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아베트레이드는 가능할까
- China/Japan Express
- 2015-12-14 23:37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오전내내 약세권을 맴돌던 상하이증시가 오후들어 급하게 뛰어오른 배경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11월 경기지표 개선이 안도감을 줬다는 설명과 그럼에도 당국의 경기대책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들이 외신들의 시황을 메우는 정도다.
업종별로는 몇가지 기대와 재료가 있었다. 철강과 구리 알루미늄등 금속업계의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는데, 업계의 자율 감산재료와 함께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공룡 금속업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한다.
초상증권과 흥업증권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증권주의 상승폭도 두드러졌다. IPO 등록제가 도입되면 이들의 일감이 늘어나 매출고 수익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한다. 새삼스럽게 왜 뒤늦게 이를 핑계로 오르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1. 상상
최근 필자는 약해지는 위안화를 보면서 중국판 아베트레이드, 가칭 시(習)트레이드가 가능할까, 상상놀이중이다.
이론상 기업가치가 불변이라면 위안 약세는 위안화로 표시되는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기업의 실력이 향상돼서가 아니라 통화가치 하락으로 위안화로 표시되는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아울러 본토증시에서는 국유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이들 상당수는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을 영위하는 굴뚝기업이다. 위안화 약세는 이들의 수출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위안화로 환산되는 매출액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
위안화 약세는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기업들은 이자비용 경감과 매출액(위안화표시) 확대라는 환경속에서 부채상환능력, 즉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인민은행의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은 예금에서 더 높은 수익의 자산을 찾아 이동하려는 돈들을 부추길 수 있다. BOJ의 QQE 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포트폴리오 변경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위안의 지속적인 약세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에 계속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 그리고 위안으로 환산된 가격으로도 원자재가 계속하락한다면(위안화 하락폭 보다 원자재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진다면) 지상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은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에서 상당한 비용절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진다면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약세와 주식시장 상승이라는 풍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위안 숏 - A주 롱`에 해당한다. 이러한 밑 그림은 지난 9월에 이미 그려본 바 있다.
2. 허점
이 시나리오에는 허점도 많다.
위안화가 지난 3년간 일본 엔화가 그랬던 것처럼 급격한 속도로 약해질 수 있을까. 필자의 `점진적 약세`라는 기본전망에 어긋나는데다, BOJ의 QQE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통화정책의 세기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그렇다면 위안화 환산효과에 따른 수출기업의 매출확대는 일본의 그것에 많이 못미칠 수 있다.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위안 약세의 수혜 업종 못지 않게 피해를 입는 업종이 예전 보다 많아졌다. 당국으로선 위안 약세를 유도 혹은 용인하더라도 항상 비용편익을 따져야한다. 위안 약세의 비용이 효익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이를 되돌려야 한다.
더구나 중국에서 위안화 약세는 늘 자본유출이라는 위험 변수를 수반한다. 나아가 국제사회, 특히 이머징 내부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당국의 운신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수출과 투자주도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와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큰 정책방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물론 당지도부는 수출경기와 제조업경기가 더 빠르게 무너지는게 소비와 서비스업 경기에도 부담이 된다는 논리 뒤에 숨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본토기업들은 매출 부진 못지 않게 누적된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위안화로 표시된 부채라면 당장 문제될 게 없지만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은 곤욕을 치러야 한다. 물론 지난 3~4개월 동안 기업들의 단기부채 상환이 상당부분 진행됐다면 여기에 따르는 부담은 예전보다 제한적일 것이다.
3. 타협점
그래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아베트레이드 만큼 가파른 엔화 약세가 아닌 완만한 위안화 약세와 결합된 주가 상승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선 "완만한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제에 Net positive이며 여기에 근거한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임금상승과 소비확대라는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당국의 선동, 스토리 만들기가 필요하다.
동시에 주식시장이 실제 오른다는 시각효과 - 국가대의 마중물 - 가 일정기간 선행돼야 한다. 설사 기대에 이끌려 시장이 오른다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완만한 위안화 약세가 상장사들의 실적개선으로 실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확인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스토리는 위협을 받게 된다.
필자가 이 시나리오를 강하게 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부문의 경기하강압력, 경제전환기의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 이로 인한 시장동요 가능성 등으로 울퉁불퉁한 금융시장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현재적 관점이며 향후 경기지표와 기업실적 변화를 확인하며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합리적 성장
중국 권력핵심인 당중앙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중앙은 내년에도 수요확대 촉진책과 공급부문 개혁을 통해 합리적 범위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업들의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주택 미분양 해소를 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 했다. 금융위기를 차단할 것이라 했다. 공급부문 개혁은 최근 시진핑과 리커창이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좀비척결과 M&A를 통한 기업부문 구조조정을 진척시켜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신화통신은 `적자생존`이 원칙하에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도 인민은행에 의한 저금리 환경은 지속될 것이다.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부동산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미분양 해소 방안이 잇따라 도출될 것이며 여기에는 지방정부의 지원책 뿐만 아니라 호구제 개혁,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등이 포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