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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significantly" vs "material"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02 오전 7:05:07 ]

  • 늘 그렇듯이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놀라웠다. 단지 놀라울뿐만 아니라 심히 부러울 정도로 굉장히 양호한 모습이었다.

    역시 관심을 모았던 ISM 제조업지수는 좀 실망스러웠다.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한 채 3개월 연속 수축국면에서 허우적댔다. 그러나 마킷이 집계한 미국의 제조업은 그림이 사뭇 달랐다. 침체 목전까지 밀렸다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ISM 지표에 '좀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까지 이미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마당이니 '경기'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두어도 되겠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독일과 유로존은 물론 중국에서도 턴어라운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가 중장기 추세적으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갈 것이란 희망은 꿈에서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이나, 단기 소순환 국면에서는 더 이상 크게 악화될 위험을 벗어난 양상이다.

    지정학적 또는 정치적 위험도 크게 덜어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전화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진 뒤 각각 성명을 발표, 긍정적인 논의 결과를 세상에 알렸다. 12월 예정분을 포함해 적어도 추가적인 관세인상은 없을 것이란 기대를 더욱 강하게 가질 수 있게 됐다.

    앞서 브렉시트 이슈에서도 한 차원 더 높은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 노딜 브렉시트만은 어떤 식으로든 모면하겠다는 영국 의회의 발버둥이 12월 조기총선으로 귀결되었다. 최소한 '존슨 딜', 여차하면 '노 브렉시트' 가능성이 열린 형국이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세상이 굉장히 밝아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는 끄떡도 없고, 미국이 흔들리기도 전에 위험 및 불확실성 요인들이 일단 봉합이 되었다. 연준의 세 차례 금리인하는 '보너스'가 되었고, 보험 서비스 종료 대가로 던져준 달러화 약세는 '덤'이 되었다.

    큰 사이클, 전략적 추세가 여전히 부정적이나, 작은 파도, 전술적 환경은 갈 수록 나아지는 중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시장흐름을 비교적 잘 맞혀온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부문 CIO는 이날 고용지표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불행한 결말(doom)을 예고하는 징후들을 보고 있는데, 지표에는 그런게 나타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좀 더 조심스럽게 포지셔닝해 놓았다면서도 "전혀 현금비중을 쌓아놓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모니터

    1일 발표된 미국 10월 고용보고서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같 대목은 '음식서비스 및 주점' 취업자 동향이었다. 한 달 사이에 일자리가 4만7500명이나 증가했다. GM 파업사태로 인한 자동차 제조부문의 고용 감소폭(4만1600명)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미국 식당/주점 고용은 지난 봄의 부진을 딛고 작년 가을에 필적하는 활기를 되찾는 중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고용 또는 경제활동의 질적 악화'를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미국 소비경기의 강건함'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고 가계 재무상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식당과 주점 매출이 좋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투자 침체가 고용과 소비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블랙록의 리더 CIO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 앞에는 오로지 하강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지만, 이는 엄청나게 과장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엄청나게"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과장됐다"는 평가는 경청할 만하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다소간의 실망감을 안겨 준 ISM 제조업 지표에는 그나마 희망의 근거도 존재했다.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던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9.4포인트 뛰어 오르며 '확장' 국면으로 되돌아 왔다.

    이는 몇 시간 앞서 발표된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PMI와 맞물려 실낱같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돌이켜보면, 중국 차이신 제조업 PMI는 지난 6월 저점 이후 넉달 연속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모니터

    중국 국가 통계국과 차이신의 제조업 PMI가 굉장히 큰 괴리를 보이는 것처럼, 미국 ISM과 Markit의 제조업 PMI 사이에도 커다란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어느 PMI를 믿어야 하느냐는 논쟁이 자연히 미국에서도 나올 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하는 제조업생산 지표와 대조해 본 결과로는, 물론 팔이 안쪽으로 굽을 Markit 사람의 분석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Markit 쪽 지표가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크리스 윌리엄슨 Markit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생산 지표와 ISM 및 Markit PMI 사이의 갭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ISM 지표의 경우는 지난 2016~2018년 사이의 과장(overstating)을 되돌리는 과소평가(understating) 과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ISM 지표는 시쳇말로 트럼프에 대한 '현타'를 겪고 있는지 모른다.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체감 경기를 측정하는 이 PMI 지표에는 '심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ISM PMI의 경우는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로 특히나 두드러지게 솟아 오르는 양상을 보여왔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내포되었을 것이다. 미국 독립기업협회가 측정하는 소기업 경기낙관지수도 유사한 범프(bump)를 겪은 뒤 현실 세계로 내려오는 중이다.

