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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주가와 금리의 새 규범(new norm)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26 오전 7:13:37 ]

  • 25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장기물(30년물)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씨티그룹 자바스 마타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자 보고서에서 "뉴욕증시가 연말 멜트업(melt-up) 하더라도 역사적인 패턴을 볼 때 "국채시장에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씨티는 그러면서 국채 수익률과 주식의 리턴이 선형 관계를 보이는 경우는 주식시장에 매도공세가 있을 때 뿐이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비관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장기국채에 대한 long view를 주장해 온 Editor's Letter로서는 이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본다.

    ⓒ글로벌모니터

    요즘 미국 정치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quid pro quo'가 있다. 영어로 'something for something'을 뜻하는 라틴어인데, 어떤 것에 대한 대가 또는 보상으로 어떤 것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미끼로 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에 불리한 자료를 요구했다는 게 여전히 미국 정가의 핵심 이슈인데, 이 때 'quid pro quo'라는 용어가 쓰인다.

    quid pro quo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항복하기 약 두 달 전인 2012년 6월6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국채시장의 불안은 통화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부정책의 공백을 통화정책이 대신 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 정책과는) 어떠한 흥정도 없다"고 말했는데,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의 흥정'을 일컫는 경우에도 'quid pro quo'를 자주 쓴다.

    물론 '말(words)'이라는 것은, 드라기 총재가 몇 차례 강조했듯이, '환경'이 바뀌면 바뀔 수 있다.

    2012년 7월22일 드라기 총재는 경제를 살리는데 "어떠한 금기도 없다"고 말했고, 나흘 뒤인 26일 "무엇이든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유로존의 붕괴를 막아낸 드라기 총재는 이후 경제부양에 몰입했다. 2년여 뒤인 2014년 8월22일 미국에서 그는 유로존 정부들에게 'quid pro quo'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잭슨홀 선언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댈 터이니 정부들은 걱정 말고 빚을 내서 써달라는 간청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드라기의 그 공개 구애는 다소 낯뜨거운 일로도 여겨졌으나, 이제는 세상을 구할 유일한 방도로 통하고 있다.

    이른바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공조(coordination)를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에게 권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일본에 대한 연례 점검(Article IV)을 마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직면한 도전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재정과 통화 및 구조개혁 정책이 개선되고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재정-통화 quid pro quo는 5년여 전 드라기의 잭슨홀 선언과는 성격이 좀 달라져 있다. 당시와는 정반대로, 지금은 '운신의 여지가 쪼그라든 통화정책을 정부의 재정정책이 돕는' 구도이다.

    누가 어떻게 돕든 간에,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통적이고 위선적인 벽은 이제 허물어지고 있는데, 벤 버냉키는 일찌감치 두 정부기관의 협력과 상호의존(inter-dependent)을 '디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일본의 재정정책은 단기 성장세를 방어하고 인플레이션 모멘텀을 진작하기 위해 부양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일본은행은 국채 수익률 타게팅 대상을 장기물에서 단기물로 낮추라고 IMF 스탭들은 Article IV 보고서에서 권고했다. 그렇게 하면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져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니까.

    Article IV는 아울러 일본은행에게 인플레이션 '범위'를 타게팅하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하라고 제안했다. 현행 2% 단일 수치 목표제는 달성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니 골대를 쉬운 걸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설명이다.

    이런 제안들을 실행한다면 통화정책 기조는 긴축될 것이다. 그걸 재정부양책이 보완하라는 게 IMF가 요구하는 요즘식 'quid pro quo'이다.

    그리고 이런 구도는 지금 일종의 새로운 규범(new norm)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년간 통화정책을 거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쓴 결과이다.

    지난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29~30일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대여섯 명(several)의 위원들은 "통화정책이 실효하한에 막혀 심각하게 제약을 받을 경우 팽창적인 재정정책이 경기하강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각별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FOMC의 논의 과정에서 '팽창적 재정정책'의 역할을 이토록 강조한 사례는, Editor's Letter의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연준 역시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다는 방증이다.

    어느 정도로 궁색해져 있는가 하면, 지난달말 회의에서 FOMC 위원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하나의 정책수단으로서 갖는 잠재적인 역할을 재평가하는 게 바람직해질 환경이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미국에서는 매력적인 통화정책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만장일치의 컨센서스를 도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결국 필요해질 것 같기도 하다'는 고백을 하고 만 것이다.

    즉, 미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는 "현재로서만"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 주변을 기웃거리며 간을 보기 전까지 연준은 최선을 다해 부양에 나설 것임이 분명하다. 어떻게든 그 괴상한 제도가 위대한 미국 땅에는 절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발버둥 카드 중 유력하게 새로 부상한 것이 바로 '단기국채 수익률 타게팅'이다. IMF가 이날 일본에 권고한 제도이다.

