 그러려면 부채를 계속 이전 속도만큼이나 쌓아야 한다. 현실에서 이는 가라앉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인민은행의 한층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나타난다.
반면 경제전반의 리턴(수익)은 부침을 겪는 제조업의 중력으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내부 유동성 가운데 일부는 수시로 대상을 바꾸며 투기적 영역을 배회하거나 향후 벌어질 빚잔치를 피해 외부로 달아나고 싶어 한다. 빚잔치는 자산가치의 파괴를 수반하게 마련이라, 지금이라도 자산을 팔아 안전한 곳에 돈을 넣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들이 자라나는 거다.
이는 위안화를 팔아 달러를 갖고 싶다는 욕구로 표현된다.
몇몇 이들에겐 `*당국을 믿어라, 즉 위안화를 믿어라`는 정부의 외침은 `금융사기(폰지게임)`로 들릴지 모른다. 환율과 관련해선 이미 지난 1994년의 충격이 뇌리에 가시지 않았다.
*외회관리국(SAFE)은 개인들의 달러매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외신보도를 부인했다.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개인의 외화구입은 연간 5만달러로 이전과 변함이 없다. 정상적으로 신분증을 갖고 오면 누구라도 은행에서 외화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94년 1월4일 달러-위안 환율을 한방에 5.7855에서 8.6783위안으로 보내버린 전과가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달러 가치가 폭등했다. 현재 인민들 사이에는 "그 때 한 일을 지금 못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라는 의심이 자리하고 있을 거다.
더구나 20여년전과 비교하면 중국의 자본시장은 개방이 진전된 상태다. 구멍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당국의 중장기 비전대로 자본시장이 개방돼 나간다면 엑소도스는 더 쉬워진다. 그러니 중장기적으로 위안화는 펀더멘털 약화, 당국의 경기방어책, 자본유출로 인해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한번 더 미치기로 작정할 때까지, 근본적으로는 중국경기가 회복돼 신뢰가 살아날 때까지 관중들은 외환당국의 `두더쥐 잡기식` 정책과 이를 피해 요리조리 달아나는 쥐들의 싸움을 구경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과잉부채 관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환율을 비롯한 자산가격들이 자기 자리(가치_를 찾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두더쥐들은 당국을 괴롭힐 것이다.
다만 FX마진거래 등으로 외환투자에 참여하는 개인들 입장에선 쥐 역할을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끼어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쥐덫을 놔 일시에 잡아들이기를 반복하는 당국 앞에서 단기전은 무조건 인민은행의 승리다. 필자로선 인민은행이 이 전투를 얼마나 오래 수행할 수 있을지 정확히 판단할 능력이 없다. 다만 함부로 덤비기엔 버거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인민은행의 예봉이 두려운 외국계 IB들 역시 중국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유사 중국`에 해당하는 타이완과 한국 등의 자산을 건드리라고 조언한다.
*정책 측면에선 중국이 갖고 있는 거대시장은 국제적 공조를 끌어내기 유리하다. 더구나 악성 부채를 모두 국채로 전환하고 이를 인민은행이 모두 사들여 일시에 태워버리는 MMT(현대통화주의이론)의 실험이 중국에서 이뤄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 일본은 좋다구나 하며 뒤를 따를 거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아니지만 이날 이머징내 중앙은행들은 흥미로운 기동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고, 방글라데시도 동참했다. 그리고 도매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그것도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인도중앙은행도 조만간 대응에 나설지 모른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한번 더 미치기 전에 이머징 내부에서 - 물론 여전히 차별화된 움직임이나 - 발빠른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중국의 국가대는 여전히 바쁜 행보를 보였다. 오후장에서 상하이종합지수의 반등은 국가대의 작품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보다 1.96% 오른 3007에 거래를 마쳤다. 오늘 장중 흐름을 보면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 그 자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로 돈을 옮기고 있다 한다. 저 불안한 증시에 뛰어들었다가는 실려나갈 것 같으니 일단 자산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채권 보다 향후 부동산 가격 흐름이 더 궁금하다. 증시에서 돈이 빠지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휘청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동산으로 돈이 좀 더 빠르게 유입된다면 소비 경기에는 좀 더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