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 Editor's Letter
  • 2020-07-01 07:27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워싱턴 본부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국 연방준비제도 워싱턴 본부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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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는 하반기는 물론이고, 그 이후 중기적으로도 글로벌 자산시장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금리'일 것이다. 금리가 대폭 뛰어 오르거나 그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에는 자산 가격이 크게 압박을 받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리를 결정하는 변수를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경제 성장의 회복 강도 △ 인플레이션의 회복 강도 △ 정부의 국채공급 △ 중앙은행 정책금리 및 양적완화 등이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자금수요는 아마 무시해도 무방한 변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 열거한 변수들은 독립되어 있기보다는 상호작용하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자산시장을 전망하는 관점에서 궁금증을 다시 정리하자면 이러할 것이다. △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인가? △ 인플레이션은 낮게 유지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제법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자료가 30일 발표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0년 연례 경제보고서이다.

보고서에서 BIS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경제충격에 대응한 중앙은행들의 '이례적(심지어는 레드라인을 넘은)' 대응에 정당성(심지어 이머징 중앙은행들에까지)을 부여했다. 이른바 'MF(monetary financing: 화폐를 발행해 재정자금을 충당하는 행위)'라는 의심까지 받았지만, 해야 할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BIS는 평가해 주었다.

다만, 이러한 '선 넘기'를 경험한 중앙은행에 향후 정부로부터 저금리 유지 압력이 가해질 위험이 있다고 BIS는 경고했다. 이른바 이 '재정우위(fiscal dominance,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서 정부의 재정정책이 우선 고려사항이 되는 것)'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는 게 중요한데, 그래야만 신뢰를 유지해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인플레이션 부작용 없이 이번처럼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취지로 BIS는 강조했다.

BIS의 논지는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체제 옹호적인, 뻔한 내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ditor's Letter가 이 보고서를 소개하려는 이유는, 그 논지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이슈들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이다.

BIS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제도'라는 허위의식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잘 정리해 설명해 주었다.

BIS는 '재정우위' 위험을 막아낼 수 있는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로 중앙은행의 강력한 거버넌스를 꼽았다. 지난 수년 동안 제도적 프레임워크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분리해 놓는 쪽으로 향해 왔고, 이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운영상 독립성은 핵심 기둥이 되어 왔다는 점을 BIS는 강조했다.

그래서 이러한 프레임워크(독립적 중앙은행)는 중앙은행의 신뢰를 뒷받침해 주었고, 그 결과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촉발 없이도 공격적으로 완화정책을 행함으로써 정부의 조달비용을 낮춰 주었다고 BIS는 설명했다.

즉, 정부에 대한 원활한 재정자금 지원을 주된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독립성'이란 이데올로기로 그 작동 메커니즘을 은폐함으로써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 수행해 낸다는 사실을 BIS의 중앙은행론이 역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만성은 이번 이례적인 팬데믹 화폐발행에 대한 BIS의 평가에도 잘 내포되어 있다.

(BIS 2020 연례 경제보고서 캡처, 글로벌모니터)

(BIS 2020 연례 경제보고서 캡처,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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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는 역사적으로 처음 시행된 이머징 중앙은행들의 국채매입 조작을 상세히 다룬 별도의 박스에서 뚜렷한 논거 없이 개입을 정당화했다.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고 현지통화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는데 절대적인 목표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응은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회귀분석 결과, 국채매입 계획 발표 당일에 10년물 수익률이 10bp 하락했고, 이후 6거래일 동안 낙폭이 최대 25bp에 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하게, 이머징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발표 이후에 해당국 통화가치는 평균적으로 0.3% '절상' 되었다. 또한 주목할 만하게, 이러한 개입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이머징의 사례가 이러할진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국채매입은 따질 필요도 없다.

BIS는 'MF(monetary financing: 화폐를 발행해 재정자금을 충당하는 행위)'라는 개념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BIS 2020 연례 경제보고서 캡처, 글로벌모니터)

(BIS 2020 연례 경제보고서 캡처,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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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에서도 자주 다뤘듯이 이번 팬데믹 통화정책 대응은 전세계적으로 'MF'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이는 'debasement'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이날 1800달러선을 넘어선 금 가격의 랠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BIS는 재정부양책이 통화부양책과 일치해 동시에 일어난 것일 뿐("coincided")이며, 양자의 협력은 자연적으로 이뤄진 것("cooperation has come naturally")이었다고 정당화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것에서 이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역시 별도로 실은 박스기사에서 BIS는 "MF란 것은 애매한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은행 돈으로 재정부양에 나서는 경우를 전형적으로 규정하는 것인데, 도대체 그런 행위에 해당하는 게 구체적으로 뭐냐?"고 스스로 물었다.