    10월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과반수(many)의 FOMC 위원들은 만기가 긴 장기국채 수익률을 타게팅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립적인 연방기금금리 수준이 얼마인지 불확실하고, 장기국채 수익률 타게팅 제도가 미래의 금리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그렇다면 적절한 타깃 수익률이 얼마인지 불확실하고, 언제 그 타깃을 해제할 것인지를 따지기도 불확실하다고 대여섯명(some)의 위원들이 지적했다."

    게다가 "장기국채 수익률 타게팅을 유지하다보면 연준 대차대조표가 대폭 불어날 수 있고, 그 만기구조가 굉장히 변동적일 수 있으며, 장기금리를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연방부채 관리와 상호 작용(interacting)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위원들은 우려했다.

    현재로서는, 정부와의 노골적인 quid pro quo에 나서기에는, 연준은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는 중앙은행이다.

    대신에 "과반수(majority)의 FOMC 위원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 시장금리에 상한선을 적용하는 대차대조표 정책에 더 큰 이점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마도 단기국채 수익률 타게팅 제도는 양적완화의 효과를 보강하는 수단으로 다음번 경기침체 때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단기국채 수익률 타게팅은 이미 9년 전인 2010년 10월15일 긴급 FOMC 콘퍼런스콜에서 자세하게 논의된 바 있는 제도이다. 당시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연준 집행부는 FOMC 위원들에게 세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1)예를 들어 2014년 6월 이전에 만기 도래하는 모든 국채의 수익률을 0.25%로 타게팅하는 방안.

    2)예를 들어 2012년 10월 이전에 만기도래하는 모든 국채의 수익률을 0.25%로 타게팅한 뒤 필요한 경우 타게팅 대상 만기 범위를 늘려 나가는 방안.

    3)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을 예를 들어 '현재보다 100bp 낮은 수준'으로 타게팅하는 방안 등이다.

    당시 보고에서 연준 집행부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장기 수익률 타게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익률을 직접 컨트롤하는 장점이 크지만, 연준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위험도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당시 집행부는 중위험, 중수익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1)안에 가장 우호적인 보고를 했다. 4년에 가까운 만기물에 대해 0.25%의 금리상한선을 적용하면, 10년물 수익률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연준 집행부는 금융시장에 확신을 부여하기 위해 '풋옵션'을 제공하는 방안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2014년 6월 이전에 만기 도래하는 모든 국채에 대해서는 수익률이 0.25%를 넘지 않도록 '계약으로써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연준은 수익률 타게팅 대신 제3차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당시에만 해도 연준은 QE를 새로 수행할 만한 여력(비교적 작은 대차대조표 사이즈 및 비교적 높은 국채 수익률 수준)이 있었기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큰 미지의 수단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온갖 약을 다 써본 일본은행은 2016년 가을 결국 10년물 수익률 타게팅을 도입했다. 그 해 봄 버냉키가 블로그를 통해 '단기물 타게팅이 낫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른바 '통화정책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를 마친 일본은행으로서는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관련기사: 구로다의 다음 선택은?

    그렇게 연준은 일본은행을 닮아가고 있다. 9년 전과 달리 어느덧 연준은 국채수익률 타게팅에 호감을 갖게 되었고,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철벽을 치지는 않는 모습이다.

    정부와의 '노골적' quid pro quo에 대해서는 아직은 shy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나아질 것이다. 한계에 도달한 통화정책을 재정부양책이 지원해 주었듯이, 그 과정에서 대폭 불어난 정부의 빚은 통화정책으로써 탕감해줘야 할 날이 금세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재정과 통화정책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도와주는 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구분하는 것의 의미조차 크지 않다. 정책조합(policy mix)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하면 창피할 일 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법에 '정부정책과의 조화'가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다.

    아무리 시장금리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황이라도 정부가 빚을 내 재정부양에 나서면 민간에 대한 '구축효과'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저축이 유한한 데 그 저축을 가져다 쓰려는 신규 수요(정부)가 발생하면, 나머지 수요 중 일부는 밀려나야 하는 것이다.

    이 때 가공(架空)의 신규 저축을 공급해 주는 게 중앙은행이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면 밀려 나갈 뻔 했던 한계선상의 민간 차입자가 부담없는 금리로 자금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민간을 돕는 형식이지만,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정부의 부채관리와 상호작용(interacting)하는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즉, 신규 차입을 통한 정부의 재정부양 정책은 중앙은행의 quid pro quo가 있을 때에만 구축효과를 피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없거나 아주 낮은 때에는 이런 협력이 '권장'되는 것으로 새 규범이 형성되어 있다.

    과거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았다. 자연히 정부의 성장촉진 정책과 상반된 역할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인플레이션을 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의 부양정책과 한몸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주식과 국채의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게 새 규범(new norm)에 더 자연스럽게 부합하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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