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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사이클 진단

  • Analysis
  • 2013-12-24 09:42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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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이후 회복 국면을 지속해 오는 과정 안에서도 미국의 경제는 침체와 회복, 팽창과 둔화를 거듭하는 소순환(mini cycle)을 반복해 왔다. 경제가 가속도를 낼 것 같다가도 이내 둔화돼 침체에 빠졌다가 다시 회복해 가속도 희망을 불러 일으킨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의 부양정책이 수차례 개입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패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기업의 판매와 재고 증가율을 통해 측정한 현재의 미국 소순환 국면은 다시 '팽창기' 초입에 들어 있다. 경기국면은 판매와 재고 동향을 통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지난 6월부터 미국 경제는 판매와 재고가 동시에 증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판매가 다시 늘어나는데 대응해 기업들은 재고투자를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고용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태다.

이번의 팽창이 다시금 둔화와 침체로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가속도' 희망은 유효하며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관건은 기업들에게 달려 있다. 보통의 경우 경기 팽창국면은 재고투자 재미를 본 기업들이 설비와 고용을 늘림으로써 본격 전개되는데, 지금 미국의 경기 국면은 그 분수령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기업의 설비투자 동향이다.

※ 경기의 4순환

1)팽창기 : 재고와 판매의 동시 증가, 2)둔화기 : 판매감소로 인한 재고증가,

3)침체기 : 재고와 판매의 동시 감소, 4)회복기 : 판매증가로 인한 재고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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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필자가 새해 미국 경제에 대한 '무지개론'을 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해 '가속도론'의 가장 큰 근거는 미국 가계부문의 부채 사이클이다. 위 그래프는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가계부문의 총부채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 1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현재 80.9%로 떨어져 있다.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10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가계부문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하락추세다.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감소하거나 GDP 증가속도만큼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디레버리징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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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레버리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다. 미국의 개인저축률 추세를 보면, 이 디레버리징 추세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23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4.2%를 기록, 지난 1월이후 가장 낮았다.

금융위기 직전 2.7%로까지 떨어졌던 개인저축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타 지난 2011년초 6%를 넘어선 뒤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소비성향이 꾸준히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의 가계부문은 최소한 GDP 증가속도 만큼이라도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소비의 기어를 높일 것이다. 물론 미국 가계부문의 소득 증가세가 매우 더디고 분배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근본적인 걸림돌이다. 미국의 소비증가가 소득증가보다는 저축감소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논하고자하는 것은 미국 경기 사이클에 미치고 있는 모멘텀에 국한하고 있으니 논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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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국 가계부문에는 부채를 계속 더 줄일 유인보다는 늘릴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현재 미국 가계부문이 부담하고 있는 부채의 원리금 지출액은 총 소득의 9.9%에 불과했다. 부채의 절대 수준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이자율이 대폭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부문의 부채 사이클과 부채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곧 하강국면으로 전환할 위험은 극히 낮다. 오히려 경기는 회복국면에 머물러 있으며, 여타 지표들을 감안해 볼 때 사이클은 팽창 국면으로 전환할 개연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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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 소비와 판매가 가속도를 내고 이에 맞춰 재고투자가 가세하면서 미국 제조업의 가동률은 지난달 들어 77.5%로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가동률이 이렇게 높아진 적은 없었는데, 지난 2008년 2월이후 최고치다. 금융위기 직전 정점(2007년 4월, 79.2%)에 1.7%포인트 차이로 다가서 있다.

가동률이 이렇게 현실적인 한계치에 도달하면 할 수록 설비투자 증대 압력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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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대폭 감소했던 미국의 설비투자는 이후 신속히 회복됐으나 절대수준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지난 3분기 현재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GDP의 12.2%에 그쳤다. 금융위기 이전 사이클의 저점이었던 2004년 1분기의 11.7%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경제의 설비투자 비중은 장기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면별로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투자는 대개 경기가 회복기에서 확장기로 넘어가고 가동률이 확대되는 시기에 활기를 띠기 시작해 경기에 가속도를 붙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현재의 설비투자 비중은 장기 추세적인 저하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더 높아질 여지가 작지 않다.

현재의 가동률 수준(77.5%)은 지난번 경기 확장기 때 설비투자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2004년 1분기의 75%선을 이미 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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