그러면서 BIS는 MF라는 금기사항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재정적자와 중앙은행 거버넌스 사이에 명시적이고 노골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든가, 통제권(누가 국채매입의 규모와 시기 및 기간을 결정하느냐) 및 그와 관련된 정책 목표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중앙은행들은 분명히 MF에 가담하지 않아왔다"고 BIS는 판결했다. 이번 위기 때 중앙은행들이 대규모의 국채매입에 나서 정부의 재정적자 원활한 조달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러한 오퍼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중앙은행의 주된 목표와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BIS는 역설했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통화정책 개입은 본질적으로 재정정책 당국의 조치들과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중앙은행은 그 과정에서 전적으로 통제권을 보유하고 유지했으며, 나중에 경제 환경이 요구하는 경우 그 오퍼레이션을 되돌릴 수 있다고 BIS는 강조했다.

앞으로도 계속 원활한 MF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인식'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는 점을 BIS는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BIS는 박스기사에서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조치들이 통화와 재정정책의 전통적인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중앙은행들은 강력한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에서 보다 잘 실현될 수 있는데, 오랫동안 안정 지향적인 정책을 수행해 온 트랙 레코드에 따른, 고도의 신뢰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만일 통화정책이 단기적인 재정정책 필요에 의해 종속되고 만다면 어렵게 얻은 통화정책 기관으로서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며, 거시경제 안정화라는 중앙은행의 목표 달성 능력도 저해될 것이라고 BIS는 경고했다. 통화 부양책이 MF로 대중들에게 '인지'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커뮤니케이션, 통제권, 정책 목표 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면밀한 포장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이다.

BIS는 "국채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규모 개입은 중앙은행이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때에만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뢰와 믿음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안정 회복을 위해 금기선들(red lines)을 다수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그 어렵게 얻은 신뢰와 믿음 덕분이었기 때문"이라고 BIS는 설명했다.

즉, BIS가 제기하는 '잠재적인 재정지배 리스크'라는 것이 사실은 '실행'보다는 '인식'에 관한 것임을 우리는 쉽게 추론해 낼 수 있다.

이 많은 빚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BIS가 현실적인 해법을 우회적으로 제시했다.

과도하게 불어난 정부의 부채는 향후 '재정우위'를 우려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근거이다. BIS는 그래서 정부들에게 △ 원천 재정수지를 지속가능하도록 개선할 것과 △ 성장 친화적인 재정정책 및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이 두 가지 노력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이고 당연한 것이어서 역사상 제대로 실현한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

BIS는 이 두 가지 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정부는 아마도 중앙은행에게 금리를 낮게 유지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데, "어쨌든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억압은 역사적으로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데 기여해 왔다"고 BIS는 밝혔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심지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BIS는 제안했다.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BIS는 동시에 "재정우위가 핵심 위험"이라고 도돌이표를 찍었다.

그래서 중앙은행들에게 BIS는 "정책 행위는 책무에 확고하게 부합해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정책의 목표와 명분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하며, 모든 정책 결정은 일관된 프레임워크 안에서 추구되는 책무와 연관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통화정책의 유연성은 제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환경에 부합하는 분명한 출구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신뢰와 믿음의 허위의식을 쌓아 가는 과정은 때때로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야기할 잠재성이 있다. 2013년 테이퍼 발작, 2015년말 금리인상 개시 전후의 디플레이션 압박, 2018년 가을 "중립금리 한참 멀었다" 발언 파문과, 양적긴축에 따른 2019년 가을 단기자금시장 불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방향은 동일하다.

테이퍼 발작은 더 오랜 기간의 제로금리 약속으로 이어졌고, 금리인상 개시 전후의 발작 역시 더 오랜 기간의 인내심으로 무마되었으며, 단기자금시장의 발작은 not-QE와 금리인하의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무마의 과정에서 재닛 옐런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압경제" 또는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쟁" 혹은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가슴 미어지는 고용회복 약속"이거나 "평등한 세상"에 대한 희구로 포장하여 MF를 원활하게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남은 궁금증은, 그렇게 해서 인플레이션이 정말 높아질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BIS가 설명했듯이 역사적으로 빚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반복해서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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