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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밀어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22 오전 7:37:11 ]

  • 지난 7월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의 성격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용어는 '보험(insurance cut)'이었다. 경제전망은 계속 양호하지만,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져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리를 좀 내려 경제에 매트리스를 깔아주는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날 회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또 다른 방식의 성격 규정이 있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결정이 "경기 사이클 중간에 이뤄지는 정책기조 조정(mid-cycle adjustment, 이하 '중간조정')"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는 이 두 가지 성격과 목표가 모두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연준의 스탠스는 파월 의장이 부인했던 이른바 'recession cut' 또는 '길게 이어지는 인하 사이클(a lengthy cutting cycle)'과 별 차이가 없음이 이번 의사록을 통해 좀 더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다.

    왜냐하면 연준은 7월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data-dependent'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험은 꼭 필요할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만일(萬一)의 상황에 대비해 감수하는 비용이다. 앞으로 일년 안에 자동차 사고가 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만에 하나,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이 보험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료는 미리 얼마정도 낼 것인지 대략 정해지는 것이며, 이는 위험관리 전략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조정' 성격의 금리인하는 미리 대략 정해진 정도로 단기간에 일시적으로 행한다는 측면에서 '보험'과 공통점을 갖는다. 경기확장 사이클 도중에 금리를 내리는 이례적 결정이라는 면에서도 유사하다.

    하지만 동기에 있어서는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 사전적 예방접종 성격의(proactive and precautionary) '보험'과는 달리, '중간조정'은 기존의 통화정책기조가 경제여건에 비해 긴축적이라는 사후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 경제여건이 악화되었거나 and/or 기존 긴축이 좀 과잉이었다는 진단이 후행적으로(behind the curve) 내려진 경우이다.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25bp 금리인하 제안이 통화정책기조에 대한 재측정(recalibration) 또는 최근 수개월간의 경제전망 변화에 대응한 경기 사이클 중간의 정책조정(mid-cycle adjustment)이라고 보았다." (이하 인용은 2019.7.31 FOMC 의사록)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간의 토의에서 멤버들은 "특히 미국 기업들의 고정투자지출 및 제조업 생산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세계 성장세 둔화 및 국제 무역에 관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미국 국내경제에 이미 부담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중간조정'과 'recession cut'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당시에는 그 누구도 둘을 구분할 수 없다. 사후적으로 결국 침체가 온다면 애초의 금리인하는 'recession cut'이었던 셈이고, 침체를 용케 피하게 되었다면 '중간조정'에 '보험'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OMC와 파월 의장은 '보험'과 '중간조정'을 계속해서 혼용했다. 공무원들이 무언가를 부풀릴 때 흔히 사용하는 짬뽕 기법이다. 성격이 전혀 다를 수 있는 인플레이션 부양까지 연준은 끼워팔았다.

    "금리인하에 찬성한 투표위원들은 이번 결정을 통해 1) 글로벌 성장세 둔화 전망과 무역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2) 이로 인한 추가 하방위험에 보험을 제공하며, 3) 보다 빠른 인플레이션 회복을 진작하기 위해 전반적인 정책기조의 위치를 개선하려고 했다."

    단 25bp의 금리인하를 통해 연준은 이미 가해지고 있는 하강압력에 대항하고, 앞으로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침체 위험에 대비하며, 심지어는 인플레이션도 끌어 올리겠다는 야무진 발상을 전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연준은 단지 어떠한 압박에 떠밀려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전통적인 위험관리, 보험성 정책전략에 관한 구체적 논의, 예를 들자면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침체 위험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설사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심지어 거품 압력을 키우는 결과를 낳더라도, 미리 적극적인 완충력을 제공해 놓겠다'는 식의 의지는 회의 당시 그 누구도 표출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에 관한 위원들의 당시 토의 내용을 보면 '2% 목표치로의 보다 신속한 회복'이란 금리인하 목표라는 게 '정책 기대효과' 항목을 포장하기 위해 쑤셔넣은, 또는 부족한 금리인하 찬성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들이댄 통일전선의 표식에 불과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에 미달해왔고 앞으로도 회복이 계속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한 위원은 대여섯명(several)에 불과했다.

    "다른 대다수(many others) 위원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올해 초 낮은 인플레이션이 대체로 일시적이었다는 관점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게다가 서너명(a few)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의 경기순환적 요소들은 계속해서 상승했음을 지적하면서, 기술변화 등을 반영하는 비순환적 요소들이 낮은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므로 통화정책에 반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은 7월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FOMC는 'data-dependent' 전략을 고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data-dependent'야 말로 '보험'과 대척점에 있는 '후행적 정책전략'이다.

    키워드는 '유연성'과 '선택지'이다. 앞으로 간을 봐가면서 어디로 튈지 정하자는 것이다.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은 향후 확보될 정보 및 미래 경제전망에 대한 그 함의가 이끄는대로 접근함으로써 미리 정해진 경로를 간다는 인상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대다수의 위원들은 경제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는 위험들의 속성과 이들 위험들이 언제 해결될 지 알기 어려운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오는 지표들이 경제전망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커졌다고 제안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은 향후 연방기금금리 범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선택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했다. 단기적으로 통화정책기조를 조정하는데 있어서는 향후 확보될 경제전망에 관한 정보들의 함의에 계속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보다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리 결정된 경로는 없다(no preset course)'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연준 금리정책을 좌우할 지표와 정보는 무엇일까?

    7월 FOMC는 금융시장에 상당히 의존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전한 'financial dependent' 전략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불가피하게 상호 증폭작용을 일으키는 이른바 '거울의 방(mirror room)'로 귀결될 가능성을 의사록 논의 내용이 시사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연초에 비해 금융환경이 완화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일정부분 6월 FOMC의 점도표 인하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차입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올라가는 등 금융환경이 완화된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위원들은 "해외 둔화 위험 및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부담을 상쇄하고 다양한 하방위험에 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연준이 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를 주요한 전제로 삼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논의 과정은 자연히 장기 수익률 하락세에 관한 분석으로 이어졌다. 서너명(a few)의 위원들은 미 국채 3개월-10년 수익률이 역전된 채 2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미래 경제환경의 약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연준이 조속히 금리를 대폭 인하해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인하를 주장한 위원들의 다수는 최근 국채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두고 "연준이 가까운 미래에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시장은 연준의 신호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를 금융가격에 반영했으며, 연준은 금융가격에 반영된 기대를 충족해 주어야 한다고 7월 FOMC는 판단했다. 아마 앞으로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시장이 자의적으로 반영해 밀어 붙이는대로 연준은 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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