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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sleepy" 유로화의 절치부심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30 오전 7:43:49 ]

  •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떠난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는 요즘 '기후변화' 논쟁이 한창이다. ECB 통화정책에 '기후변화 방지' 목표를 반영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 공개토론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지난 28일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의 양적완화에 환경목표를 포함하는 것을 명백해 거부했다.

    이날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앞에 보내진 공개 서한에서 학계와 사회단체로 구성된 한 그룹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의 채권을 ECB 대차대조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바이드만 총재는 "통화정책이 명시적으로 환경 목표를 추구하게 되면 부담이 과도해지는 위험이 있다"고 일축하면서, "기후 관련 요소들이 부도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분석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책임은 우선적으로 신용평가회사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브누아 퀘레 ECB 집행이사 역시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적 임무"라면서 "중앙은행이 선두에 나설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뉘앙스는 바이드만 총재와 좀 달랐다. 퀘레 이사는 "중앙은행이 책무 범위 안에서 도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같은 날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후변화가 미래의 생산성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도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9일에도 공개 토론은 이어졌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ECB는 기후변화를 경제 모델에 포함해야 한다"며 "담보물에 있어서도 기후변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바이드만 총재의 발언과는 톤이 다르게 들린다. 그는 "ECB 통화정책 우선순위에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고 "ECB 정책전략 리뷰에도 기후 문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 역시 "환경을 통화정책 모델에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환경은 신용등급 평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ECB는 물가안정을 기본 책무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ECB는 요즘 좀 한가해졌다. 기후변화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ECB 통화정책위원들의 토론은 경제사정이 그만큼 나아졌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이날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 최근 지표들은 유럽 경제가 안정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며 "유럽이 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도감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유로존 경제와 유로화 부진 추세는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몇 차례 반등 조짐이 관찰되기도 했으나 모두 '상상임신(false dawn)'일 뿐이었다.

    귄도스 부총재의 자신감 역시 결국에는 헛된 꿈으로 판명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지표들은 다시금 턴어라운드 신호를 발산하고 있다. '안정화(stabilization)'라고 표현한 귄도스 총재의 발언이 지나치게 겸손했던 것으로 드러날 지도 모를 일이다.

    발빠르거나 성급한 미국의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존 반등 스토리에 돈을 걸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1월 들어 미국 투자자들은 유럽에 포커스를 둔 ETF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자금유입은 지난해 1월이후 최대다.

    BMO 자산운용의 영유마 수석 투자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유럽 제조업의 하방 모멘텀이 약해지는 것 같다"면서 아직 "완전한 터닝 어라운드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변곡점을 찍었다는 관점에서 그럴 공산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최근 유로화의 저점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부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날 미약하게 반등하긴 했지만 장중 1.0981달러까지 밀려 10월10일 이후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다음 지지선으로 1.0950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면서 에너지를 응축 중일 수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주크스에 따르면, 이달 중 유로화의 변동 폭은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작았다.

    다음은 이번 주에 발표된 유로존의 핵심 경제지표들이다. 거의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내포하고 있었다.

    ⓒ글로벌모니터

    유로존 경제지표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꼽히는 Ifo 독일 기업환경지수가 기대한 대로 반등흐름을 이어가며 이번 주를 시작했다.

    11월 Ifo 기업환경지수는 전월비 0.3포인트 상승한 95.0을 기록했다. 전월 수치가 0.1포인트 상향 수정됐으니 서프라이즈라고 우길 만도 했다.

    ⓒ글로벌모니터

    GfK 독일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12월 지표가 9.7로 0.1포인트 상승해 보합에 그쳤을 것으로 본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독일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예외 없이 지난해 초 이후로 꾸준히 낮아져 왔으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매우 양호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금융사정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10월 중 유로존의 M3는 전년동월비 5.6%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증가율이 다시 꾸준히 확대돼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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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은 독일뿐 아니라 유로존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1월 경제신뢰지수는 100.8에서 101.3으로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101)를 웃돌았다. 기업환경지수가 -0.20에서 -0.23으로 낮아졌지만, 산업신뢰지수(-9.5 → -9.2)와 서비스업 신뢰지수(9.0→9.3)가 각각 개선됐다.

    특히 서비스업계의 경우 수요 전망이 5개월 최고치로 올라섰고, 고용 전망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흐름은 29일에 발표된 여타 지표들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글로벌모니터

    옥에 티도 있었다.

    29일 발표된 독일의 10월 실질 소매판매는 전월비 1.9% 급감했다. 전월 증가율은 0.1%에서 보합으로 하향 수정됐다. 시장에서는 0.2%로 증가속도가 좀 더 빨라졌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이었다.

    독일의 소매판매 지표는 공장주문이나 산업생산과 더불어 월간 변동폭이 극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3개월 이동평균 추세도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다. 고용 사정이 좋다면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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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판매에 실망하고 나서 약 2시간 뒤에 나온 독일의 고용지표는 그래서 의미가 컸다.

    11월 중 독일의 실업자 수는 전월비 1만6000명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6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서프라이즈였다. 월간 실업자 감소폭은 올 들어 가장 컸다.

    전월 수치도 5000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독일의 11월 실업률은 예상대로 통독 이후 최저치 부근인 5.0%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글로벌모니터

    이번 주 유로존 경제지표 중 최대의 서프라이즈는 인플레이션일 수도 있다.

    유로존의 11월 근원 조화소비자물가지수(HICP)는 일년 전에 비해 1.3% 상승했다. 예상치 1.2%를 넘어 2015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근원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에는 지난해말 부진했던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물가의 오름폭(1.9%)은 11월 수치가 단지 착시만은 아닐 것임을 시사한다. 서비스물가 인플레이션은 이미 ECB 목표("거의 2%")에 도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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