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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Make-or-Break(모 아니면 도)` 모멘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9-10 오전 6:56:38 ]

  • ⓒ글로벌모니터

    지난 주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의 80% 이상은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재개(ECB QE2)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만일 ECB가 이 압도적인 기대와 예상을 거스른다면 장기국채 수익률은 어떻게 반응할까?

    잔뜩 기대했던 중앙은행의 신규 수요가 무산되었으니 장기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은 뛰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시장반응은 좀 어색하다. 중앙은행의 소극적 부양책에 시장이 실망하였다면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장기 수익률은 떨어지는 게 합당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익률이 상승 반응한다는 것은 '사실은 경제가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유로존 경제는 (장기 수익률 상승반전이 지속가능할 정도로) 그만큼 양호한 상태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이 가정(ECB QE 무산 및 실망)에 뒤따르게 될 가장 그럴 듯한 시나리오는 아마 '단기적인 수익률 상승세 이후 본격 하락세'일 것이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ECB QE2 규모의 중간값은 3600억유로였다. 이 규모 역시 실망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픽텟자산운용의 ECB watcher 프레데릭 듀크로젯은 지난 주 보고서에서 0.50%포인트의 인플레이션 미달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6000억유로 규모의 QE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ECB QE는 얼마나 커야 할까? 모 아니면 도, 제대로 크게 쏘지 못하면 집에 가라!(HOW MUCH ECB QE IS NEEDED? GO BIG, OR GO HOME!)"였다.

    ⓒ글로벌모니터

    즉, 중앙은행의 소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상식적으로 경제전망에 부정적이다. 추가 부양에 대한 ECB 내부의 반발은 정책수단이 바닥났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따라서 독일 등 유로존 각국 정부로서는 재정을 이용한 부양으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압박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만일 ECB 실망에 따른 수익률 상승세가 전개되는 와중에 독일 정부 등의 재정부양 움직임이 가시화한다면 국채시장의 반응 양상은 어떠할까?

    아마도 수익률 오름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일 듯하다. 특히 지난 8월에 기록적인 랠리를 즐긴 뒤끝이라 스프링 효과를 예상하기가 더욱 쉽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달처럼 한 달(22거래일) 사이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0bp 나 하락한 사례는 1962년 2월1일 이후로 5.4%에 불과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후 1.5 이상 표준편차의 월간 랠리를 펼친 뒤 국채시장은 단 두 사례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월간 매도세를 겪었다.

    그렇다면 국채 수익률의 급등세를 야기하는 독일 등 정부의 재정부양 가동은 경제를 과연 부양할 수 있을까? 적어도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환호할만 한가?

    9일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다시금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국채 수익률도 따라서 뛰었다. 오는 12일 ECB의 QE 재개 여부를 두고 경계감이 고개를 든 가운데 독일 정부의 재정부양 가능성이 보도되었다. 미국에서는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러시가 계속되었다.

    ⓒ글로벌모니터

    "매파적 완화(hawkish easing)" 실망 가능성은 다음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이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국채 수익률에 대대적으로 반영해왔으나, 이를 확고히 뒷받침하는 지표는 아직 얻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FOMC가 25bp의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적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침묵기간 돌입을 앞두고 지난 주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 중 그 누구도 25bp 인하 기대에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7일자 Editor's Letter에서 다뤘듯이 초점은 새로 업데이트되는 '점도표'로 모아진다. 만일 9월 인하 이후 연내 추가인하를 예상하는 FOMC 위원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래서 9월 인하는 일단 '마지막'일 수 있다는 신호가 켜진다면 시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BMO캐피털의 전략가 존 힐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이 9월 FOMC에게 운명을 좌우할(make-or-break) 순간을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경제 비관론이 연준에 의해 수용되든지, 아니면 너무 앞서간 시장이 연준에 의해 기각되든지, 양단간의 결정이 불가피한 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를 수용하지 않는 시나리오에서 존 힐 전략가는 시장 반응이 두 방향으로 모두 열려 있다고 보았다.

    "- 국채 수익률이 더 떨어지고, 수익률곡선이 평탄화되어, 2~10년 스프레드가 다시 역전되고, 리세션 시나리오는 빠른 속도로 결실을 맺어, 연준은 결국 제로금리를 향해 더 빨리(향후 수개월 내지는 수개분기 안에)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 그와는 반대로, 10년물 수익률이 향후 2~3개월 사이에 다시 1.75%, 심지어는 2%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다음달 10월이 국채시장에는 "특별히 중대한" 달이 될 것이다."

    기본 전망으로 존 힐 전략가는 연준이 시장을 실망시킬 경우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연준은 구체적으로 약속은 하지 않은 채 '필요한 경우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의지를 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에 이어 연내 10월 또는 12월 중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글로벌모니터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게 얼마나 멀리 떨어진 시기의 일이될 지는 알 수 없으나, 향후 제법 큰 부양에 나서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정부의 재정정책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미 되어 버렸다.

    미국 연준은 겉으로는 보유 실탄이 상대적으로 넉넉해 보인다. 정책금리를 아직도 200bp 가량 더 내릴 여지가 있고,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규모로 따지자면 양적완화 여력은 유럽, 일본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러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레벨로 따지면, 연준이 가진 실탄은 매우 제한적이다. 제로(0)까지밖에 내릴 수 없는 정책금리와 역전되지 않으려면, 10년물 수익률의 인하 여력은 현재 150~160bp에 불과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크 카바나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제약을 지적하며 "MBS 중심의 채권매입, 국채매각-MBS매입 트위스트, 수익률곡선 통제(YCC),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의 옵션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BofA가 제시한 선택지들은 하나같이 고육지책이다. 지금의 일본은행처럼 속수무책이 되기 십상이다. 재정부양이 불가피해진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의 재정부양은 장기 수익률에 상승압력을 가하는 경제 펀더멘털을 유도한다. 수급측면(적자국채 발행 확대)에서도 재정부양은 국채시장 수익률곡선을 가파르게 만든다. 이러한 스티프닝 압력을 QE로써 완화하면 재정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줄이는 한편으로 부양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하원을 지배하고 있는 야당(민주당)이 걸림돌이다. 유로존의 경우는 '정부에 중앙은행 돈을 빌려주자는 말이냐'는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다면 QE가 없는 상황에서 재정부양책이 가동될 경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과연 온전할 것이고 경제와 인플레이션은 과연 살아날 것인가?

    지난 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말을 적용해 보면 좀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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