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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낮은 인플레이션의 저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28 오전 7:20:00 ]

  • ⓒ글로벌모니터

    미국 주요 경제지표에서 모처럼 주목할 만한 서프라이즈가 목격됐다.

    27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핵심 자본재(비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주문은 전월비 1.2% 늘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시장에서는 0.2% 감소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매우 놀라운 증가세가 나왔다. 전월 기록은 0.6% 감소에서 0.5% 감소로 상향 수정됐다. 이 지표는 미국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쓰인다.

    설비투자 동행지표인 핵심 자본재 출하도 서프라이즈였다. 10월 지표가 전월대비 0.8% 늘었다. 시장에서는 0.2% 감소를 예상했다. 전월 기록은 0.7% 감소에서 0.8% 감소로 소폭 하향 수정됐다.

    이 지표의 서프라이즈는 '투자'에 관한 것이었기에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소비가 홀로 성장을 지탱하는 것에 대해 문제시하는 시각들이 지배적이었다. 침체에 빠진 기업 투자가 결국 고용 위축 및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때마침 이날 공개된 픽텟자산운용의 '2020년 전망' 보고서는 투자부진에서 시작된 소비부진 위험을 지적하며 내년 총 네 차례(100bp)의 연준 추가 금리인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리포트로 인해서 이날 미국 핵심 자본재 주문 지표의 서프라이즈는 더욱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우려의 시선을 모았던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지표 역시 크게 개선되어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1만5000건 줄어든 21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22만1000건을 대폭 밑돌았다. 전주 기록은 22만7000건에서 22만8000건으로 상향 수정됐다. 4주 이동평균치는 21만9750건으로 1500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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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뉴욕증시는 일종의 리레이트(re-rate) 성격의 랠리 중이다. 재료가 나쁘면 나빠서 오르고, 좋으면 좋아서 오른다.

    의미 있는 경제지표가 연출한 진성 서프라이즈에 뉴욕증시가 반색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드 노멀(old normal) 기준으로 보자면 진성 랠리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른바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온(risk on)' 무드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의미 있는 지표 서프라이즈에 미국 국채 수익률도 모처럼 상승흐름을 탔고, 이는 가뜩이나 강한 달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돈의 값을 매기는 두 가지 rate가 이렇게 동시에 강해짐에 따라 그 반대편의 가장 취약한 곳의 돈값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머징 통화들이 기술적으로 민감한 레벨에 직면했다. 이날 JP모건 이머징통화지수는 2010년 지수산출 개시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9월초 레벨에 바짝 다가섰다. 기술적으로 지지선 역할을 해 온 60선을 전일 깨고 내려간 뒤에도 약세가 지속됐다.

    별도로 산출되는 MSCI 이머징통화지수는 전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이탈했다. 지난 8월초 추락 양상을 보이며 200선을 뚫고 내려갔던 이 지수는 이후 반등해 지난달 중순에는 장기 추세선을 회복했으나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지지선을 다시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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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통화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가장 거래가 활발한 중남미 통화 중 셋이 이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달러 환율 사상 최고치). 브라질 헤알, 칠레 페소, 콜롬비아 페소 등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이틀 사이에 세번째 스팟시장 매도개입에 나섰다. 그럼에도 달러-브라질 헤알 환율은 이날 0.4% 더 올랐다.

    런던 베어링스의 매니저 오모툰드 라왈은 블룸버그에게 "아랍의 봄 라틴아메리카 버전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가 있다"며 남미 정치/사회 불안의 전염 가능성을 지적했다.

    칠레 페소화는 최근 한 달 사이에만 11% 하락했다. 지난 1990년 민주정부 수립 이후 최악의 소요사태가 계속되는 중이다. 콜롬비아 역시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하는 등 사회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는 별다른 사회적 동요가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올 들어 헤알화 가치는 9% 넘게 떨어져 아르헨티나 페소(-37%), 칠레 페소(-15%)에 이어 이머징 최악의 연초 이후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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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머징 경제의 펀더멘털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경상수지와 인플레이션이다. 대내외 균형 상태를 보여주는 두 가지 핵심 지표에 해당한다.

    먼저, 브라질의 대외 균형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중이다. 12개월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로 급격히 확대됐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출국 중 하나인 브라질은 최근 글로벌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수출 악화로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하락 추세를 지속,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토록 안정된 인플레이션이 브라질에는 이제 역설적으로 '화(禍)의 근원'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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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현재 5.00%로 사상 최저치다. 올해 들어서만 150bp나 인하되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인하를 신호해 왔으며, 시장은 다음달에 50bp 더 낮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금리는 4.50%가 된다. 3년 전인 지난 2016년의 14.25%에 견주어 보면 매력이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이다. 과연 이 금리수준은 브라질의 리스크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까?

