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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파월의 불가지론, 경험주의, 인도주의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14 오전 6:44:29 ]

  • ⓒ글로벌모니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다시금 그 특유의 '불가지론'을 설파했다. 지금 미국이 과연 완전고용 상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날 불가지론은 늘 그랬듯이 분명히 '비둘기'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임금과 물가가 가시적으로 뛸 때까지 실업률이 하락하도록 내버려둘 수 있다는 식의 말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보고에서 "임금이 왜 오르지 않는 지 수수께끼"라며 "연준도 완전고용 수준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알게 된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알게 되어 갈 것은, 당초에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이 훨씬 낮은 실업률 하에서도 가동 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알게 되었다"는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 모종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알게 될 것"이란 말은 실업률이 더 하락하도록 내버려 두는 '실험' 계획을 시사한다.

    연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완전고용 상태에 해당하는 자연실업률(U*)을 이정표 삼아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실제 실업률이 이 자연실업률을 웃도는 상황에서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그렇게 해서 실업률이 U*에 근접하고 그 수준을 밑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 나간다. 실업률이 U*를 밑도는 것은 과도한 고용상태, 노동력 부족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할 것임을 신호한다.

    만일 실업률이 U*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미리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혹여 미적거리다가는 뛰어 오르는 인플레이션의 뒤꽁무니를 쫓는(behind the curve)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지난 1970년대처럼.

    지난 2013년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종료(QE 테이퍼) 결정과 2015년 금리인상 개시 결정 등이 모두 이러한 판단에 근거해서 이뤄졌다.

    ⓒ글로벌모니터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장기적으로(longer run) 4.2%의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4.2%가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률이자 자연실업률(U*)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6%에 불과하다. 앞서 9월에는 3.5%까지 떨어졌다. 실업률이 '과도하게' 낮아져 이정표를 60~70bp나 밑도는 데도 불구하고 임금과 소비자물가는 전혀 뛰지 않고 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를 주장하는 필립스곡선 이론에 따른다면, FOMC 위원들은 U* 수준을 너무 높게 주정하는 체계적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따라서 자신들의 '오류'에 대한 시인이자 반성이다. 그리고 이는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자연실업률이 실제로 어느 수준인지, 실업률이 어디까지 떨어져야 실제로 임금과 물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지, 실업률이 하락하도록 방관하면서 한번 지켜 보겠다는 뜻을 시사한다.

    이는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우리가 금리인상을 고려하려면, 그 전에 정말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한(significant) 상승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이정표로 삼는 또 하나의 스타(*), 중립금리(실질 균형금리, r*)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글로벌모니터

    "가구로 가득찬 불꺼진 방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속도를 줄여야 할 것이다. 아마도 멈추어 서고는 (발끝으로) 느껴 가며 길을 찾아갈 것이다."

    지난해 11월 파월 의장은 '불가지론'의 일환으로 위와 같이 '암실론'을 설파했다. 경제를 부추기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딱 중립적인 수준의 금리가 얼마인지 연준은 잘 알지 못하니, 마치 암실에 들어간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금리인상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얘기였다.

    만일 움직이다가 발끝이 장롱 모서리에 부딪치게 되면 그 길이 아닌 걸로 알고 방향을 바꾸겠다는 암시였다.

    이는 한 달 전 발언("중립금리까지 한참 멀었다")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노골적인 긴축 돌격대 발언을 했다가 금융시장이 혼비백산하자 신속하게 완화적 스탠스로 선회한 것이다.

    당시의 암실론은 추가적인 우여곡절 끝에 결국 금리인상 멈춤(pause)과 금리인하 선회로 이어졌는데, 그 변곡점들을 이끌어 낸 것은 모두 '체험'이었다. 시장의 혼비백산이 파월 연준에게는 '금리가 중립을 지나쳤다'는 증거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파월의 증거주의 통화정책 운영방식은 양적긴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가시화하고 나서야 연준은 양적긴축이 오버런(over-run)했음을 인정해 대차대조표 축소를 종료했다.

    그리고 연준은 단기자금시장 요동이 명백한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야 양적완화를 통한 재정증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충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8월 잭슨홀에서 자신의 '불가지론'을 주제로 연설한 바 있다. 변호사인 파월 의장은 경제학자들이 추정하는 각종 '스타들(*)'이란 게 사실은 부정확하기 일쑤이며, 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다가는 정책을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이 발언은 중립 수준에 근접한 연준 금리인상 행보가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변화할 것임을 신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얼마 뒤 파월 의장은 돌연 긴축적 태도로 표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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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월 의장은 이날 의회보고에서 자신의 '인도적(人道的, humane)' 품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출했다. 이 역시 '비둘기' 통화정책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보고에서 "최근의 고용시장 개선은 광범위한 개인들과 지역에 혜택을 주었다. 실제로 최근의 임금상승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다"면서 "중저소득층 동네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일자리를 못 구해 고생하던 사람들 다수가 이제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파월 의장은 "하지만 여전히 지역별로, 노동자 그룹별로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고 아쉬워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실업률이 여전히 백인이나 아시안보다 한참 높고, 지방의 경우에는 취업률이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파월 의장은 "번영은 가능한 한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전 영역에 걸쳐서 소득이 폭넓게 오르기를 원한다." "경기확장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것을 좋아할 만한 일이 많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사회 비주류 집단의 고용상태는 전임 재닛 옐런 의장도 의회 보고에서 언급하던 항목이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관련 보고는 그 분량이 구체성, 온도와 정책적 의지 측면에서 옐런 의장과 차원을 달리 한다.

    그렇다고 해서 파월 의장이 조만간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현재의 금리수준은 부양적이며, 따라서 그대로 놔두는 것만으로도 고용이 증가하고 실업이 낮아지고 임금과 물가의 인플레이션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특유의 그 증거주의에 입각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열어 두었다. 그는 보고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질 위험이 더 높아질 위험보다 크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근원 CPI 인플레이션은 예상과 달리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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