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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Watch]구로다 `10월의 약속(?)`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9-09-19 오후 9:38:06 ]

  • 10월의 약속인가. 일본은행(BOJ)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정책수단들을 모두 동결하면서도 10월 추가완화 가능성을 좀 더 열어놓는 커뮤니케이션을 택했다.

    # 그럴만한 동결

    이날 회의에서 예치금금리는 마이너스 0.1%로, 10년물 국채수익률 목표는 0% 안팎으로 유지됐다. QE와 관련해서도 국채매입 및 ETF, REITs 매입한도가 동결됐다. 앞서 ECB와 연준이 추가 완화 카드를 꺼내든 만큼 BOJ도 이날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기대도 있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의 대체적인 예상대로 BOJ는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사실 이날의 정책 동결은 그럴만하다. ECB와 연준의 완화조치가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8월) 104엔선으로 떨어졌던 달러-엔 환율이 107엔 후반~108엔 초반으로 올라서는 등 환율 측면에서 서둘러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시급성이 줄었다.

    더구나 다음달(10월)엔 아베 내각이 예고한 소비세 인상이 기다린다. 증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혹시 모를 증세 충격을 감안하면 카드를 아껴 놓는 게 더 낫다.

    # 10월의 약속(?)

    정책은 동결했지만, 성명서상에 새로운 문구를 추가했다.

    <"해외 경기 둔화로 인해 2% 목표치로 향하는 물가 모멘텀이 손상될 가능성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물가전망을 발표하는 다음번(10월30~31일) 회의 때 경기와 물가동향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구로다 총재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새로 추가한 문구는 BOJ의 스탠스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직전 회의 때 보다 현재 BOJ는 추가완화에 더 긍정적"이라고 했다. 즉 "좀 더 추가완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7월 회의 이후 물가 모멘텀이 손상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명서에 추가된 문구와 구로다의 기자회견 내용은 다음 10월 회의에서 BOJ가 뭔가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다.

    구로다는 추가완화의 구체적 수단으로 "▲장단기 금리인하 ▲자산매입 확대 등을 재차 언급하고, 마이너스 0.1%인 초과지준부리율(일부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을 더 인하하는 것 역시 정책 옵션에 포함돼 있다"고 되풀이 했다.

    # 열어놓긴 했는데

    `물가와 경기에 대한 재점검`을 예고한 BOJ의 이날 행보는 언뜻 2016년 7월의 `종합점검` 예고와 닮았다. 2016년의 종합점검은 이후 9월의 레짐 체인지(YCC-QQE의 도입)로 이어졌다. 시장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라, BOJ 입장에선 다음달엔 정말 뭐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이날 구로다의 시그널이 - 7월과 9월 연달아 완화쪽으로 더 다가서긴 했지만 - 매우 완화적이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구로다는 "현재까지는 일본의 물가 상승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으며 내수 경기 역시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판단을 고수했다. 나아가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메인 시나리오 역시 현재로선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BOJ의 정책틀에 큰 변화가 필요하진 않다"고 했다. 이어 "BOJ는 이미 대담한 완화조치를 펴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아울러 `다음회의에서 추가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책을 계속 동결할 수도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구로다는 "그 물음에 대해선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시장의 기대를 유지시키되, 향후 낙담할 위험도 줄여놓고자 했다.

    # 시간 벌기

    10월말 회의에서 BOJ가 실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지켜보면 될 일이다. 다만 지난 7월말 정책회의 때도 그러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만, BOJ의 최근 행보에서는 다른 중앙은행의 화력(완화조치)을 의식한, 그래서 한편으로는 궁색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두번(7월과 9월)의 정책회의를 전후로 다른 중앙은행들, 즉 연준과 ECB는 금리인하와 추가 완화시그널 그리고 패키지 부양책을 꺼내들며 나름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이런 상황에서 BOJ가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시장내 `BOJ 총탄고갈론` `BOJ 무기력론`은 한층 힘을 얻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잇따라 성명서에 새로운 문구를 추가, 우리도 뭔가 카드를 숨겨놓고 있다는 신호라도 시장에 계속 흘려야 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의도는 당연히 시장의 기대를 유지하는 데 있다. 주목적은 달러-엔 환율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정책 수단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시간벌기로 보이는데, 10월 정책회의에서 실제 액션을 취한다 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 다음 카드는 남았는가 하는 의구심은 더 짙어진다.

    # 은행권의 뼈 있는 환영

    일본 은행연합회의 다카시마 마코토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동결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BOJ가 추가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단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평했다. 뼈 있는 환영사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향후 BOJ의 추가완화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BOJ의 추가완화 조치로 인해 은행들의 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금융 중개 기능 역시 약해진다"면서 "추가 금리인하는 실익이 없는 정책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의 불만과 우려, 시장의 기대 사이에서 10월 BOJ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수 있는데, 다른 중앙은행가들도 BOJ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는지 눈여겨 볼 것이다 - 남 일이 아니다 보니.

    물론 구로다 입장에서 최상의 환경은 미중 사이에 스몰딜이라도 체결돼 글로벌 불확실성이 후퇴하고 달러-엔의 하방압력이 좀더 누그러지는 것이다. 그러면 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강화하는 정도로 때울 수 있겠지만, 구로다 역시 자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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