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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달러 쇼트(short)를 위한 `새 함수`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2-03 오전 7:23:55 ]

  • ⓒ글로벌모니터

    2일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껑충 뛰어 올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8bp 넘게 오르면서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러 강들이 모여 큰 물결을 이루듯이 장기 수익률을 끌어 올릴 만한 재료들이 한꺼번에 중첩했다.

    중국 제조업 지표의 서프라이즈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제조업 PMI는 49.3에서 50.2로 올라 예상치 49.5를 크게 웃돌았다. 7개월 만에 기준선 50을 넘어섰다. 이어 2일 공개된 차이신 집계 중국 제조업 PMI는 전월비 0.1포인트 오른 51.8을 기록, 시장 예상치 51.5를 웃돌았다. 4개월 연속해서 기준선을 상회했다.

    독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PD) 지도부가 좌파 진영으로 바뀐 점도 수익률 뜀박질에 일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독교민주당)와의 연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사민당의 새 지도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즈호인터내셔널의 유럽 채권전략 수석 페터 채트웰은 "독일 조기 총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완화적 재정정책 기조 가능성을 시장은 가격에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재정부양'이 새로운 국채시장 키워드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일본 정부가 910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에 나설 것이란 보도가 주말이 전해진 가운데,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미래 세대들을 위해 오늘날의 저금리를 활용하는" 조기 인프라 투자 패키지를 예고했다.

    정부가 빚을 내서 지출을 늘리면 국채시장은 수급(발행 증가)과 펀더멘털(명목 성장률 제고) 양측면에서 수익률 상승 압력을 받는다.

    중국 PMI가 보여주었듯이, 경기 모멘텀의 턴어라운드 역시 국채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힘을 쌓아가는 중이다. 유로존의 지표들이 지난 주 전반적으로 뚜렷한 안정화 흐름을 보여주었는데, 이날 공개된 Markit PMI 역시 기대 이상의 반등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국채 수익률 오름세가 장막판까지 쭈~욱 이어지지는 않았다.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하는 미국의 제조업지수는 11월에도 매우 실망스럽게 나왔다. 전월비 0.2포인트 내린 48.1에 불과했다. 시장에서는 49.2로 미약하게나마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상은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9월 수준에 더 가까워졌다. 4개월 연속해서 수축한 미국 제조업 활동은 11월 들어 부진이 더 심화한 모습이었다.

    이는 15분 전에 발표된 Markit 집계 제조업 PMI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Markit이 별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제조업활동은 잠정치(52.2)보다 더 양호한 수준으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비 1.3포인트 오른 52.6으로 최종 집계됐다. 잠정치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았던 시장의 예상을 능가했다.

    하지만 국채시장은 신뢰가 훨씬 더 오래 쌓인 ISM 지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장기 수익률은 장중 고점에서 소폭 내려선 채 거래를 마무리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분위기가 순조롭지 않아 보이는 점도 국채 수익률의 오름세를 제한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들은 1% 안팎 빠져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CNBC의 이먼 제이버스 백악관 출입기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문답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무역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졌느냐고 물었더니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이날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12월15일이라는 타당한 시한이 있다.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날을 세웠다. 관영매체 환구시보 트위터를 통해 미국 의회가 중국 신장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1)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에 미국의 관련 기업을 포함하는 것, 2)관련 미국인 및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으로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 3)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법안 배후에 있는 미국 정치인들을 제재하는 것 등의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무역 관련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일찌감치 고조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는 현지시간 이른 아침(오전 6시)에 트위터를 올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즉각 복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국채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은 이런 저런 뉴스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 거래로 넘어 오면서 하락세로 급히 방향을 잡은 달러화는 비교적 큰 낙폭을 유지한 채 거래를 마무리했다.

    주요 6개국 통화들에 대한 달러인덱스의 이날 하락률(-0.44%)은 지난 9월4일(-0.55%)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순식간에 200일 이동평균선에 성큼 다가섰다.

    흥미롭게도, 국채 수익률 상승 및 하락에 상반되게 작용한 주요 재료들이 달러에는 대체로 일관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달러 약세 베팅을 모색해 온 선수라면 드물게 신바람 난 하루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브라질/아르헨티나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이 관세는 애초 지난해 3월에 부과되었다가 지난해 8월 한국과 함께 면제조치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의 그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중국을 핵심 타깃으로 삼은 트럼프 무역전쟁의 신호탄이었다.

    따라서 이번 두 나라에 대한 관세 부활은 '중국에 대한 모종의 간접 메시지'로 볼만한 여지가 컸다.

    누구나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듯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무역협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백악관의 허풍쟁이들 중 누구도 낙관론을 설파하는 사람이 없다.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협상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법 때문에 협상이 멈춰선 상태이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1국면 무역합의는 빨라봐야 연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 12월에 예정된 관세인상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악시오스가 협상 분위기를 전달하는 톤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기존 관세를 얼마나 철회할 지, 합의 사항 이행을 어떻게 강제할 지, 중국의 대규모 농산물 구입을 어떻게 보장받을 지 등 몇 가지 중대한 장애물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결국에는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런 예상을 경계할만한 많은 이유들이 남아 있다"고 양다리를 걸쳤다.

    미-중 무역협상 관련 악재는 원래 달러 강세 재료였다. '달러'라는 안전지대로 투자자들이 피신하려는 흐름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이른바 "cordial meeting" 이후로는 함수가 바뀌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연준에게 '무역전쟁 참전'을 주문한 바 있으며, 지난달 파월 의장과의 회동에서 두 사람은 "무역과 달러와 금리 등 모든 것을 논의"하지 않았던가.

    이 새로운 '함수'를 노골적으로 부각한 것이 바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글로벌모니터

    트위터를 이용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성동격서' 격의 관세 공격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을 문제삼으며 연준의 '맞대응' 촉구했다. 이것이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자, 이날 이벤트의 핵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을 '관세공격'에 공식적으로 연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통화를 엄청나게 절하했다. 이는 우리 농가에 좋지 않다. 연준은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통화를 절하시키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더 이상 우리의 달러 강세를 악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제조업체와 농가의 공정한 수출을 어렵게 한다. 연준은 금리를 내리고 완화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그 결과, 미국으로부터 관세 공격을 받은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상승하는 놀라운 흐름을 연출했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헤알화의 약세를 즐기다 못해 대놓고 조장하기까지 했던 브라질 당국으로서는 추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조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달 예정된 금리인하를 축소/철회하든지 and/or 스팟시장에 대한 달러매도 개입 강도를 대폭 늘리든지.

    중국 제조업 지표의 연이은 서프라이즈, 독일 정부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는 정치구도가 마련되었다는 소식, 일본과 뉴질랜드는 이미 그리 방향을 잡았다는 뉴스도 모두 달러에는 약세 재료였다. 미국 바깥의 성장세 회복이 본격화하고, 미국 바깥의 금리도 높아질 것임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허용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날 장기 국채 수익률 오름세에 일조했다. 연준이 실제로 그러한 정책을 공식화할 경우 국채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텀 프리미엄이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재료는 달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훨씬 크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 중 하나는 달러화 약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러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정책수단은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시장에 명시적으로 약속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일 것이다.

    이래저래 달러화 쇼트 플레이어들은 다시 한 번 가슴뛰는 국면을 맞게 되었다. 아직 목숨이 붙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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