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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Fear 對 Fear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05 오전 6:55:21 ]

  • ⓒ글로벌모니터

    지난 1990년대 이후를 돌이켜 볼 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가장 오랫동안 '멈춤(pause)'을 유지했던 기록은 지난 1997년 3월부터 1998년 8월까지 18개월 간이다. 1995~1996년의 '보험성 금리인하'에 성공한 이후로 한 차례의 금리인상으로 선회한 뒤 일년 반 동안 내리 제자리 걸음을 했다.

    그 일년 반은 아마도 미국 경제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안정된 번영의 시기 중 하나로 길이 기록될 것이다. 이른바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라고 이름붙여졌던 시기이다.

    그리고 '안정은 불안정의 어머니'라고 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의 그 대안정기는 또한 역사상 손꼽히는 주식거품이 부풀어 올랐던 시기이기도 하다.

    18개월간의 연준 통화정책 '대안정기'는 그로 인해 야기된 불안정을 다스리기 위해 잠시 와해되었다. 롱텀캐피털(LTCM) 사태 수습을 위해 두 번째 '보험 금리인하'에 나섰던 연준은 더욱 맹렬해진 주식거품 속에서 맹렬하게 금리를 올려 나갔다.

    이러한 긴축행진은 닷컴버블과 대안정기의 붕괴를 야기했다. 그리고 이 붕괴는 2000년대 주택거품을 잉태했다.

    제롬 파월 연준이 정책금리 아래 위 변경의 허들을 높이 쌓아 올림에 따라 '멈춤'의 기록 경신 여부에도 관심이 생긴다. 18개월 기록을 깨려면 2021년 4월까지는 꼼짝말고 버텨야 한다. 이는 어쩌면 위험자산 시장에 최고의 '포워드 가이던스' 선물이 될 지도 모른다. 중앙은행이 돈값을 일절 손대지 않겠다며 거대한 확실성을 부여했으니 말이다.

    ⓒ글로벌모니터

    중앙은행의 공언이 과연 그러하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이론상 죽어 마땅하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 주식과 국채, 글로벌 외환 변동성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최근 수년 범위의 하단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의 압착은 지난 2017년말~2018년초 시장 랠리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FOMO(Fear Of Missing Out: 랠리를 놓칠까봐 두려워 랠리에 동참하는 것)'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재러드 우다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투자전략가는 지난 주말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에서 물러나 있던 투자자들은 주식이 계속 오를까봐 안달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최고기록을 경신할 때에는 'FOMO' 트레이드가 존재한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것은 FOMO 트레이드가 시행 중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말~2018년초를 닮은 이 변동성의 압착과 FOMO 트레이드는 또한 그 직후의 시장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발 빠른 선수들은 각기 서로 다른 노루목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글로벌모니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주 S&P500 변동성지수(VIX) 선물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마이너스(-) 18만7948계약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은 죽었다는 투기적 전망에 기반한 매도가 극에 달해, 그 정도가 지난 2017년말을 능가하고 있다.

    당시의 과도한 쏠림이 폭발적인 변동성 부활로 표출되었던 것을 사람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VIX 롱에 거의 풀베팅 중이다. 작금의 '대안정'이 결국에는 거대한 불안정으로 귀결될 것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글로벌모니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때 돈을 벌수 있는 펀드로 돈이 급격하게 몰려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VXX, UVXY, TVIX 등의 발행증권 수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이 베팅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VXX(iPath Series B S&P 500 VIX Short-Term Futures ETN)의 경우 지난달 30일 FOMC 당일 고점 이후에만 9% 이상 떨어졌다.

    그래도 지난해초의 사례를 떠올리면 그까짓 손실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 2018년 1월말부터 2월초 사이에 VXX는 100% 이상 뛰어 오른 바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모니터

    그러나 블룸버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VIX 선물 순매도(net short) 포지션이 실상을 위장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매수(long)와 매도(short)를 합한 순매수(net long) 포지션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도(short) 포지션 하나만 놓고 볼 때에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위 그래프)

    지난해 초에 나타났던 변동성 폭발(변동성 쇼트 커버링)이 재연되려면, 변동성 쇼트 포지션이 그만큼 높이 쌓일 필요가 있는데, 지금 수위에서 추락하는 충격은 그다지 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 역시 시장 붕괴 뒤에는 재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FOMO의 다른 한 켠에는 변동성 롱 포지션이 가파르게 쌓여 올라가고 있다. '(FOMD)Fear Of Melt Down'인 셈이다.

    ⓒ글로벌모니터

    골드만삭스의 외환 전략가 자크 팬들은 두 가지 상반된 두려움(fear) 중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미-중 무역긴장 완화와 연준의 세 차례 보험성 금리인하를 반영한 팬들 전략가의 전략은 기껏해야 '덜 방어적인(less defensive)'이다. FOMO에 올라타는 적극적인 공격도 아니고, FOMO의 붕괴를 겨냥한 관짜기 역시 아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달러화 중립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이머징에 대한 달러화 쇼트도 아니고 이머징 랠리의 되감김(달러화 롱)을 노리는 것 역시 아니다.

    팬들 전략가는 이것을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또는 '글로벌 안정화 트레이드'라고 불렀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이긴 한데, 크게 먹을 것은 없어 보이는 추세로의 전환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대단히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안정화하고 있다는 아주 초기의 신호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인상이라든가 노딜 브렉시트 위협 같은 주요 위험들을 피했다. 투자자들이 덜 방어적인 뷰를 표출할 수 있는 창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달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성장세의 반등 신호가 더 필요하며, 미국 금리의 추가 하락이라든가 미-중 무역관계의 앞날에 관한 보다 높은 확실성 등이 요구된다고 골드만삭스 팬들 전략가는 지적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논리이다.

    그러나 시장은 대개 이도 저도 아닌 균형을 싫어한다. 굶주린 시장은 균형이 약간이라도 기울면 어느 쪽으로든 쏠리려는 속성을 보인다.

    대폭 낮춰진 시장금리를 보면, FOMO의 기운이 더 우세해 보인다. 그래서 이 시장금리 역시 지난해초와 같은 폭등세를 잉태하고 있다.

    100bp의 수익률 상승 잠재력을 주장하는 JP모건이나, 마이너스 수익률로의 추락 가능성을 말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모두 동일한 피사체를 서로 다른 앵글에서 파악한 것일 수 있다. 상반된 두려움은 서로를 쳐다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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