    물론 인플레이션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에 브라질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상당부분 정당화될 수 있다.

    문제는 브라질 정책당국 스스로가 그 정당성을 빠르게 훼손 중이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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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헤알 환율은 최근 3거래일에만 총 1.5% 가량 뛰었다. 지난 26일부터 오름세가 본격화했다. 그 전날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5일 파울로 게데스 브라질 경제장관은 '금리가 낮으므로 달러-헤알 균형 환율은 더 오를 필요(헤알화 약세)가 있다'면서 '이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헤알화 가치의 수준은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호베르투 캄푸스 네투 중앙은행 총재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캄푸스 네투 총재는 헤알화의 약세가 브라질 경제 위험의 개선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대심리의 악화에 해당하는 움직임이라고 볼 현상은 아니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브라질 당국이 환율의 상승세, 헤알화의 약세 그 자체를 선호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헤알화를 매도하는 것이 당국에 거스르지 않는 포지션이 되었다.

    이에 환율이 더욱 빠른 속도로 뛰어 오르자 당국이 즉각 스팟시장 개입에 나섰다. 석달 만의 스팟 개입은 또 다시 혼란을 야기했다. 환율 상승에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는 좋은 일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만에 개입에 나서는 것은 대체 무슨 신호냐는 것이다.

    이 개입은 그래서 헤알화에 두 갈래의 부정적인 신호를 시장에 전했다.

    첫째, 브라질 당국이 질서정연한 헤알화 절하를 위해 속도조절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캄푸스 네투 총재가 개입의 이유로 "시장 기능의 장애(dis-functional)"를 지목한 것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는 헤알화 가치의 하락, 환율의 상승에 베팅한 시장의 포지션을 정당화해 준다.

    둘째, 설화로 인한 급작스러운 환율 상승에 당국이 놀라 허둥지둥 진화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이는 브라질 당국의 유아적 수준을 확인해 준 사례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한다. 지난 8월 개입 당시에도 유사한 커뮤니케이션 혼란이 있었다. '시장에 유동성 갭이 있는 때에만 개입한다'고 한 캄푸스 네투 총재 발언 직후에 중앙은행의 달러 매도가 나왔다. 유동성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을 아는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느닷없는 일로 기억되어 있다.

    어쨌든 이틀간 세 차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헤알 환율 상승세는 되돌려지지 않았다. 당국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글로벌모니터

    블룸버그는 그동안 헤알 환율을 잘 맞혀 온 애널리스트들이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헤알화에 대한 롱(long) 포지션 및 비중확대 권고를 재확인했다. "포지션이 가벼워졌고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졌다"며, "만일 이머징 외환시장에 미치는 압력이 완화되면 헤알화가 돌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기업들의 달러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헤알에 미치는 압박 역시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를 방어할 수 있는 대규모의 화재진압 여력을 갖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Editor's Letter의 생각은 다르다. 헤알화의 약세는 이머징통화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보다 더 두드러진다. 브라질 고유의 재료가 가세해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이머징 외환시장에 미치는 압력이 줄어들면"이라는 천수답식 가정만으로는 헤알화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렵다.

    헤알화의 문제는 전술했듯이 재차 악화하는 경상수지와 대폭 떨어진 금리수준 외에도 헤알화 약세를 추구하려는 당국의 노골적인 태도에서 기인하고 있다.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거시경제적 혜택을 추구하려는 정책은 이머징 경제에는 '극약처방'이 될 수 있다.

    물론 브라질 당국은 역대급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믿고 환율을 이용한 수출경기 진작과 대외 수지개선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폐에 대한 신뢰가 전통적으로 낮은 브라질에서는 환율이 순식간에 상승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으며, 낮았던 인플레이션은 이 때 신기루처럼 사라져 환율 상승 악순환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돌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더 뜨겁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치를 연준에게 선사했다"고 한 지난 14일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 발언은 Editor's Letter에게 다소 놀라운 것이었다.

    "금리가 낮으므로 헤알화는 더 약해져야 하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한 파울로 게데스 브라질 경제장관의 발언은 그에 비해 충격적이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브라질로 하여금 스스로를 기축통화국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달 11일 예정된 브라질 중앙은행 통화정책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기존 예상대로 50bp의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현재의 조건에서는, 헤알화에 미치는 압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향할 수 있다.

    Editor's Letter는 이미 2주 전에 가상의 헤알화 포지션을 모두 정리한 상태이다. 만일 브라질 당국이 통화가치 기반을 계속 훼손하려 든다면, 낮은 인플레이션도 낮은 금리도 모두 물 건너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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