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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OPEC 마이너스(-)"의 원유는 어디로?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9-11 오전 6:17:23 ]

  • ⓒ글로벌모니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해고 사실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가 제안했던 많은 사안들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볼턴은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호전적 매파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다. 그의 제안에 행정부의 인사들 역시 강력히 반대한다는 사실을 천명함으로써 트럼프는 모종의 '대외 메시지'를 담았다.

    "나는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의 역할이 더 이상 백악관에 필요하지 않다고 통보했다. 나는 그가 제안한 많은 사안들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행정부 내의 다른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오늘 아침에 사의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동안의 서비스에 대해 존에게 감사한다. 새 국가안보보좌관은 다음주에 지명하겠다."

    트럼프와 볼턴의 불화설은 최근 수개월 사이에 두드러지게 불거진 바 있다. 이날 볼턴 해고 발표에 대해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이 "아주 아주 많은 이슈들에 대해 의견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지려 했던 탈레반과의 비밀협상이다. 9.11 사태 목전에 그런 회동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는 볼턴의 강력한 반대 속에 협상계획이 결국 파기되었다. 지난 6월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났을 때에는, 볼턴은 아예 몽골로 보내져 있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트럼프와 볼턴은 이번 '해고' 과정을 두고도 명백하게 상반된 주장을 했다.

    트럼프가 전일 볼턴에게 해고 통보를 하며 사표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힌데 대해 볼턴은 트위터에서 즉각 '어제 내가 사의를 밝혔더니 트럼프가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전일 CNN과 더힐 등의 보도에 따르면, 볼턴뿐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탈레반과의 비밀회의를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펜스는 대 중국 이슈에서 초강경 스탠스를 취해온 대표적인 인사이다.

    ⓒ글로벌모니터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트럼프는 볼턴을 해고했을뿐 아니라 그의 많은 제안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강력하게", 그것도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트위터는 여전히 시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매체다. 50일선 돌파 랠리를 연장, 상승폭을 확대하던 국제유가가 볼턴 해고 소식에 급전직하했다.

    "볼턴이 제안한 많은 사안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란과의 전쟁불사론'이다. 지난 6월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한데 대응해 볼턴은 미 함대와 군사장비를 중동에 전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공습 10분 전 트럼프는 전격적으로 작전을 중단시켰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대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지난 6월 중동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 러시아는 "지난 2003년의 이라크 침공작전을 연상시킨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볼턴은 그동안 '대통령의 보좌관이면서도 개인적인 숙원의 대외정책 과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의 숙원과제는 한 마디로 '전세계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였다. 트럼프에 의해 발탁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말 볼턴은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습을 주장하는 기고문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은 바 있다.

    공화당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랜드 폴 상원의원은 볼턴 해임 소식을 접하고는 "전쟁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논평했다. 그는 "볼턴의 레짐 체인지 주장은 나이브한 세계관이었다"며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이 와서 세계는 훨씬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적인 판문점 행차 때 트럼프 곁에는 볼턴이 아닌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이 있었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칼슨은 최근 볼턴을 "촌충(거대한 기생충의 일종)같은 공무원"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을 전쟁으로 몰고가려는 집단의 일원이라고 트럼프에게 충고한 바 있다. 이란에 대한 공습 논의 당시에도 칼슨은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이 늘 주장해 온 레짐 체인지 대상 중 하나는 또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였다. 하지만 '곧 쓰러질 테니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볼턴의 주장과 달리 마두로는 여전히 잘 버티는 중이다.

    주목할 대목은, 볼턴 해임 소식에 랜드 폴 상원의원이 즉각 논평을 낸 점이다.

    이란 공습이 철회된 바로 다음 달이었던 지난 7월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영구히 해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란이 고강도의 핵사찰을 공식적이고 영구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뉴욕을 방문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는 상당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하며 제안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랜드 폴 의원에게 이란과의 물밑(back channel) 대화를 맡겼으며, 자리프 장관은 뉴욕에서 폴 의원과 만나는 일정을 기자들에게 확인한 바 있다. 극단적으로 대치하던 미국과 이란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대화통로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오피니언> 7월2일자 리암 데닝 칼럼. ⓒ글로벌모니터

    이날 볼턴 해임 소식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보좌관 헤사메딘 아셰나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최대압박 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해외 지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UN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볼턴이 레짐 체인지를 숙원하던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현재 원유 수출길이 차단된 상태다. 이는 그동안의 국제유가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의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감산을 해오긴 했지만, 경제제재로 줄어든 이란산 공급물량이 사우디 감산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많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분 역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감산량을 합친 것만큼 크다.

    OPEC 10개국과 러시아 등 非회원국으로 이뤄진 총 21개국의 이른바 "OPEC 플러스(+)"는 일평균 120만배럴의 감산 합의를 실행 중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실제로는 일평균 133만배럴의 공급을 줄여 목표를 초과달성 중이다. 러시아가 약속을 64%만 이행하고 있으나, 사우디가 216%의 실행률로 솔선수범 중이다.

    그러나 이는 유가 안정의 배경을 절반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7월2일자 <블룸버그 오피니언> 리암 데닝의 칼럼에 따르면,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 각각의 사정으로 인해 감산 열외가 된 나라들, 이른바 "OPEC 마이너스(-)"의 차질분까지 합하면 공급감소 규모는 일평균 240만배럴에 달한다. 이들 나라가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생산해 감산의무가 부여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현재 생산 감소는 무려 600%를 넘는 약속이행률에 해당한다.

    즉, 이 물량은, 향후 미국과 이란,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 다시 나올 지도 모를 잠재 공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총공급 수준을 계속 유지하려면 OPEC+는 지금보다 훨씬 큰 폭의 감산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현 공급수준도 너무 많다는데 있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오피니언> 9월8일자 줄리안 리 칼럼. ⓒ글로벌모니터

    OPEC+는 오는 12일 두바이에서 장관급이 참석하는 공동감산감독위원회(JMMC)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글로벌 석유시장을 모니터링할 새로운 기준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일(9일) 러시아 타스통신이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벤치마크는 일종의 감산 목표이다. 현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유재고 5년 이동평균치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이 목표가 너무 느슨해, 설사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공급과잉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이 재고 5년 이동평균치는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의 물량을 반영한 것으로 너무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7월 회의 당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2010~2014년 "정상적인" 시기에서의 OECD 평균 재고를 감산 목표로 삼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이 경우 각국이 실행해야 할 감산 규모가 커지고 and/or 감산 기간이 길어져야 한다. 만일 이란 and/or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경우 기존 OPEC+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지금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OPEC+ 국가들이 강화된 의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다만, 볼턴의 해임이 상징하는 트럼프의 데탕트 기류는 원유 수요에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니 딜(mini deal)이 거론되고 있음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 실무진 논의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고, 그 대신 미국은 관세 연기와 함께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중국이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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