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미국의 임금 인플레이션 가능성

  • Analysis
  • 2014-01-08 13:18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글러스킨 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임금 인플레이션' 전망과 그에 대한 글로벌모니터의 이공순 조사연구실장의 반론은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다. 이 논쟁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시작된 초기부터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도 지속돼 왔는데,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고실업이 경기순환적인 현상 즉, 불경기 탓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것인지 여부에 따라 향후 미국의 임금 인플레이션 전망 여부는 달라지게 되며, 이는 통화정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경기가 고실업의 주된 원인이라면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실업자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현재 막대한 규모의 유휴 노동력을 감안한다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연준 비둘기파들의 일관된 논리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공순 실장이 로젠버그를 반박한 근거이기도 하다.

반면, 연준 매파들이 주장하는대로 고실업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업은 크게 줄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계속한다면 임금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판단은 위 두가지 주장 모두에 양다리를 걸치고자 한다. 미국의 고용시장 전체 또는 평균을 단면적으로 파악해 보자면 임금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아직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계열의 추세 분석을 해 보면 구조적 문제에 따른 임금상승 압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업종별 분석을 통해서 파악해 보자면 그 압력은 매우 차별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는 구조적 문제에 따르는 임금상승 압력이 차츰 커지고 있기는 한데, 이 압력이 집중되고 있는 업종의 임금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전개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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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글로벌모니터가 지난 2001년부터 최근까지의 고용통계를 이용해 그려본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이다. 베버리지 곡선이란 구인율과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보여주는데, 원리는 매우 상식적이다. 기업들의 구인율이 높아지면 실업률이 떨어지고, 구인율이 낮아지면 실업률은 상승한다. 따라서 이 그래프는 기본적으로 우하향하는 속성을 갖는다.

이 곡선의 효용은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데 있다.

위 그래프에서 (1)국면은 금융위기 이전이다. 리세션 시기에는 우하향하다가 경기가 회복/팽창되면서 좌상향했다. 그러다가 다시 2007년말 리세션이 시작되면서 우하향하던 곡선은 금융위기로 치달으면서 추세를 이탈, 우하단으로까지 내리 꽂히는 (2)국면을 나타냈다. 이후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서 현재는 좌상향하는 (3)국면에 위치해 있다.

위 그래프에서 주목할 점은 금융위기 이후 곡선이 과거 추세에 비해 오른쪽으로 이동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현재 미국의 구인율은 2.8%였는데 금융위기 이전에 이 수준의 구인율에서 실업률은 대략 5%대 초반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10월 현재 실업률은 7.3%에 달했다. 기업들의 구인활동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를 의미한다. 쓰고자 하는 기업도 많고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도 많으나 이 둘이 맺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 그래프에서 좌상향하고 있는 추세는 미국의 고실업이 경기순환적 요인 탓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른쪽으로 이동해 있는 곡선의 추세는 미국의 고실업이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에도 크게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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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수급의 미스매칭을 일으키는 구조적 요인은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업구조의 변화와 고도화다. 고도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제에서 저기술 노동자들은 예비군이 될 수 없으며,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경제에서는 업종간 노동력 이동에 큰 장벽이 생긴다.

미국경제에는 현재 이 두가지 문제가 중첩해서 작용하고 있는데,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발생한 대규모 실업자들이 장기간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술의 자연퇴화 현상도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위 그래프는 지난해 11월 현재 주요 업종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 금융, 정보통신, 운수창고, 도소매 판매, 광업목재 등의 업종은 평균치(2.2%)를 웃도는 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문/기업서비스, 레저숙박, 유틸리티, 제조, 건설 부문의 임금은 극히 정체돼 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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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지난 2000년 이후의 업종별 고용증감 추세를 보여준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의 고용은 10여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의 광범위한 유휴노동력은 이 분야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이들이 업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재취업의 기회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격감한 건설업 부문의 고용도 마찬가지다. 이는 극히 정체돼 있는 건설과 제조업 부문의 임금 상승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보통신 분야다. 이 업종은 대대적인 고용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높은 임금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노동기술 수준의 수급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애틀랜타 연준 주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장기 실업수당 혜택을 받아 온 실업자들(현재 130만명에 달하며, 이들에게 제공된 혜택은 지난 연말로 종료됐으며, 7일 미 상원은 이들에 대한 혜택을 되살리는 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대부분은 실업수당이 종료될 경우 계속 구직활동을 하기 보다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가 회복돼도 이들을 받아줄 만한 기업은 없다는 얘기다. 즉, 이들은 단기적으로 노동 예비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이는 "광의의 실업률(U-6 rate)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임금상승 압력은 없다"는 추론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실업률 하락은 주로 경제활동 참가율의 하락에 힘입었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는 했지만, 이는 노동가능인구의 증가분을 흡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연준 비둘기파 진영에서는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플레이션 압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와 고용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퇴장했던 노동력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노동력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반적인 경기회복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경기회복기에 실업률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했듯이 이번에는 좀 다른 사정이 있다. ☞ 관련기사 : 미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에 기인했다고 하더라도 실업률의 하락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 전망에 유의미하다. 어쨌든 실업률은 현재의 노동력 수급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 베버리지 곡선에서 보듯이 경제활동참가율의 대대적인 저하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광범위한 구조적 실업자들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균형/자연실업률이 대폭 상승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의 실업률 7%는 과거의 5%와 비슷한 정도로 균형수준에 거의 근접한 낮은 수준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정확한 '정도'는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 관련기사 : 연준의 약속이 미덥지 않은 이유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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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는 평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위 그래프는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수준은 지난 2003년 미국 리세션 말기의 저점을 약간 웃돌고 있을 뿐이다. 운수창고처럼 절대 수준과 모멘텀 측면 모두에서 임금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분야도 있긴 하지만 광범위한 현상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의 노동자들이 올 들어 甲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로젠그렌의 전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극심한 비대칭의 형태를 띠며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말이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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