    ⓒ글로벌모니터

    기업인들의 '현타'가 참혹한 고용 충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Quill Intelligence>의 다니엘르 디마르티노 대표 겸 수석 전략가가 고안한 '기업 CEO와 소비자의 미래 기대 격차(gap)는 역대 최대치로 벌어져 있다. 소비자들이 기업인들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미국 GDP 산출갭(output gap)과 동행하는 이 격차가 극에 달하게 되면 경기는 리세션에 빠지곤 했다. 그 공통분모에는 '노동시장 과열'이 존재한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전략가 리즈 앤 손더스는 "경기 변곡점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실업률의 반등이 과거에 비해 훨씬 폭력적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이 차트를 해석했다.

    일련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와 블랙록 릭 리더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투자침체 → 고용침체 → 소비침체' 시나리오는 여전히 미국 소비처럼 탄탄하게 살아 있다.

    ⓒ글로벌모니터

    그래도 당장은 이 보다 더 나은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누구보다 이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최고의 하루였을 것이다.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없다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전달한 그는 '놀라운 고용지표'를 통해 자신의 스탠스가 옳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방송에 나와 승리 선언과 함께 시장에 고별인사(?)를 했다. 이제는 시장이 더 이상 연준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을 것임을 자신 있게 천명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미치는 위험들이 아직도 "약간은 아래쪽에 기울어 있다"면서도 "경제가 좋은 위치에 있으며 통화정책 역시 좋은 위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현행 통화정책기조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특히 "소비에 균열양상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소비자가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지금 경기확장기의 막바지(late-cycle)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포효했다.

    파월 의장이 이번 75bp 금리인하를 'mid-cycle adjustment'라고 규정했으니, 현행 경기국면은 '막바지'가 아닌 게 논리적으로 지당해진다.

    하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의 이 말에는 보다 강한 자신감이 내포되어 있었다. '경기침체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연준의 '지속적인 경기확장' 목표 달성이 더욱 뚜렷해 보인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클라리다 부의장은 "우리는 지표 의존적(data-dependent)일 것이다. 매번 회의때마다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살아있는 회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일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에 대한 상당한 재평가(material reassessment)가 이뤄지도록 하는 요인이 부상할 경우 우리가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상당한 재평가(material reassessment)'의 기준은 무엇인가?

    클라리다 부의장은 금리인상에 필요한 기준만큼이나 매우 높은 허들을 제시했다.

    그는 연준의 기본 전망이 2% 목표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견조한 노동시장 및 지속적인 성장세라고 설명하면서, 만일 FOMC가 보기에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또는 그 두 책무 달성에 필요한 성장세에 미달한다는 "누적적인 증거"가 발견될 경우 그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거가 누적되어야 한다"는 말은, 앞으로는 금리인하에 있어서도 인내심을 제법 강하게 발휘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의 상당한 상승 위험(danger of moving up significantly)"과 "경제 전망에 대한 상당한 재평가(material reassessment)"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 Editor's Letter는 여전히 후자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둔다.

    * 검색을 해보았더니 Editor's Letter는 적어도 지난해 1월초부터 'late-cycle'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 금리인상과 금리인하에 각각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우리말로는 '상당하게(상당한)'라고 동일하게 번역되는 단어 둘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유의미하게"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significantly"는 정신적, 정성적 개념이고, "현저한(눈에 띄는)"이라고도 번역 가능한 "material"은 물리적, 정량적 개념이다. "significantly"가 주관적인 반면, "material"은 객관적인 뉘앙스를 갖는다고도 할 수 있겠다. 파월 의장이 실제로 그러한 차별적 기준을 염두에 두고 단어를 구분해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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